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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세이] cry cry c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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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르봉봉 조회수 : 7001 좋아요 : 2 클리핑 : 0

0.
흐느낌. 아니 울부짖음에 더 ­가까웠다
작은 신음소리조차 허용하지 않던
잘근 깨문 그녀의 입술 사이로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강렬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조심스럽게 조절하던 나의 숨소리는
어느새 가빠져 있었고,
그녀를 거칠게 몰아세울수록
나의 몸은 그녀의 손톱자국으로 가득채워지고 있었다
 
1.
그런 날이 있다.
만나고 싶어도 내가 바빠 못 만나던 사람들이
내가 여유로워지니 거짓말같이 모두 바쁜 하루.
 
몇 달 만에 맞이하는 여유로운 토요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점심을 먹으러 근교로 향한다.
과카몰리가 잔뜩 든 햄버거를 먹고
신맛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에 오후를 즐기며 작은 행복을 느낀다.
 
계속 기다리던 혼자만의 하루인데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혼자 있기가 싫어진다.
데이트를 즐길 만한 친구들이 생각나지만
오늘 이후를 책임지기는 싫기에 연락하기가 꺼려진다.
 
연애 감정을 느끼고 싶고
그 과정을 통해 가능하다면 애정이 담긴 섹스를 하고 싶었다.
무료한 일상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일탈로써 자아를 점검하고 싶었을 뿐이다.
 
2.
익명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와 SNS에 구인 글을 올렸다.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길 원했지만
상대방에 대한 태도는 결코 가벼워서는 안되었기에
막상 올린 글을 지울까 고민을 했다.
 
1시간만 올려놓고 지우자는 마음으로
나는 영화관에서 혼자 볼 영화를 찾아보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 까, 카톡이 울렸다.
 
“OO님! 지금 어디에요? 아직 OO 쪽에 있어요??”
익숙한 닉네임의 h님이 sns 글을 보고 연락을 주었다.
h는 sns로 아는 지인의 소개로 만난 동네 친구다.
기회가 닿아 동네에서 조금씩 친해지면서 마사지를 주고 받던 사이다.
 
이직을 하며 이사를 한 후로는 연락이 뜸했는데
몇 달 만에 연락이 온 것이다.
그녀는 이전부터 나를 자신의 친구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었는데
내가 바빠 보여 의사를 묻지 못했다고 한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성격의 친구에요.
경험도 별로 없구요.
부드러운 마사지를 받고 싶어하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00님 밖에 없어서요.
 
막상 그 이야기를 들으니 연락을 뜸하게 한 게 미안했다.
그녀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며
오늘 괜찮으면 그 친구에게 나를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했다.
h의 친구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3.
“안녕하세요!”로 시작한 j의 톡은 첫 소개 치고는 사뭇 길었지만
자신을 충분히 설명하고자 하는 진중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나와 h 또한 처음 만날 때 그러했기에
이 또한 배려로 느껴졌다.
 
나에 대해 들은 소개 내용, 자신이 톡을 보내게 된 이유,
원하는 만남 방식, 오늘 만날 수 있는 시간대와 장소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거의 없기에 잘 부탁드린다는 공손한 말까지.
 
“안녕하세요, 친구분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써주신 내용 모두 확인했습니다. 길고 자세히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사지가 많이 부족합니다. 다만 서로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가 원하는 것을 상호 합의와 존중을 토대로 진행하길 원합니다.”
 
“마사지를 받아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샵에서는 많이 받아봤어요.
친구랑 대화하다 성감마사지라는 걸 알게 되어 호기심이 생겼어요”
 
“저는 전문적으로 마사지를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친구 분에게 들으셨겠지만
그냥 편한 분위기에서 부드러운 터치로 진행하는 센슈얼 마사지에요”
 
“네네 친구에게 자세히 들었어요.
저는 일단은 마사지만 받아보려구요.
모든 터치 가능하니 편하게 해주시면 됩니당”
 
4.
각자 저녁을 해결하기로 하고
1시간 뒤에 만나기로 했다.
그녀는 자쿠지를 좋아하는 편이라
자신이 장소를 찾아보고 예약을 한다고 했다.
 
사실 비용 부담이 중요한 건 아니다.
내가 다 내도 상관없고
상대방이 다 부담해도 개의치는 않는다.
다만 성격상 기브앤테이크가 확실한 편이라
이러한 그녀의 적극성은 나의 마음가짐에도 영향을 준다.
 
가는 길에 굳이 향이 좋은 아로마 오일과
작은 향초를 구입한다.
혹시 모르니 콘돔과 바셀린도 구입한다.
 
약속시간 10분 전, 그녀가 이미 도착했다는 톡이 왔다.
보이스톡을 걸어 목소리를 들으니 심장이 점차 빨리 뛰기 시작했다.
출입구를 향해 걸어 올라가니
멀리서 하얀 숏패딩과 비니가 도드라지는 J가 서있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그녀가 서로를 처음 마주쳤을 때,
다른 누군가와의 첫 만남보다는
조금 더 긴 듯한 눈맞춤으로 서로를 응시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녀에게 그 이유를 듣지는 못했지만
나는 그녀가 생각보다 어려 보여 그러했고
많은 경험이 없다던 그녀가 긴장한 기색없이
밝은 눈웃음으로 나를 반겨줘서 그러했다.
부르르봉봉
do you see what i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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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홀릭스 2020-01-03 12: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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