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해도 될까요? (2월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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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끝나갑니다. 싫어하실 분도 있겠지만 그냥 조금 천천히 끝나면 좋겠다 싶어요 이번 겨울은. 코가 시린 추위도 하얗게 소복이 내린 눈도 그 땐 귀찮았지만 벌써 끝이라니 좀 아쉬워서... 2월의 독서 모임은 어느 날 좋은 그러나 너무 추웠던 토요일 홍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너무 피로감이 몰려와 이번 모임에선 조용히(?) 경청하고 왔습니다. :) ‘한번 해도 될까요?’라는 책이었어요. 슈퍼스타박님께서 후기에 쓰신 것처럼 대리 파트너라는 직업을 가진 ‘셰릴’의 자서전 성격의 책이었습니다. 제목을 제외하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어요. 한국에서의 책 제목은 전혀 내용과 상관이 없네요. 원제는 ‘the intimate life : Sex, Love and My Journey as a Surrogate Partner’ 인데 차라리 원제를 살리는 게 낫지 않았나 합니다. 대리 파트너는 우리에게는 좀 낯선 개념이죠. 신체적 정신적인 문제로 성 기능 및 섹스가 어려운 사람들을 치유하는 직업입니다. 실제 여러 단계를 통해 진행되고, 필요하면 삽입하는 과정까지 진행하면서 치료와 가르침을 준다고해요. 80년대 에이즈라는 새로운 공포에도 대리파트너로서 소명의식을 포기하지 않는 작가의 모습에서 대리파트너라는 일에 대한 흥미가 생겼습니다. 모임 도중에 나온 이야기인데요 우리나라에선 언제쯤이면 직업으로 생길까요? 생긴다면 할 의향은? :) 직업으로 인정하려면 매춘과의 차이점을 제대로 밝혀야 하는데, 과연 매춘과 섹스 파트너는 어떻게 다른가? 과연 정말 다른가?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저는 책에서 본 구절이 제일 좋은 대답인 거 같아 옮깁니다 예컨대 창녀에게 가는 것은 레스토랑에 가는 것과 같다. 메뉴에서 음식을 선택해 먹고 그곳을 떠나면 주인은 우리가 또 오기를 바라고 친구들에게 입소문을 내주기 바란다. 반면 대리 파트너를 찾는 것은 요리 학교에 가는 것과 같다. 레시피를 배우고 조리 기술을 개발하고 미각을 넓히고 나서 우리는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하여 세상에 나간다. 모든 게 잘된다면, 우리는 같이 식사를 하는 선택된 파트너들에게 계속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P260 책은 다양한 사람들의 치유 과정과 또 작가 개인의 삶을 말해줍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사례들과 독서 모임에서 진행한 이야기들 몇 가지 소개 드려요. 장애인의 성생활 책의 시작인 얼굴만 움직일 수 있는 중증장애인 마크 이야기입니다.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인 마크는 장애인과 성을 주제로 기사를 쓰기 위해 셰릴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셰릴을 통해 섹스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죠. (이 경험은 훗날 마크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수잔을 만날 때 도움이 된답니다) 독서단에서는 우리나라에선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살짝 얘기해봤어요. 장애인만을 위한 성 노동 제공의 합법화 까지는 아니라도 자위기구 혹은 자위를 도와주는 자원 봉사 정도는 어떨까.. 섹시고니 대장님도 이 문제에 관심이 많으셔서 자위기구 개발을 고려해봤지만, 너무 많은 종류의 상품을 만들어 내야하고 그 노력에 비해 수익 창출은 힘들어서 개인의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하셨어요. 과거의 저는 장애인도 성생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식욕과 수면욕은 당연한데 왜 성욕은 제외하고 생각한 걸까요? 신체적 정신적 이유로 해소되지 못한 욕구 때문에 문제(성폭력 등)가 생기고 이를 해결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세계 곳곳에서 제시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 노동을 제공하는 전문 기관 혹은 그것을 연결해주는 기관을 가진 나라들도 있구요. 독일에서는 단순한 성적 욕구 해결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 만나고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워크샵(에로틱 워크샵erotic workshop)도 있어요. 다양한 장애인들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이 존재한답니다. 물론 섹스 동행자(도우미 – 단순히 성행위를 도와주는 것이 아닌 책에 나오는 대리 파트너 개념)가 되기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라고 하네요. 네덜란드 같은 경우는 성 관련 전문 연구 기관도 두고 있답니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단순 욕구를 해소뿐 아니라, 이성과 만나 대화하고 인격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요. 모든 사람에게 성욕 혹은 섹스는 단순한 욕구만은 아닌가 봅니다. 그들의 섹스에 대해 너무 성욕 해소 방법만 생각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네요. 