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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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명절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잠깐 시골에 내려갔다가 하루만에 올라와서 남은 휴일을 보내고 있네요.
오늘은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말해보고 싶어졌어요. 저는 성에 관한 것만큼은 부족한 경험만큼이나 방어적이라서, 가장 친한 동성친구들에게조차도 성과 관련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아요. 하다못해 어떤 이성 스타일을 좋아한다든지, 성경험에 대해서 가볍게 농담하는 것조차도요. 그래서 제 성욕과 상상은 늘 제 안에서만 많이 맴돌죠. 밖에서 꺼낼 얘기라고 쉽게 생각하지도 않거니와 아는 지식도 거의 없으니까요. 어쩌다가 친구들과 만나 그런 분위기의 이야기가 나올라치더라도 저는 그냥 고개만 끄덕끄덕, 관심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표정만 지은 채 넘어가게 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한 사람과 나누었던 대화는 잊혀지질 않네요. 확실한 건 그분이 여자라는 것 하나뿐, 서로 실제로 만난 적도 없고 이름도 모르지만 저를 솔직하게 꺼내보일 수 있었던 시간들.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조차 일절 비추지 않았던 제 내면을 그분과는 꽤 깊이, 저조차도 놀랄 정도로 진하게 나누었어요. 메신저라는 벽을 방패삼아 솔직해지는 것에 대해 조금 더 과감해지고,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창피하게 여겼던 태도를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사람은 결국 혼자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계속 혼자 살게된다면 어쩔 수 없지, 그게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지 싶었다가도 저도 모르게 또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으니까요. 거창했던 희망사항의 크기는 차츰차츰 줄어들어서 이제는 그저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좀 쉬어지는 기분이에요. 솔직해질 수 없었던 제 자신을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말이죠. 그리고 이런 경험과 감정들을 다시 털어놓고 주고받을 수 있는 레홀이 있어서 감사해요. 선선해진 날씨, 남은 휴일. 레홀러분들 모두 섹스럽고 솔직한 시간되셨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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