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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가을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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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글쎄 조회수 : 3770 좋아요 : 6 클리핑 : 0
요즘 참 하늘이 좋아요.
낮뿐만 아니라 밤하늘마저도.
사람 마음을 몽글 몽글하게 하네요.
 
꼭 이런 계절만 되면
괜시리 이런 저런 생각이 들죠.
사색의 계절이라는 말에 어울릴 만큼
평소 안 하던 옛 사람들 생각부터
나는 누구인가 여기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까지.
이제 가을 초입인데 저도 슬슬 가을타기 시작하나 봅니다.
옛 생각이 나는걸 보니.
 
1년 전 딱 오늘.
저는 배낭 두 개 덜렁 짊어지고 낯선 땅으로 떠났어요.
여행은 제법 해 봤지만 배낭여행은 처음이었어요.
영어도 못하고 그렇다고 내 몸 지킬 뭐 하나 없는데
뭔 용기였는지.. ㅎㅎ
떠나기 전까지 정말 많은 생각과 걱정거리 한아름이었는데
막상 딱 한 발 내디디니 괜찮습디다.
영어 안되면 손짓 발짓
심지어 길을 잃고 돈 잃고 카드 잃고
별의별 일을 다 만났는데
그때마다 또 감사한 도움의 손길들도 만나고
생각지 못한, 하지만 내 인생에 참으로 위로가 되는 인연들도 만나고
그렇게 우여곡절 겪으며 발길 가는대로 정처없이 다녀봤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니,
세상은 여전히 바뀐게 없는데 나 자신은 조금 변해있더군요.
예전에는 그저 살아내기 바빴고 다치면 상처 싸매느라 바빴고
아프면서도 그냥 혼자 끙끙, 때로는 아픈 것을 스스로 외면하기도 했고.
뭐 그랬네요.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내가 나 자신에게 건넵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그리고 한 번 더 건넵니다.
괜찮지 않아, 괜찮지 않아, 괜찮지 않아.
그러니까, 괜찮지 않아도 돼. 안 괜찮아도 돼.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를 해 줄 줄도 알아야 하고
괜찮지 않으면 안 괜찮은대로, 괜찮은 척 안해도 되고.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시간이 데려가더라구요.
중요한 건 지금의 나를 내가 외면하지 않는 것.
무던히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굳이 노력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도 필요한 법.
 
그러니까, 괜찮아요. 괜찮지 않아도 돼요.
 
