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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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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돌 조회수 : 4932 좋아요 : 0 클리핑 : 0
배트맨은 죽었다.
이번주 붉은 화살은 쉽니다. 스토리가 좀 꼬였습니다. 간단하게 해결하려면 앞 부분을 수정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이상해 지기 때문에 손 안대고 쓰려니 생각만 많아지고 막상 써지지는 않네요. 대신 2일 날 올린 조커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는 것으로 소설 펑크에 대한 속죄를 대신하려 합니다.

핸드폰에 긴 글을 쓸 수도 없고, 전문 비평가들이야 영화사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자료와 제작진과의 상당량의 인터뷰를 바탕에 두고 논평을 하기 때문에 줄거리 없이도 글을 쓰는게 가능하지만 일반 관객입장에서 감상평을 자세히 쓰려면 줄거리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제 막 개봉한 영화 줄거리를 공개한다는 것은 살해위협을 감수해야 하는 관계로 며칠 시일을 두고 올립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셨다고 해도 이 정도의 스포는 주위분들에게 이미 당하셨을 것을 감안하고 쓰는 글이지만 영화 내용을 미리 알고 싶지 않으시다면 여기가 마지노 선입니다.


일단 이 영화는 배트맨 시리즈나 조커시리즈를 꾸준히 소화하셨다면, 상당히 개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리즈 내용을 모르시는 분들은 굉장히 지루하고 이상한 영화였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후자에 속합니다.
각 부문별 점수도 제 나름대로 부여 했습니다. 10점 만점 기준입니다.

1.미술 (9점)
1980년 초 고담시를 구현하는데 쏟은 노력이 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날 정도다. 세심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그려낸 한 폭의 유채화를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2.음악 (  )
음악에 대한 이해가 바닥인 관계로 패스

3.연출 (9점)
씬들의 배치나 화면구성 모든 부분이 나무라기 힘들 정도의 짜임새가 있다. 다만 오타쿠 같은 짓을 하자면 아서는 세 군데 장소에서 총알을 발사한다. 첫 번째는 거실에서 한 발, 지하철에서 네 발, 토크쇼에서 두 발, 왜 장탄수 6발인 리볼버에서 7발의 총알이 나갔는지 이해 할 수 없다. 촬영 집중도에서 1점 감점

4.연기(7점)
호아킨 피닉스(아서 분)의 연기는 10점 만점을 줘도 충분한 열연이었지만. 조연들의 역할이 너무 빈약한 관계로 그들의 연기력마저 어두운 화면에 묻혀버린 느낌이었다.

5.스토리의 완결성 (7점)
굉장히 단조로운 플롯의 간결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 스토리가 단순하다는 것으로 감점요인이 될 수는 없다. 평이한 이야기는 잔잔한 맛으로, 복잡한 이야기는 얽힌 맛으로 보는 게 영화니까. 문제는 아서가 조커로 바뀌는 과정과 이유를 상당 분량을 투자해서 꾸준하게(여기서 잠깐 졸았슴)보여줬음에도 옆집 모녀의 살해(잔인성으로 인해 편집된 듯) 동기가 설득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 “아서는 조커로 각성하기 이미 오래 전부터 과대망상을 앓고 있었다”라고 부연설명을 하는데 시퀀스 하나를 날려 버렸다는 것이다.

 아서는 자신에게 그닥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선량했던 모녀를 죽일 만큼, 악으로 충만한 절대 악이 아니다. 모녀 살인 이후에 자신이 일 했었던 용역회사 동료인 난쟁이를 “너만이 나를 따뜻하게 대해 줬어”라는 이유만으로 풀어 주었던 전력이 있다. 여기까지 아서는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는 절대악이 아니다.선택적 살인의 조건부 악이다. 그런데 모녀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였다. 모녀 살인에 있어서 아서는 절대 악인 거다. 아서가 일관성있게 미쳐가는 과정에서 개연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감독의 세심한 배려가 오히려 지루했지만 무난하게 흘러가던 스토리를 단번에 헝클어 놓았다.

아서는 조커로 변하기 이전에는 선량한 소시민일 뿐이었다. 물론 조금은 어눌하고 말 재주도 없으며 가난했고, 타인에게 호감을 살 어떤 조건도 갖추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는 자신이 겪고 있는 불행을 거짓 웃음으로 나마 감싸 안으려 했던 인간적 의지도 남아있던 남자였는데, 갑자기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로 입은 뇌 충격의 후유증으로 과대망상이란 정신분열증을 이미 어린 시절부터 앓고 있었다. 라고 플래시 백을 터뜨리면, 조커로 각성할 수 밖에 없었던 과정들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조커가 되어야만 했던 당위성은 사라지고 만다. 좀더 신랄하게 파고 든다면 모녀 살해 이후 아서의 모든 행동들은 작위적인 행동들이 되고 만다. 과대망상과 살인은 별개의 문제다. 모녀를 살해했을 당시 아서는 환각상태가 아니라 멀쩡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조커로 분한 아서의 정체성 혼란은 이후로 더욱 심각해 진다. 애써 회상까지 해가며 조건부 악이라고 규정해 놓고 어머니를 살해 할 때는 절대 악이 되고 만다.