누구나 교감과 관계를 통한 다양한 욕구 해결이 가능할 방법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의 성을 다시 말하다 https://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5925) 이 챕터는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어요. (영화 보시면 굉장히 좋아요! ) ‘세션: 이 남자의 사랑법’인데요. 또 번역이 너무 별로네요. 원제인 세션(session)이라고만 하는 게 차라리 낫지 않았나..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영화에 나오는 마크의 시입니다. 셰릴에게 감사를 표하는 시였고, 마크가 사랑한 여성을 위한 시였어요. (평범한 모두를 위한 사랑의 시- Love poem to no one in particular) let me touch you with my words for my hands lie limp as empty gloves let my words stroke your hair slide down your back and tickle your belly for my hands, light and free flying as bricks ignore my wishes and stubbornly refuse to carry out my quietest desires let my words enter your mind bearing torches admit them willingly into your being so they may caress you gently within 나의 말들로 당신을 만지게 해주세요 나의 손은 빈 장갑처럼 늘어져 있기에 나의 말들로 당신의 머릿결을 쓰다듬고, 당신의 등을 타고 내려가 당신의 배를 간질이게 해주세요 브릭스처럼 가볍고 제멋대로인 나의 손은 나의 바람을 무시하고, 가장 조용한 나의 욕망을 완고하게 거부하기에 나의 말들로 당신의 마음으로 들어가게 해주세요 횃불을 들고 기꺼이 당신에게로 향하는 나의 말들을 허락해 주세요 그래서 당신 안에서 그 말들이 당신을 부드럽게 어루만질 수 있도록 래리와 에스터 70세가 넘은 래리는 어렸을 때는 성공을 위해 또 어머니의 교육으로 인해 이성과 가까이 지내지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성공 후에는 이미 꽤 나이가 들었고 이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친밀감을 맺는 데 실패 했으며 어떤 강박으로 이성과의 섹스 뿐 아니라 스킨쉽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70세가 넘은 나이까지 섹스 경험 없이 셰릴을 찾아오게 되고 마침내 경험해요. 이 챕터의 제목은 ‘늦더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입니다. 에스더는 건강상의 이유로 성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남편을 둔 84살의 여성입니다. 남편과는 더 이상의 섹스가 불가능하지만 사랑하기에 다른 남자를 만날 순 없었으므로 에스더는 자위기구를 선택하게 됩니다. 셰릴에게 도움 받아 몇 가지 기구를 구입 후 고백을 해요. 이제 그것이 자신의 새로운 절친이라고...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래리는70이 넘었어도 한번은 경험하고 싶었고, 욕구가 사라질 법도 한 나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에스더는 여성용 자위 기구를 선택합니다 12월 독서 모임의 책 ‘11분’의 저자인 코엘료도 고백하지요. 성(sex)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1월 성의 역사에서도 어느 시대 어느 순간의 중심에 있던 성(sex). 성 담론에서 소외된 노년의 욕구와 사회적 문제 등에 대해서 논하고 싶었습니다만.. 도대체 성욕 그리고 섹스는 인간에게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되었어요. 욕정의 노예에서 해방되는 날은 육체의 건강이 다하는 방법 말고는 없는 걸까요? 우리 세대가 나이 때문에 섹스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늙으면서 몸은 변한다. 하지만 그것은 성과 관련하여 단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백발이 된 친구들, 동료들과 함께, 나는 성생활의 에필로그가 아니라 새로운 챕터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P343. 작가는 개방형 결혼을 경험한 사람입니다. 이는 결혼 후 부부가 상대에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허락하고, 그를 외도로 보지 않는다는 계약 상태로의 결혼을 말해요. 너무 사랑해서 그를 놓을 수 없었기에 처음 남편의 방식을 따랐고 그 선택을 감당해 내면서 힘들었던 것들 그리고 결국엔 그를 놓게 되는 과정을 솔직하게 고백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모든 시간을 겪으며 결국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셰릴은 참 매력적인 사람이네요. 폴리아모리, 폴리가미 등은 모임에서 매번 꼭 이야기하는 것들입니다. 일부일처제와 관련된 주제는 대장님께 건의해서 한번 제대로 하고 이제 그만 이야기 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어요. ^^ 그 외에도 아름다운 몸(관련하여body positive), 올바른 피임법 등 다양한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었습니다. 책 몇 구절 소개해드려요. 내가 이 책을 쓴 데는 한 가지 목표가 있다는 사실을 내입으로 이야기 해야겠다. 나는 이 책이 성에 대한 개방적이고 솔직한 대화가 가능해지는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했으면 한다. 