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가을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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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참 하늘이 좋아요. 낮뿐만 아니라 밤하늘마저도. 사람 마음을 몽글 몽글하게 하네요. 꼭 이런 계절만 되면 괜시리 이런 저런 생각이 들죠. 사색의 계절이라는 말에 어울릴 만큼 평소 안 하던 옛 사람들 생각부터 나는 누구인가 여기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까지. 이제 가을 초입인데 저도 슬슬 가을타기 시작하나 봅니다. 옛 생각이 나는걸 보니. 1년 전 딱 오늘. 저는 배낭 두 개 덜렁 짊어지고 낯선 땅으로 떠났어요. 여행은 제법 해 봤지만 배낭여행은 처음이었어요. 영어도 못하고 그렇다고 내 몸 지킬 뭐 하나 없는데 뭔 용기였는지.. ㅎㅎ 떠나기 전까지 정말 많은 생각과 걱정거리 한아름이었는데 막상 딱 한 발 내디디니 괜찮습디다. 영어 안되면 손짓 발짓 심지어 길을 잃고 돈 잃고 카드 잃고 별의별 일을 다 만났는데 그때마다 또 감사한 도움의 손길들도 만나고 생각지 못한, 하지만 내 인생에 참으로 위로가 되는 인연들도 만나고 그렇게 우여곡절 겪으며 발길 가는대로 정처없이 다녀봤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니, 세상은 여전히 바뀐게 없는데 나 자신은 조금 변해있더군요. 예전에는 그저 살아내기 바빴고 다치면 상처 싸매느라 바빴고 아프면서도 그냥 혼자 끙끙, 때로는 아픈 것을 스스로 외면하기도 했고. 뭐 그랬네요.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내가 나 자신에게 건넵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그리고 한 번 더 건넵니다. 괜찮지 않아, 괜찮지 않아, 괜찮지 않아. 그러니까, 괜찮지 않아도 돼. 안 괜찮아도 돼.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를 해 줄 줄도 알아야 하고 괜찮지 않으면 안 괜찮은대로, 괜찮은 척 안해도 되고.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시간이 데려가더라구요. 중요한 건 지금의 나를 내가 외면하지 않는 것. 무던히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굳이 노력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도 필요한 법. 그러니까, 괜찮아요. 괜찮지 않아도 돼요. 괜시리 가을 바람 타서 이런 오글 토글을... 나중에 이불킥 하고 싶을 때 지우러 오겠슴다... 그러니까!!! 가을이라 외로우니 우리 모두 따뜻하고 몽글 몽글한 섹스를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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