어머니는 아서를 입양하기 전에 이미 과대망상을 앓고 있었고 그 또한 가정폭력의 희생자였기 때문이다. 그녀 또한 아서에게 죽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정체성을 잃어버린 조커의 하일하이트는 시장후보 웨인 부부 살해 장면에서 정점을 이룬다. 힘없는 시민에 대해 경멸에 찬 조소를 일삼는 웨인을 살해한 것은 그렇다 치고, 미세스 웨인은 왜? 죽어야 했는지 이유가 없다. 단지 그녀가 세상에 오염될 대로 오염된 성인이고, 웨인의 권력과 부를 공유하기 때문이라면 장차 배트맨으로 성장할 브루스 웨인은 왜 살려 두었는가? 어리지만 그도 아버지 웨인만큼 누리고 살 것은 다 누리고 산다.

브루스 웨인이 어리고 순수한 영혼이라서 살려 주었다면, 옆집 여자의 어린 자식은 왜 죽였나? 그 애는 가난했고 겨우 6살 짜리였다. 관객들이 혹시 이해하지 못할 까봐 감독이 살아 있는 집에 가일수 한 번 한 것이 결국 패착으로 이어졌다.하품은 나왔지만 알기 쉽게 흘러오던 스토리가 중반 이후 설명 충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이 것 때문에 후반부에 두 번 졸지 않았나 싶다.

6.전체적인 작품성 (6점)
도입부에 보여지는 장면은 청소 노동자의 파업으로 인해 고담시가 거대한 쓰레기 집하장이 되어 버린 풍경이었다. 시장후보라는 자가 공개적으로 시민들을 능멸하는 것으로 봐서 고담시는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공권력은 형편없이 빈약하다. ‘부자들을 죽여라’라는 살벌한 피켓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방화와 기물파손이 공공연히 벌어지는 고담시는 꼭 무정부상태인 것 같다.

그 와중에 무능하고 부패한 지배계층은 고질적인 사회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주제에 극장에서 코미디영화를 보면서 웃고 즐긴다. 공권력이 이렇게 허약한 데도 그들은 폭도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은 혹시 배트맨?
감독은 처음부터 계층간의 불협화음이나 가정 폭력, 아동학대, 무능한정부가 방치한 사회복지,환경문제에서 돌연변이처럼 나타난 조커와 괴질처럼 번지는 잠재적 조커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자고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내용도 그렇다. 단순히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 속편일 것이다. 그래서 총기 문제도 거론하지 않겠다. 배트맨의 시각이 아닌 아서의 시각에서 바라본 고담시를 그 이상으로 의미를 확장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가 맞다. 다만

 이 영화를 유비 중심의 삼국지에서 조조 중심의 삼국지 정도로 이해하는 데는 동의 할 수 없다.. 영화에서 아무리 조커를 중심에 세웠다고 해도 시리즈의 주인공은 엄연히 배트맨이다. 세입자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건물을 원형으로 복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조커 시리즈가 끝나도 배트맨의 위상이 흔들리면 안 된다. 토드필립스는 이 부분에서 실착을 범했다.
조커의 정체성이 실종됐다. 조커의 정체성이 사라졌다는 것은 배트맨의 존재가치도 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조건부 악은 선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쟁영화에서는 악당들보다 주인공이 사람을 더 많이 죽인다. 그래도 용인되는 이유는 영웅의 손에 죽는 대상이 절대 악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착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선하고 악당에게는 그 보다 잔인할 수 없는 조건부 악이다.

아서가 조건부 악인 조커로 각성한 이상 배트맨과의 차이가 없어졌다. 아서만큼이나 고담시민들도 고달픈 삶을 살아간다. 그들의 성장기 역시 아서 못지않게 우울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담시민들이 예비 조커가 되었다고 해도 기존의 부패하고 파렴치한 지배계층이 선이 된 것은 아니다. 그들도 여전히 조건부 악이다. 그렇다면 장차 배트맨을 성장할 어린 웨인은 누구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말인가.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갈라 놓을 수는 없다. 아무리 그래도 조커같은 살인마를 선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결국 이후에 탄생하는 배트맨은 정의의 편에서 악을 응징하는 영웅이 아닌 단순히 부모의 복수를 위해 싸우는 뒷골목 깡패가 되어야 한다. 어린시절 나도 커서 배트맨처럼 강력한 힘을 갖는다면. 반드시 힘없고 착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들을 혼내주리라는 소중한 추억이 토드 필립스에 의해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배트맨은 결코 죽지 않는다. 세상의 나쁜 놈들이 살아 있는 한 박쥐 가면을 쓰고 검은 망토를 휘날리면 반드시 돌아 올 것이다.  
 
김만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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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ha 2019-10-05 20:57:55
모녀를 살해했다는 암시가 전혀 없는것 같던데요. 저는 죽이지 않은걸로 봤습니다.
김만돌/ 글에서 언급했듯이 편집된 걸로 보여집니다. 장면의 잔인성 때문에 북미에서는 19세 이상가인 영화를 국내에서 15세 이상으로 설정하는 바람에 여러군데 잘린 것 같습니다. 그럴거면 관람가능 연령을 19세 이상으로 올렸어야지 자르면 영화가 뜬금없어 지죠
Sasha/ 굳이 살인묘사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연출이 가능한데 안나온거 보면 안죽인것 같은데요 ..
김만돌/ 포털에 찾아보시면 나올 겁니다. 이 영화 문제가 된 것은 계급갈등이 아니라 과도한 잔인성과 총기사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장면 때문에 극장에서 지각없는 인간들이 총기 난사할까봐 경찰이 대기했죠. 그것 때문에 제작진도 총기 가고로 사망한 유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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