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4월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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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월의 독서 모임 후기 입니다. :) 3월의 독서 단은 다음 책을 이야기하다 이번 달부터 살짝 일탈을 해보기로 결정했어요. 꽤 오랜 시간 책을 열심히 읽어왔으니 이 정도의 딴짓은 괜찮지 않을까 하며 그래서 시작된 인물 탐구! greatHa 님이 잘 정리해주신 것 같이 저희는 첫 번째로 마광수 교수를 만났답니다. 마광수라는 사람에 대해 많이들 아시나요? 간혹 레홀에서 볼 수 있는 이름이기도 하고, 어떤 레홀러에게는 꽤 괜찮은 문학가로 평가받기도 또 동경의 대상이기도 한 듯 보이는 그. 저는 사실 책 한권 읽은 적도 없었고, 간간히 인터뷰 혹 기사도 그저 쓱~ 그래서 성에 대해 꽤 솔직해서 억울한 작가 이자 윤동주 연구한 연세대 교수님 정도. 여러 권의 책을 읽고 모임에서 다른 분들과 얘기한 후 지금은 작가로서는 마광수는 지구오염의 주범이랄까요.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글을 쓸 자유는 있지만, 수많은 자기복제와 수준 이하 문장의 글이 굳이 종이에 쓰이는 건 너무 종이 낭비였네요. 어떤 소설은 시간이 너무 아까워 도중 읽기를 그만두셨다는 분도 계셨답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윤동주의 모든 것은 마광수 교수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데.. 윤동주 하면 떠오르는 ‘부끄러움’이 그의 발견이라니 학자 마광수로 남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에 그는 몇몇시에 대한 해석을 실어 놓았습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마조히즘을, ‘오감도’의 13인의 아해는 섹스에서 방출 되는 수많은 정자를 상징한다고 하니... 그의 해석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아니지만, 창작 보다 차라리 시의 재발견을 꾸준히 했으면 차라리 독자들에게 더 흥미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해요. 모임에서 저희는 ‘즐거운 사라’의 필화사건을 짚어봤습니다. 작품의 내용과 질이 어떠하던 출판 금지는 말이 안 된다는 일치된 의견이었어요.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고 그 평가는 법이 아니라 독자들을 통해 받는 것이어야 한다’구요. (그러면서 레홀에서 판매금지 해제를 하는 방법도 논의했다는... :) ) 또한 그의 성 평등 의식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여성을 성적 도구화 하며 성 인식이 왜곡된 사람이라는 자신의 평가에 “<즐거운 사라>는 한국 현대소설 가운데 최초로 여성의 능동적 성을 그려낸 페미니스트 소설이다. 그런 점에서 나야말로 진정한 페미니스트”라고 했습니다. 그의 책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에서는 다음과 같이 쓰기도 했네요.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남녀간의 불평등은 마땅히 개선되어야 한다. 중략. 성 문제에 있어 성적 쾌락의 주체를 남성으로만 보고, 여성은 오직 당하기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P134) 진짜로 야한 여자는 겉으로는 관능적 화장술로 남성을 즐겁게 하고 (물론 거기에는 충만한 즐거움뿐 아니라 미적 세련됨에 당연히 수반되는 건강한 나르시시즘이 보너스로 포함되어 있다), 안으로는 성적 욕구에 대한 솔직성과 함께 성적 욕구의 결과로 생겨난 자기 자식에 대한 모성애가 동시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 모성애는 단지 자기 자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 특히 모든 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성애이다. 그래서 속까지 야한 여자는 남자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남자들의 어리광과 투정을 받아 주면서 언제나 자애로운 포용성으로써 남자들을 보호하고 화육한다. (P45) 최초의 책인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에서는 야한 여자는 자신의 성적 욕구에 솔직한 여자이고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에 솔직한 여자 그리고 섹스에 용감한 여자라고 합니다. 또 몇몇 글과 말을 보면 그가 꽤 여성의 성적 주체성과 성 평등 의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에서 그는 여성의 욕구는 남자를 즐겁게 하고 사랑받기 위함이라고 해요. 또 이성에게 사랑받고 싶고, 이성의 눈에 뜨이고 싶고, 섹스어필하고 싶은 섹시함이 여성의 아름다움이라니... 자신의 몸과 마음의 욕망을 알고 그를 충족 킬 방법을 스스로 선택하여 결과에 책임을 지는 일 중 하나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그를 만족하게 하고 싶을 수는 있지만, 여성들의 모든 욕구가 그것일 수는 없지요. 