괜시리 가을 바람 타서 이런 오글 토글을...
나중에 이불킥 하고 싶을 때 지우러 오겠슴다...
그러니까!!! 가을이라 외로우니 우리 모두 따뜻하고 몽글 몽글한 섹스를 합시다???
Red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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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gasm 2018-09-12 23:58:15
저도 더 늦기전에 가봐야 할텐데요.. 배낭여행
야쿠야쿠 2018-09-12 05:21:22
새벽에 깨서 새벽감성으로 읽으니 글이 너무 울컥해요.. 괜찮지않아도돼 라면서 이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토닥토닥 위로해주는 말씀들이 너무 좋네요..ㅎ 마지막 몽글몽글한 섹스까지 챙겨주시고ㅎㅎ 저의 가을은 어느 때보다 행복할 예정이라 벌써부터 설렙니다♡
Red글쎄/ 야쿠야쿠님께 토닥 토닥이 되었다니 그것만으로도 저는 이불킥은 면했네요 ㅎㅎ 이 가을, 행복할 예정이라니! 그 말만으로도 제 마음도 설레네요. 콩닥 콩닥 몽글 몽글 설레는 가을의 행복을 만끽하시길 바래요!
ThumbNam 2018-09-12 05:13:53
한국은 요즘 날씨가 많이 풀렸나요?
보기만 해도 피부로 느껴지는 글이네요
흙냄새 살짝 섞인 바람 맞으며 산책하고싶어요
Red글쎄/ 썸남님 한국이 아니셨나보네요. 어디실까요. 궁금해지는데요? ㅎㅎ 한국은 요즘 정말 전형적인 가을입니다. 파랗고 높은 하늘, 몽글 몽글 하얀 구름들, 아침저녁 찬바람, 낮에는 따사로운 햇빛. 너무 좋아요.
ThumbNam/ 얼마 전에 지금 있는곳으로 왔어요. 여기는 한국보다 조금 더 선선한것같아요. 아침저녁 춥기도 하고.. 이제 곧 다가올 혹한을 생각하니 내 가을을 한국에 두고 떠나온 느낌이 드네요. 쓸쓸함을 느낄 가을이 없는것도 꽤나 쓸쓸하네요. 여기에 있는 좋은 느낌들을 느끼려 노력해봐야겠어요
후유 2018-09-12 03:15:40
일단 덥지 않아서 참좋은 요즘이에요
선선하니 여행가기 딱좋은 날씨네요
오늘은 제 생일인데 미리 여행생각좀 해둘걸 하기도하고ㅎㅎ
몽글몽글한 섹스대신 뭉글뭉글한 마음입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마음먹기가 어려운것같아요
하도 덜렁대는 성격이라 홀로 해외여행은 엄두도못내내요
그래서 더 멋있으세요 ㅎㅎ
우리 괜찮지않아도 괜찮아요
유후후h/ 생일 축하드려요.
Red글쎄/ 어맛!! 후유님 생일이세요? 우와아아아! 이런 좋은 계절에 태어나셨다니 너무 축하드려요. 혼자 여행은, 시작하기가 어렵지 처음 한 발만 내디디면 그 다음부터는 너무 중독적이랍니다. 저도 꼼꼼한 인간도 아니고 늘 덜렁거려서 다치고 잃어먹기 일쑤지만, 사실 그런 성격이 오히려 여행에 더 적합한 것 같아요. 덜렁거려서 길 잘못 든 순간, 그 여행지의 진짜 모습을 만나게 되거든요. 언제고 한 번 도전해 보세요. 그리고 여행은, 원래 하루 전날 급 결정해서 배낭 하나 덜렁 메고 가는 거랍니다 ㅎㅎ 도즈언~ 콜?
야쿠야쿠/ 후유님 생일시구나! 생일축하드려용 ㅎㅎㅎ 오늘은 누구보다 더 행복날이 되길 바랄게여♡_♡
검은전갈 2018-09-12 02:26:12
흘러가는대로 두면 어떻습니까.
항로를 조금 벗어나더라도 나침반이 있다면 목적지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 것을요.
스스로를 잃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멋진 인생을 살 수 있겠지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Red글쎄님은 그러실 것 같네요. 멋지십니다. ;)
Red글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속도가 아닌, 나만의 속도로 가는 것. 하지만 그건 참 힘든 것 같네요. 검은전갈님도 충분히 멋지십니다!!
akrnlTl 2018-09-12 01:06:38
뭐든 우리 마음대로 해요.
괜찮은것도 괜찮지 않는것도
저도 그럴께요 :)
고맙습니다
Red글쎄/ 글티요. 케세라세라~ 사람들이 될 대로 되라.. 라고 알고 있지만 케세라세라는 사실 더 깊은 의미가 있죠. 마귀씨도 케세라세라~
akrnlTl/ 그럼요~ 알죠? :)
마사지매냐 2018-09-12 00:56:48
섹스는 모르겠고 전 일단 여행이 코앞인데 아직 숙소 예약도 안했네요. 너무 돌아댕기다보니 이젠 그냥 알아서 될거야 닥치면 하겠지라는 생각에 걱정도 안되요. 그나저나 가을날씨 참 좆네요. 겨울먼저 맛보러 다녀옵니다.
Red글쎄/ 저도 예전부터 여행은 늘 닥쳐서 갔던 것 같아요. 하루 전날 비행기표 끊고 간 적도 있어요 ㅋㅋ 원래 여행이란, 닥쳐서 가는 맛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작년 여행 다닐 때도 하루 전날 버스표 끊어서 국경 넘은 적도 있고, 다음 행선지 안 정했다가 다른 여행자 이야기 듣고 급 행선지 변경한 적도 있고. 그게 여행의 참맛인 것 같네요. 겨울 맛보러 가신다면 추운 곳으로 가시나봐요? 부럽네요. 잘 다녀오세요!
키매 2018-09-12 00:38:25
요즘 날씨때문인지 사람 가려 만나라고 하더라구요  이런날씨엔 같이 30분만 걸어도 사랑에 빠질거라며 ㅋㅋㅋ
Red글쎄/ 크으... 그렇게라도 사랑에 함 빠져보고 싶네요. 지금쯤 사귀기 시작하면 클스마스 때 100일을 맞이하려나... ㅋㅋ
SilverPine/ 오옷...?
키매/ 글쎄, 실파/ 맘에 드는 사람과 밤거리를 거리를 걸어봐요 ㅎ
SilverPine 2018-09-11 23:42:07
글쎄님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몽글몽글한 밤입니다.
(와인마셔서 그런거 아님) 

