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피서법과 성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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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에 비가 오면, 청산 보은의 큰애기 눈물 흘린다'
대추나무가 많았던 충북 지방에 전해 오는 말인데, 복(伏)날마다 피는 대추나무 꽃이 비에 지면 대추 흉년이 들어 시집가기 틀린 처녀들이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삼복 절기가 이어지는 음력 유월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인데, 발목만 노출해도 음탕한 행동으로 여겼던 선조들은 어떻게 무더위를 이겨냈을까. 이경윤 작 고사탁족도 양반들의 피서법은 탁족(濯足)과 풍즐거풍(風櫛擧風)이 특징이다. 계곡물에 발을 담근 선비가 바람에 머리카락을 말리는 모습을 그린 조선 중기의 화가 이경윤의 <고사탁족도>가 바로 탁족화이다. 산수가 수려하고 장안에서 가까운 세검정은 선비들이 많이 찾던 곳이며, 탁족이란 말에는 '군자는 벼슬의 진퇴를 신중하게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는데, 선비들이 문장에 자주 쓴 '탁족만리류(濯足萬里流)'란 속세에 초연한 선비정신을 상징했다. 따라서 탁족은 단순한 피서법이 아니라 인격수양의 행동이었다. 이밖에 깊은 산에 들어가 심볼을 드러 내놓고 볕을 쬐는 풍즐거풍은 땀에 젖은 심볼을 건조시켜 질병을 예방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피서 용품으로는 죽부인과 옷감이 살갗에 닿지 않도록 해주는 등거리, 부채 등이 있었다. 옛 성현들의 글귀나 시원한 풍경화를 그려 넣어 멋을 낸 부채는 필수품이었는데, 기녀에게 받은 합죽선은 가히 일품이었다. 기녀들은 호감이 가는 선비에게 부채 바람으로 마음을 열어달라는 의미로 부채를 선물하는 풍속이 있었다. 단원 김홍도 작 점심 이에 반해 평민들은 삼복기간이 김매기와 거름주기, 물대기 등으로 '자기 발에 오줌을 눌 정도'로 바쁜 때라 천렵으로 더위를 이겨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여인들의 여름나기가 가장 힘들었으니, 무더위 속에서도 치마 속에 속속곳, 다리속곳, 단속곳, 속바지 등을 겹겹이 챙겨 입어야 했다. 그러나 유두날은 마음껏 노출을 해도 되는 해방의 날이었다. 개울가에 모여 머리를 감고 멱을 감았는데, 옥니네라 불렸던 여자 왈패는 풍만한 가슴을 출렁이며 음담패설로 마을 여성들의 억눌린 성적 욕구도 풀어 주었다. 또한 떠꺼머리 총각이 여인들의 벗은 몸을 훔쳐보기 위해 찾아들면 옥니네는 '총각 맛 좀 보자'고 달려들었는데, 질겁한 총각들이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도망가면 마을 여인들은 '봉알 봉알 풋봉알'하고 낭자한 웃음을 쏟아 냈다. 완고한 유교사상과 노출을 금기했던 문화에서 비롯된 피서풍속인데, 가슴을 드러내는 토플리스 수영복까지 등장한 요즘과는 천양지차이다. 그런데, 최근 사타구니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꽉끼는 남성수영복이 유행하면서 심볼이 왜소한 남성들은 뽕을 사용한다고 한다. 심볼을 크게 보이기 위한 위장술인데, 가슴이 작은 여성들이 브레지어 속에 뽕을 넣는 것과 같은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왜소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남성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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