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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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알람소리에 깼다.
하지만 몸은 그대로 움직이기 싫었다. 이불밖은 위험하니까. 5분여가 흐른뒤에야 엄청난 의지력을 발휘해 이불을 박차고 기어 나왔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건식 면도를 했다. 수요일. 일주일의 중간의 무게를 견디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주말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억지로 상기시키며 치솔에 치약을 묻혔다. 가만, 중고등학교때도 등교준비하며 이런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도 힘든 아침시간에 조만간 다가올 시시한 이벤트를 기약하며 억지로 등교준비를 했었는데.. 어른이 된 나이에도 전혀 달라진게 없구나... 우린 무엇을 기대하는것일까? 무엇을 바라며 하루를 버티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이렇게 힘들게 회사에 도착하면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그다지 밝지가 않다. 그들은 무엇을 기대하며 자리에 앉아있는것일까?? 미래의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신기루 같은것을 기대하며 사는것일까, 그저 하루가 무사히 끝나기만을 바라며 사는것일까. 이 생각도 잠시, 엄청나게 밀려오는 업무를 정신없이 처리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야근여부를 고민해야하는 퇴근시간이다. 허허.. 하루가 지나감을 좋아해야 하는건가 아쉬워해야하는 건가 마음이 복잡해진다. "박과장, 오늘 한잔?" 잠시 고민에 빠진다. 당장 이 마음을 달래는 한잔의 댓가는 내일 아침 더 무거운 출근알람소리다.. "아니요 집에 일찍 들어가봐야해요" 웃으면서 거절한다. "에이~ 나도 일찍 들어가봐야돼. 가볍게 딱 한잔만해" 결코 가볍지 않은 술자리에 반강제적으로 참석한다. 술자리 얘깃거리야 어딜가나 정해진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입사면접 자리에서 열심히 하겠노라고 큰소리 치고 들어왔다는 사실은 새까맣게 잊은 채 현 상황의 불만들을 토로한다. 나는 반은 동조하고 반은 이런 아이러니를 생각하며 술잔을 부딪친다. 불만족에 대해 다른 선택들을 하지 않고 애꿎은 안주만 젓가락으로 휘젓는것은 딱히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티비에서 북유럽사람들의 행복은 언제나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잘 마련된 복지환경에 있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내 앞의 김차장님도 그런 환경이였다면 회사동료와 반강제적인 술자리도 만들지 않았겠지. 2차를 겨우 뿌리치고 나와 지하철 간당간당한 막차에 몸을 실었다. 모텔비는 아깝지 않지만 택시비는 무지하게 아깝다. 돈 몇푼에 출퇴근시간이 정해지고 라이프 패턴이 정해지는게 우리 사회라 생각하니 씁쓸했다. 나는 원하는 다른 삶이 있을까??? 딱히 없다. 사니까 사는거지..ㅎ 생각해보면 지금 삶도 그렇게 불만족스럽진 않다. 요즘같은 취업난 시대에 다닐수 있는 직장이 있잖아.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내일 아침 똑같은 패턴의 하루가 시작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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