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일탈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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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워스모어 대학의 케네스 거겐(Kenneth Gergen)은 <어둠 속 일탈(deviance in the dark)>이라는 흥미로운 실험 하나를 진행했다. 완전히 모르는 남녀 다수를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밝은 방과 어두운 방에 1시간 동안 머물게 하였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관찰하였다. 실험에 앞서 간단한 공지를 하였다. “한 시간 동안 당신은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있습니다.
1시간이 지나면 한 명씩 그 방을 떠나게 될 것이고 그 방에 있던 사람들과 다시 마주칠 일은 없을 것입니다” 밝은 방에 들어간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거리를 유지한 체, 대화를 나누기 적합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1시간 내내 각자 가까운 사람과 일상적인 대화가 오고 갔고 그 외의 행동은 없었다. 반면 어두운 방에 있던 사람들의 행동은 달랐다. 초반에는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듯했으나 30분 정도가 지나자 대화가 사라지고 신체적 접촉(밀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접촉의 수위는 높아졌고 밀착을 넘어 서로의 몸을 만지기도 하고 일부는 포옹과 키스를 나누기도 하였다. 실험 후 어두운 방에 참가한 사람들을 살펴보니 거의 모든 사람이 의도적으로 신체적 접촉을 하였고 대부분의 사람이 성적 흥분을 느꼈으며 서로간의 친밀도가 높아졌다고 답하였다. 어둠은 사람들의 심리적인 방어기제를 약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곁에 있는 사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 상태가 되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을 느껴 자연스럽게 대담한 행동을 한다. 무엇보다 이 후에 마주칠 일이 없다는 사실에 그들은 본능대로 행동할 수 있었다. 실험 환경을 커뮤니티 활동에 빗대어 보면, 어둠은 익명성의 긍정적인 면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누구도 내가 누구인지 알 필요가 없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나의 본성을 드러낼 수 있다. 이러한 일탈 행위를 통해 해방감을 느끼고 더러 친밀감을 나누기도 한다. 물론 실험은 통제하에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허용 가능한 행위의 크기를 보았을 때 실험 환경과 커뮤니티 간의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모든 행위가 허용될 수 있다고 하여 아무 행위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바람직한 일탈은 평범한 일상이나 나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 해방감을 느끼는 것이다. 누군가가 그 대상이 된다면 그 행위가 서로 참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 지양해야 하는 일탈은 상당 부분의 사람들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일련의 규범에 과하게 어긋나는 행위일 것이다. 누구에게는 어둠이 안도감보다는 불안감으로 다가올 수 있고 이에 따라 다른 양상의 대담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일탈의 환경이 지속되기 위해선 일탈의 방향이 어느 정도 맞춰져야 한다. 이 곳의 일탈은 나에게 친밀감과 적잖은 상실감을 선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일탈을 이어왔으며 나 또한 그러한 노력의 수혜자이다. 일탈의 방식은 다양하더라도 지속가능했으면 좋겠다. 이곳에서의 바람직한 일탈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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