내려놓고 훌쩍 떠나는거 거 아무나 하는거 아닙니다.
글쎄님의 단단함엔 이유가 있었군요.
따봉입니다.
Red글쎄/ (킁킁.. 어디서 와인 냄시가..) 제가 하도 단단해서 돌대가리라 불린적이...(이런 아무말이라니..) 거 훌쩍 떠나는거 생각보다 암것도 아니더이다. 괜히 쫄았어!!! 싶은.. ㅎㅎㅎ 그래서 네팔까지 흘러 흘러 히말라야에서 XX잎 피는걸 목격했다는 뒷이야기가.. ㅋㅋㅋㅋ
Janis/ 얼마 전에 다른 모임서 본 친구가, 인도여행을 갔다가 만난 여행객들과 대화 중에 네팔 안나푸르나가 가는 것이 평생 소원이다! 라고 했더니 그럼 바로 가자고 하더랍니다. 그리고 얼마 후, 베낭에 팩소주 잔뜩 담아 네팔에서 그들과 조인해서 세월을 낚으며 주변 풍경을 다 둘러보며 안나푸르나를 올라갔다 내려왔다고 하데요. 생각보다 소원을 이루는 건 그냥 실행하는 작은 용기면 되는 것 같더라! 그래서 지금은 또다시 열심히 일하는 중이다! 라고 말하는걸 들었는데... 글쎄님도 멋지십니다! :-)
Red글쎄/ 네팔 그까이거, 히말라야 그까이거, 안나푸르나 그까이거 ㅋㅋㅋㅋ 생각보다 오르는건 쉬웠어요. 물론 동네 뒷동산 수준이 아니라 고산병에 이것 저것 위험이 따랐고 내려와서는 도가니가... 쿨럭.... ㅋㅋ 그래서 정말 친구분 말씀처럼 작은 용기 한번이더라구요. 딱 첫 발 내딛는 것. 어디를 가나 늘 그거였어요. 처음 한 발이요.
Janis/ 안나푸르나를 오르내릴 때 지나쳤던 한국분께서 그러더래요. 자연에 겸손해라. 젊음만 믿고서 빨리 오르려고 욕심내지 마라! ㅎㅎ 그 이유를 내려오고 나서 알겠더래요! 빨리 오르려 서두를수록 오르기 위해 힘을 쏟았던 기억과 후들거리는 체력만 남을 뿐, 그 멋진 풍경에 대한 기억이 담기질 않는다는. 그래서 문득 동행들에게 고맙저랍니다. 그리고 삶도 그런것 같다는.. :-) 전 아직까진 홀로 여행초보라 국내만 단기로 다녀봤는데, 백업 확실히 해두고 해외나 국내을 장기로 다녀봐야겠단 목표가 생겼어요. 귀뚜라미 귀뚤거리는 가을밤, 평안한 단잠에 들기로 해요! 그리고 글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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