마광수 교수는 성적 주체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나 합니다. 또한 자신이 정해놓은 아름다움의 기준에 동의하지 않거나 거기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에게 위선적인 사람 그리고 못생긴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아름다운 외모에 있어 각자의 기준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신의 취향과 다르다고 위선자 혹 추하다는 건 또 하나의 폭력이 아닐까 해요. 11월의 독서 모임에서 에로티즘의 거장 조르주 바타유 (Georges Bataille) 얘기를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있을까 하다 마광수를 살짝 언급했었어요. 바타유는 불연속적 존재인 인간은 끊임없이 삶과 다른 사람과의 연속성을 갈망하고 그를 위한 행위가 에로티즘이고 이는 죽음까지 파고드는 삶이라고 합니다. (11월 모임에서 눈(eye) 이야기의 눈이 상징하는 원이 이 죽음과 삶의 맞닿음을 의미하는 것 같다는 분도 계셨답니다.) 인간 존재와 에로티즘에 관한 철학이 그의 작품은 외설이 아닌 예술이고 그가 포르노그라피의 거장인 이유인 것 같아요. 반면, 마광수의 작품에서는 제가 느낀 그의 철학은 찾기 힘들었지만, 굳이 꼽으라면 성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싶다 정도.. 이마저도 어떤 분들은 솔직함에 대한 강박이 지나쳐 균형을 잃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예전 독서 모임 참석자 중 한 분(르메기님!)께서 “마광수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에 대한 인지 부조화가 싫었던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그 말씀은 동의하고 많은 지식인이 그를 옹호하는 지점도 그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성에 대해 자유롭게 논하기 위해 그가 하는 행동에는 개인적으로 동의가 안 되었네요. 본인과 다른 지점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표현의 자유란 과연 가능할까요. 마광수 교수에 대해 궁금하시거나 혹은 정리한 평가에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꼭 책을 한 번쯤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독서 단 분들이 읽은 여러 책 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비켜라 운명아 내가간다’ ‘별것도 아닌 인생이’ ‘광마일기’ 정도가 그나마 읽어 볼 만하단 평가를 받았으니 참고하셔도 좋을 듯 해요. 마음이 야하다는 것은 본능에 솔직하다는 뜻이다. 정신주의자가 아니라 육체주의자란 뜻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본능은 동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식욕과 성욕이 우리가 살아가는 원초적 이유이고 우리의 실존 그 자체가 된다. 그 가운데서 나는 성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랑에 대한 욕구 없이는 식욕조차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들은 모두 자웅교배의 결과요, 사랑의 부산물이다. 그리고‘사랑’은‘성적 요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P20) 정말 우리는 섹스를 위해 사랑을 하는 걸까요? 상대에 대한 애정이 커지면서 섹스를 하기도 하고 어떤 끌림에 의해 육체적으로 친밀해지며 사랑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성적 욕구를 느끼지 않아도 시작되고 지속되는 연애도 분명 있지요. 마음속에 사랑한 사람들을 떠올릴 때 꼭 그와의 섹스와 연관 지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적어도 저에겐 사랑의 목적이 섹스는 아니네요. 꼭 사랑이 섹스의 이유일 필요도 섹스가 사랑을 포함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참 많은 순간 욕정의 노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문득 레홀에서 종종 보이는 섹스 잘하는 법이 무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음, 삽입, 체위, 애무, 크기, 분위기, 마사지 등.. 온갖 단어들이 떠오르지만, 어느 지인의 말씀이 그것들을 덮어 버리네요. 섹스는 마음으로 진심으로 나눈다면 누구나 잘하는 거라는... 4월의 모임은 하늘이 너무 예뻐서 누군가의 걷던 발걸음마저 멈추게 한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만난 어느 집 담 넘어 대문 넘어 홍매화, 골목의 적목련 (아마도^^)이 기억나요. 어느 바람, 공기, 냄새, 소리, 풍경 또는 누군가 찰나의 순간 우리를 붙잡아 마음을 머물게 만드는 것들이 있네요. 환하게 찾아왔다 사라지는 꽃처럼 생을 가진 머무른 마음도 끝이 있겠지요. 그 모든 순간 언제나 오롯이 자기 자신과 함께하며 그를 기억하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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