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선 (10월 독서모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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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월이 끝나가네요. 시간 넘 빨라.. 아무도 안 시켰는데, 후기 작성의 의무감이란…ㅡㅡ; (늘 그렇듯.. 독서모임 후기는 길답니다.) 암튼 10월 모임은 모두들 가을맞이 야외에서 하고 싶어 했으나 결국은 실내를 선택했어요. 추워서…ㅎㅎ 대신 풍경이 매우 좋은 곳! 역시 독서단 분들은 집중력이 어마어마하시더군요. 창문 따윈 없는 듯 토론 (사실은 수다)이 진행되었답니다. (끝나고 단장님의 권유로 그제야 다들 창밖을 봄) (둘다 단장님 인증샷.. 이에요 ㅎㅎ) 붉은선 책소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 임신중절 경험에 대한 증언을 시작으로, 데이트 폭력, 데이트 강간, 첫 경험, 첫 자위, 첫 오르가슴, 성폭력, 성추행, 성노동, 폴리아모리, 비혼, 비출산 등 사적인 것으로 탈락되어온 이야기이다.
[알라딘 제공]지극히 사적인 것으로 보이는 경험이 발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각 개인이 갖고 있는 ‘붉은 선’을 인식하게 해주고, 이를 넘어설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붉은 선’은 사회가, 그리고 우리 자신이 만들어놓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금기·억압·낙인이자 임신테스트기의 붉은 선 두 줄이다. 10월 책은 제가 예전에 추천한 책이 선정 되었는데요. 추천한 이유는 여성분들에게는 전혀 생소하지 않은 흔한 이야기들이라 위로가 되어주는 지점이 있었구요. 남자 분들에게는 아마 쉽게 들어 보지 못한 이야기일 듯해서, 읽고 느끼는 점이 다를 것 같아서 였어요. 작가가 깊은 식견을 가지고 훌륭한 문체로 완성한 책은 아니구요. 그래서 크게 배울 점이 있다기 보다, 우리나라에서 한 여성이 본인의 섹슈얼리티를 이정도 솔직하게 고백한 책이 드물어서 저에게는 신선했습니다. 저희의 수다는 프라바리님께서 정성스런 후기에 써주신 것 과 같은 내용들이 진행되었어요. 섹스와 자위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했는데요. 모두들 신나게 대화하셨던 듯... 개개인의 섹스와 자위를 바라보는 시각을 알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었어요. 남성분들이 평소 살짝 억울하셨던 지점도 하소연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남자들은 섹스 후 친구들에게 자랑하듯 경험담을 공유하는 것으로 종종 오해받고 있는데 아니라고… 특히 오르가즘은 남녀 불문하고 연기를 한 경험이 있다는 고백들이 있었구요. ‘우리는 왜 연기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했네요. 또, 여성용 포르노와 링크 공유도… ㅎㅎㅎ 섹슈얼리티의 관념 형성과 유년기 성장 환경 - 성장 환경을 비롯한 여러 경험이 과연 타고난 기질 보다 중요한가에 대한 이야기 정치 진영과 페미니즘 - 과연 페미니즘은 좌파만의 이념인가. 정치 진영과 상관없이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는 없는가. 이 책에서 작가는 여성의 성 주체성을 말하기 위해 여러 섹스 경험을 밝힙니다. 그 중 몇몇의 섹스는 원치 않았고 싫다고 말 할 수 없었으며, 돌이켜 보니 그것은 폭력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작가는 왜 싫다고 말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몇몇 분들은 같은 경험을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 점에서 답답하다는 의견을 내 주셨어요. 혹시나 해서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희는 절대 가해자를 옹호한 것도 피해자가 조심했어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른 곳에서 쉽게 말 할 수 없기도 하고, 정말 안타까운 마음에 작가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한 이야기임을 분명히 하고 싶네요. 저도 계속 이 물음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왜 작가는 (또 우리는) 싫다고 쉽게 말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날의 독서단의 대답은 ‘학습된 무기력’ 이었습니다. 가해자의 처벌보다 피해자에 대한 관심과 비난 7월 독서단 책인 ‘조선의 섹슈얼리티’에서나 보고 싶은 순결 이데올로기 등이 이렇게 만든 이유들 중 하나이겠지요. 