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안 해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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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안 해본 여자.
안녕하세요. 정말로, 정말로 용기내어 이 글을 씁니다.
제 나이는 30대가 훌쩍 넘어버렸고, 제목에 썼듯이 섹스 경험이 없는 여자입니다.
어차피 절 아는 사람도 없고,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할 것도, 무언가 있어 보여야 할 필요도 없을테니
제가 가진 패를 까발려 보겠습니다.
어렸을적부터 외모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아주 못났거나 흉하지도 않은데. 그저 평범하고 또 때론 귀염직한 얼굴이었는데. 아이들은 다 예쁜데.
왜, 그런거 있잖아요. 동네 남자꼬맹이들이 못생겼다고 놀리는 거.
한 두마디 툭 툭 던지고 도망가는 그 말들이 그 아이에게 깊은 상처가 되었고, 이후에 열등감의 삶을 살아갔다는 아주 찌질한 이야기들.
여기에 더불어 친척오빠의 성추행 이야기도 빠질수 없죠. 제가 유치원때였는지, 자신의 자지를 제 손으로 쥐게했던 그 새끼의 성추행. 그나마 성폭력은 아니었고, 이마저도 일회성에 그쳤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러나 그렇게도 사소한 일처럼 보여 별거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 조차.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이어져왔다면 아마 놀랄겁니다.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성에 대해 둔감해짐으로 저를 보호하려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기에 외모에 대해 자신감 없음이 덧보태어지니 제 학창시절 이성관계가 어떠했는지 아마도 예측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드물게도 중고등 모두 남녀공학을 나왔지만, 그래서 친구들은 그렇게도 수두룩하게 고백하고 고백당하며 이성친구를 사귀어갔지만 저만 쏙 빠진 학창시절 이야기였죠.
외모에 자신이 없으니 혹시라도 사람들이 더 놀리거나 무시할까봐 공부라도 했습니다. 덕분에 공부는 꽤 했죠.
중고등 학교 생활도, 대학생활도 꽤나 활발히 활동을 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은 그렇게나 편하게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사귀고, 헤어지는 것이 하나의 순환 마냥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이어지는데 저는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이 이성관계만큼은 제겐 너무도 어려웠고 딴나라 이야기였습니다.
떠올려 보면 제게 호의를 보이던 남자도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있던 전 그들의 관심을 굉장히 부담스러워 했고, 순수하게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에이 설마, 나를 좋아한다고? 놀리는 거겠지.
오히려 처음부터 철벽을 처나갔던 것 같습니다.
대체 어디서 낸 통계인진 모르지만, 이성에게 적어도 일년에 한 두번의 대쉬를 받는다는 대학 통계앞에 저는 점점 더 작아졌습니다.
결국 남자친구를 한번도 새겨보지 못한채로 대학을 졸업했고, 사회로 나왔습니다.
전공과의 괴리감과 맨몸으로 내던져진 사회에서 꽤 오랜 기간 방황했습니다.
안전한 온실하우스에서 지금까지 자라오다 처음으로 내던져진 사회는 꽤 혹독했습니다.
우선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며 생존을 위한 돈을 벌었고, 빠듯하게 방세와 전기세 수도세 등등을 내기 시작했죠.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너만의 작은 세상을 벗어나기 위해선 혼자 여행을 해보라고.
반나절씩 용기내어 먼 동네를 다녀오기 시작했습니다. 반나절이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되었죠.
때론 돈이 없으니 히치하고 얻어먹고 얻어자면서 여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정처없이 떠돌고, 고민하고, 방황하다 20대 중후반이 되었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의 고민 끝에 지금의 일을 정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남자분에게 고백을 받았습니다. 평생 모태솔로로 살다가 처음으로 사귀게 되었죠.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한.. 두달쯤 갔으려나요.
자신감도 없었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좋아하는 마음도 많이 들진 않았죠. 그러니 어떻게 지속될 수 있었겠어요.
그 뒤로도 한번 더 비슷한 상황이 닥쳤지만, 역시나 비슷한 시기에 빠르게 끝이 나버렸습니다.
그렇게 또 몇년이 흘렀습니다. 30대를 훌쩍 넘겨버리게 된 거죠.
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들 그렇게 이성을 잘 만나고 섹스하고 즐기고 또 헤어지고 다음 만남들을 준비해 나가는지.
나는 왜 그렇게 되지 않는지. 왜그렇게 뭔가 장벽에 막힌 것만 같고, 어렵기만 한지.
지금까지 남자친구를 제대로 못 사귀고, 섹스 한번 못해본 제가 병신 같다가도.
그래도,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이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면서도.
뭐 그렇습니다.
알게 모르게 수십년 간 쌓여왔을 성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깨우고 싶고,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섹스의 권리를 즐겁게 누리고 싶기도 합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죠.
그 시작점만 넘는다면야 아주그냥 꽃을 피울겁니다.
이렇게 마음이 열리기까지도 참 오래 걸리긴 했네요.
모두의 건강하고 자유로운 섹스를 응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이 글을 올릴수 있을지 없을지 잘 모르지만. 글을 복사하고,‘등록’을 누르기까지 또 한번의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글로 표현했다는 것 자체에 시원함을 느끼네요.
스스로를 자축하며! 진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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