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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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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령화 가족>
 
지난 주말 여동생과 함께 가을옷을 사기 위해 할인 매장을 갔었다. 마침 작년에 눈여겨봤던 청 원피스를 70% 할인된 가격에 팔길래 나는 사이즈를 확인한 다음 탈의실에서 입고 나왔다. 치마의 길이도 적당하고 사이즈도 잘 맞아서 나는 그 옷을 사려고 했었다. 적어도 여동생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너 그거 입으면 어려 보이려고 발악하는 걸로 보일 거야. 우리 제발 나잇값 좀 하자 언니야’
 
순간 나는 작년에 내가 이 옷을 얼마나 사고 싶었는지. 그리고 70%가 디스카운트 된 가격은 또 얼마나 착한지를 까맣게 지워버렸다. 어려 보이고 싶은 것도 아닌 어려 보이기 위한 발악이라. 적어도 남의 눈에 그렇게 추한 모습으로 비춰지긴 싫었다.
 
세상에 꽃무늬 이외의 천은 없다는 듯 온통 꽃무늬에 촌스러운 디자인으로 가득한 일명 아줌마 표 옷들을 보면서 과거의 나는 생각했었다. 대체 저런 걸 누가 사 입지? 그러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런 옷은 그 나이에 맞는 나잇값을 해야 하는 아줌마들이 사 입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도 좀 더 젊어 보이는 옷을 입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무지하게 관리를 잘해서 20대인지 30대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40대 여배우들이나 가능한 일이다. 그냥 집에서 살림하고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퍼진 몸매에, 얼굴은 민증보다 더 확실하게 나이를 드러내고 있는 아줌마들에게는 그야말로 꿈같은 일인 것이다.
 
가끔 요즘 젊은 애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옷을 입고 지나가는 나이 든 여자들을 보면서 나도 한두 번쯤은 속으로 혀를 찼다. 왜 저렇게 나잇값들을 못하지? 거울 안 봐? 자기 딸이라면 모를까 저게 지금 저 나이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이제는 화장품 하나를 사도 안티 에이징이나 안티 링클 제품이 아니면 쳐다도 보지 않게 된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그런 화장품을 바른다고 해서 세월과 주름의 안티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쩌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입에 발린 말로 어려 보인다 그 나이로 안 보인다고 말을 하면 ‘에이 뭘요’ 하면서도 입가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그런 날은 정말이지 거울 앞에 서면 서른을 넘긴 내가 아닌. 갓 스무 살 무렵의 내가 서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대체 왜 어려 보이고 싶은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디 가서 연하남을 꼬시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나이가 들어 보이면 끝장인 일에 종사하는 것도 아닌데. 정말 나는 왜 어려 보이고 싶은 걸까?
 
지난달 후배는 매번 하던 나이트클럽에서의 생일 파티를 이제 회관으로 옮겨야 할까 보다고 심각하게 얘기했었다. 나이트클럽에 가면 물 흐리는 나이가 되었다는 게 이유였다.
 
한참 텔미춤이 유행했을 때 나이트클럽에서 솜털이 보송보송한 여자아이들이 그 춤을 추는 걸 보고는 나도 모르게 좋을 때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이제 나에게는 지나가 버린, 그 좋은 때를 정작 본인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그 젊음 앞에서 나는 참 초라하게 느껴졌었다.
 
이제 내 친구들은 모이면 좀 더 강력한 방법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법에 대해 얘기한다. 뱃살에 붙어있는 지방을 빼서 볼에 넣는 일명 빵빵이나 보톡스는 더 이상 놀라울 것도 없다. (볼살이 빠지면 나이 들어 보인다. 그래서 서른은 다이어트도 맘대로 못한다. 볼 살 빠질까 봐) 그걸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남은 건 딱 하나 말 그대로 주름을 땅기는 것뿐이다. 미소를 지을 수 없어도 웃고 있어도 우는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주름만 없앨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겠지.
 
그렇지만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시절의 외모를 유지하고 싶은 것일 뿐. 그런 시절은 인생에 있어 한 번이면 족하고 넘친다. 
 