또한, 가부장적 사회에서 학습된 성 역할과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처한 여성으로 살아오다 보니 의식적으로 그러지 않으려고 극복하려고 부단히 노력을 해도 이성과의 관계에서 수동적인 태도가 자신도 모르게 남아있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애초에 합리적인 사고라는 것이 그 상황에도 쉬이 될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폭력의 피해자들이 ‘다만 그 순간이 끝나기만을 소원했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작가도 그냥 그 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학습된 무기력과 여성들의 저항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예전에 단장님(유후후h)이 쓰셨던 글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서 링크 걸어 두겠습니다. http://www.redholics.com/red_board/view.php?bbs_code=talk2&bd_num=75837 관심 있는 분들은 원문도 좀 길지만 읽어보면 좋으실 듯.. 단장님이 요약하신 한 구절 가져다 씁니다. 상황을 피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그것이 실패로 귀결되는 일을 반복적으로 겪게 될 때, 대항하려는 의지를 버리게 되는 심리를 일컬어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 한다. 피해자의 침묵은, 현장의 비윤리성을 반복적으로 대면한 개인들이 무기력을 체득한 상태에서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서 선택한 방어적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30-32쪽, 편집) 그리고 종종 독서 단에서 뵙는 실XXX님 말씀. “말하는 사람, 드러내는 사람 (혹 피해자)들을 이상하게 보는 그 시각, 이 모든 것이 문제의 본질을 덮게 한다. 성폭력이든 사회 문제든..” 제 개인적으로 느낀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작가의 글과 위에 단장님이 소개하신 논문의 한구절로 대신하면 좋겠어요. “ 나를 양보하지 않으려고 쓴다. 세상의 이름과 규정이 더는 나를 대신하지 못하도록 이름을 뚫고 말을 거는 거다” (붉은선, 11쪽) 여성들은 이 ‘고발로서의 말하기’ 과정에 서 동일한 경험을 토로하는 수많은 타인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피해 사례가 품고 있는 위계 폭력의 전형적 징후들을 인지한 후, ‘고통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치유의 순간을 맞이한다. (SNS 해시태그를 통해 본 여성들의 저항 실천, 5쪽) 이번 책이 이야기 할 거리를 많이 주어서 그런지 저희는 공식(?) 모임 시간을 마치고도 한 시간 혹은 좀 더 수다의 시간을 가졌네요. 아마 그냥 뒀더라면 몇 시간이고 더 얘기 했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무엇보다 남녀의 시각 차이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어서 개인적으로 재미있었구요. 레홀이 아니었음 힘들었을 이야기들을 다양한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계신 분들과 나눌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네요. 말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다른 분의 이야기 듣는 것만으로도 참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예쁜날 왜 독서해요. 나가야지. 하늘도 보고 바람도 맞고 :) 다들 쓸쓸한 가을 만끽 하세요! (다 외로워라! 그런 거 아니에요 :p) 곧 겨울일거 같아요. ㅠㅠ #맥락있는 글쓰기는 대체 언제쯤 ㅠㅠ #실XXX님은 독모에서 사라짐. 어디갔어 #르메기님 반가웠어요 <참가자 한줄평> 르네- 글 후반부로 갈수록 성숙해지는 작가를 느낄 수 있다면 재미를 느낄 책 (8점) Maestro- 체험적 이야기들, 흥미롭지만 물음을 던지는 주제, 그러나 한국페미니즘의 한계도 분명하게 보이는 도서. (6점) 유후후h- 인생 항로의 중간 그 어딘가에서 고백하는 달고 쓴 맛 / 7점 오늘밤새- 자신의 경험과 군살없는 문장으로 표현한 가치있는 자기 주장 / 7점 보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 8점 야진- 섹스와 관계에 대한 여성저자의 용기있는 고백과 성찰 그리고 제언/8점 akrnlTl- 친한 친구의 고백, 공감 그리고 위로 /6점 하눌- 쉽게 풀어냈지만 그저 가볍지만은 않은 작가의 일기 /8점 Red 글쎄- 다르지 않은, 보편적인, 고백과 위로 / 6점 프라바리- 특별하지만 흔한 이야기, 용기있고 가치있는 고백 /6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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