또한 어느 나이 대에 있든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성을 주장할 줄 알고 또한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만족스럽고 애정 어린 성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내 경험상 그러한 성은 강한 교감과 자존감,탐색의 의지가 있을 때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 세 가지로 이어질 수 있는 솔직하고도 과감한 의식을 일깨우는 것, 그것이 나의 목표이다. P16 젊은 시절 처음으로 나는 미의 개념이 얼마나 비 고정적인지, 완벽한 몸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당시에는 삐쩍 마른 몸이 이상형이었다가. 그보다20년 전에는 마릴린 먼로 같은 사람이 완벽한 몸매의 전형으로 손꼽혔다. 나는 약간의 조사를 하여1800년대 후반의 섹스 심벌인 릴리언 러셀이 가끔은 몸무게가90킬로그램이나 나가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은 아름다움과 완벽함에 대한 비현실적이고 고도로 조작된 기준으로부터 나 자신을 해방시키는 과정의 시작이었다. 나는 완벽한 몸이란 정확히 정의 내리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설령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평생을 함께 할 몸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데 완벽함 이란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다. P171 내가 ‘안전한 섹스’에 대해들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나중에는 이 말 대신 보다 정확하게 ‘더 안전한 섹스’라는 말이 쓰이게 되었다. 중략 콘돔은 이제 필수였다. 안전하기를 원한다면 보호되지 않는 익명의 섹스와는 작별을 고해야 했다. 새로운 시대는 우리에게 강요된 것이었고, 우리의 선택은 단호 해야 했다. 우리의 사고는 그 어느 때보다 진보적이었으나, 우리의 행동은 훨씬 더 보수적이 되어야 했다. P268 (ex단장님은 왜인지 꿀꺽꿀꺽에 집착하시어서 종이컵도 함께...) 몇 달간 독서 단에서 읽은 책이 성(sex) 관련 책이라 그런지 섹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네요. 레홀러 여러분에게 섹스는 어떤 의미인가요? 누군가 섹스는 물리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몸과 체액이 비비고 섞이면서 그 안에 내재된 여러 감각이 다양한 방법으로 작동이 되어 충동, 환희, 짜릿함을 주는 단순한 행위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에 저는 물었습니다. 과연 그렇게 단순한 물리적 자극의 행위일까? 그렇다면 왜 수많은 사람이 그 후에 따라오는 감정에 대해 말 하는 것인지.. 오직 섹스만을 위해 누군가를 만나는 분들도 어느 정도 상대와 정서적 친밀감을 가지려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대리 파트너가 직업인 셰릴도 자신을 찾아온 의뢰인과 치료의 과정이었더라도 나눈 섹스 후에 생긴 애착이 고민이었다고 해요. 과연 우리에게 섹스란 뭘까요? 개인적으로 위에 소개해드린 에스더 이야기는 반가웠습니다. 동성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 우리의 미래인 완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종종 보게 되거든요. 완경이 되고 나이가 들면 성욕도 여성으로서의 삶도 끝난다는 두려움. 하지만 84세에도 여전히 자신의 성생활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성 친구 한 분은 성욕에 있어 여성들의 내구성이 더 좋은 것 같다며 부러워 하더라구요. 완경 후엔 원하지 않는 임신의 걱정으로 부터도 자유로워 지구요. 실제 남성과는 달리 여성의 성욕은 나이가 들어도 거의 감소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리고 완경 후 성욕이 증가하기도 한답니다. 우리나라의 성에 대한 억압적인 사회적 통념 때문에 욕망의 표현이 힘들어 그에 맞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것뿐.. 사실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여성, 남성을 포함한 모든 성(gender)이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편하게 자신의 욕망(범죄 제외)을 이야기 하지 못하죠. 자유롭게 이야기하자고 모인 레홀에서 조차 어떤 ‘검열’을 하게 되구요. 사생활과 사회적 평가가 분리되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며, 더더욱 건강한 방법의 욕망의 표현과 해소가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돌고 돌아 또 봄이에요. 물리적 시간은 일정하게 흐르지만 누군가에겐 아직 시린 겨울일테고 누군가에겐 벌써 그것을 이겨내고 꽃망울을 터트린 봄 일테고.. 속도는 다르지만 그 모든 순간들 속에 자신에게 진실 되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기를.. 11월의 책 ‘눈이야기’ 작가 조르주 바타이유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에로티즘은 죽음 속 까지 파고드는 생(生)이다.’ 마음껏 나만의 에로틱한 봄 되세요. akrnlTl- 매력적인 대리 파트너 셰릴의 인생 여정을 통해 우리도 위로 받는 책 (8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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