그러나 지금의 나이 든 이 모습 그대로의 내가 좋다고 생각하기에는 아직까지 미련이 많다. 좀 더 이곳에 속하고 싶은데, 여기에서 못 해본 것도 너무 많은데 벌써부터 열외로 밀려나는 것 같아서.
 
아직도 20대처럼 노는 30대 친구들을 보면서 우린 가끔 철이 덜 들었다 나잇값을 못한다는 얘기들을 한다. 그렇지만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우리 역시 철이 덜 들었고 나잇값 같은 건 하는지 못하는지 생각도 못 하고 산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그어진 금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그러면 들어먹는 건 욕뿐이라는 생각에 그저 입 다물고 얌전히 정해진 길을 걸을 뿐이다.
 
30대 중반이라는 이 어중간한 나이의 우리들은 아직 20대의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손만 뻗으면 언제든 다시 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아직은 늙었다 혹은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포기되어버리는 40대까지 무려 몇 년이나 남았는데 하는 생각에 자꾸만 아쉬워진다. 다시 시작하기에는 늦은,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이른 나이. 30대의 어중간한 삶은 그렇게 이쪽도 저쪽도 아닌 길에 서 있다.
 
내가 아는 놀기 좋아하는 선배 언니는 그런 말을 했었다. 20대 때는 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놀았는데 30대가 되니 돈은 있어도 놀 곳이 없더라는. 그때에 가지지 못했던 것들을 살 수 있는 돈이 생겼는데 이제는 그 물건들이 말한다. 당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가지지 말라고 20대에게 양보하라고.
 
내가 그 청 원피스를 깨끗이 포기하고 선택한 것은 회색의 무난한 원피스였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한 번도 그 원피스를 입은 적이 없다. 예쁘지 않아서도 어울리지 않아서도 아니다. 다만 그걸 입으면 그 속에서 청 원피스를 갈망하던 나를 볼 것 같아서. 그날 나는 내 여동생에게 어쩌면 조금 부끄러웠는지도 모른다. 나잇값을 하지 못한다는 건 사람을 채신없게 또 부끄럽고 송구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 라고 내 멋대로 살기에는 난 용기가 없다. 만약 세상이 손가락질을 한다면 나는 당장 내 나이에 꼭 맞는 얼굴과 모습을 하고서는 얌전히 내 나이를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예쁜 옷과 탱탱한 피부를 포기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언제부턴가 노래방을 가면 나와 내 친구들은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야. 이제 늙어서 그런지 신곡은 모르겠더라 야’ 하면서 앞장을 뒤적인다. 뒷장을 봐봐야 가수도 노래도 전부 생소할 뿐이다. 가끔은 너무 뒤처지는 게 아닌가 싶어 가요프로그램을 보기도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아무 노력 없이도 서태지의 랩을 다 외울 수 있던 나는 없다. 이해할 수 없는 노랫말과 멜로디. 그보다 더 이해 불가능한 복장을 한 아이들의 쌩쑈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보다가 뉴스로 채널을 돌려버리는 내가 있다. 어쩌면 겉모습의 나 보다 속의 나는 내 나이에 더 잘 적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20대 끝자락으로 봐 주길 원하는 30대 중반의 나는 오늘도 세수를 하고 안티 에이징에 안티링클 제품을 잔뜩 찍어 바른 채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어느 날 손가락에 생긴 상처가 유난히 오래 낫지를 않아서 이상하다고 엄마에게 물었을 때 엄마는 그게 나이가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난 그냥 엄마가 농담을 하는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돌계단에 넘어져서 얼굴을 갈아버린 조카가 일주일도 안 되어서 말짱한 얼굴로 나타났을 때. 나는 그게 농담이 아니란 걸 알았다. 젊다는 것은 그만큼 빨랐다.
 
이제 느리게 낫는 생채기들에 이어서 장기도 하나둘씩 말을 듣지 않을 때 즈음 나는 젊어 보이고 싶다는 혹은 어려 보이고 싶다는 욕망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아직도 그 청 원피스를 입고 싶다.
 
 
글쓴이ㅣ남로당 칼럼니스트 블루버닝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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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a 2015-12-10 09:01:58
격하게 공감.
요요차니 2015-12-09 23:02:53
32남자로서 공감이 가네요...어중간한 나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그렇게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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