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궁궐의 꽃, 궁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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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궁녀>
태조실록과 구한말 예산서에 기록된 궁녀들의 급여는 요즘의 화폐로 환산하면 150만원 정도이다. 4-5세에 입궁하여,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근무한 전문직 여성인 궁녀는 좁게는 상궁과 내인을 말하고 넓게는 무수리나 비자같은 하녀들까지 포함된다. 궁녀를 이처럼 4-5세의 어린 나이에 선발한 것은 집안의 형편에 따라 품격이나 행동거지가 형성되기 전에 철저하게 궁중화시키기 위한 처사였다. 궁녀는 조선 중기까지 양반가에서 뽑았으나, 이후 평민가로 확대되었으며, 12-13세가 되면 앵무새 피를 묻혀 처녀 여부를 가려 골라내었다. 궁녀가 되면 첫 번째로 치르는 의식이 바로 '쥐불 겁주기'이다. 궁녀들에게 입조심을 시키기 위한 교육으로, 그해 입궁한 견습내인들을 세 놓고 내관들이 횃불을 입으로 들이대고 지지는 시늉을 하며 위협하던 궁중 행사였다. 왕을 모시는 터라 입조심이 첫 번째 덕목이었던 것이다. 해서 궁녀들은 소근소근 말을 하였다. 이밖에 이른바 궁체라고 하는 독특한 한글 서예를 배웠다. 궁녀들은 맡은 바 임무가 다 달랐듯이 직위에 따라 복장도 조금식 달랐다. 어린 나이의 견습내인인 생각시는 생머리를 곱게 빗어 뒤에서 두가닥으로 땋아 올리고 댕기를 맺기에 생각시라 했다. 입궁한 지 15년이 되어 내인이 되면 쪽을 졌으며, 남치마에 옥색 저고리를 입었다. 일반 내인에서 승급하여 상궁이 되면 옥색 저고리와 남색 치마에 당의를 입었다. 머리에는 장식인 개루리 모양의 첩지를 달았다. 궁궐에 들어와 15년이 지나면 견습내인들은 관례식을 치르고 정식 내인이 되었다. 이 때부터 궁녀로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되는데, 관례식은 곧 곧 혼례식이었다. 왕을 위해 평생 살아가야 하므로 신랑없는 혼례식을 치렀던 것이다. 관례식을 치른 궁녀는 스승 상궁으로부터 독립해 두 명씩 짝을 지어 한방을 쓰며 생활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자연스레 동성애가 이루어졌다. 『연산군일기』에 보면 "선왕조에 교붕, 즉 동성 연애의 풍속을 개혁코자 했는 바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범하는 자가 많다"고 한탄하는 대목이 있다. 또한 실록에는 관료와 궁녀들간의 간통 사건도 등장하는데 궁녀와 간통하면 장 100대에 처했다. 한번 궁궐에 들어오면 죽어서야 나가는 궁녀 신세지만 간혹 가뭄이 심하게 들면 출궁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세종은 여러 차례 수십 명씩 출궁을 시켰는데, 자연 재해의 원인이 음양의 조화가 어긋났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해서 음욕을 풀지 못한 궁녀들을 출궁시켜 주어 이를 해소했던 것이다. 궁녀의 최대 희망은 승은이었다. 왕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승은은 곧 부와 권력을 의미했다. 해서 궁녀들은 왕의눈에 띄기 위해 몸 치장에 신경을 쓰고 밤이면 음기인 달의 기를 흡입했는데, 승은을 입은 궁녀는 치마를 뒤집어 입어 이를 알렸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영조 때에는 궁녀가 684명이었고, 고종 31년(1894년)에는 왕의 직계 가족을 위한 궁녀만도 48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궁녀의 품계는 정5품 상궁에서 종9품 주변궁까지 10등급이었으며, 소속 부서는 지밀, 침방, 수방, 세수간, 생과방, 소주방, 세답방 등 7개소가 있었다. 지밀은 궁궐에서 가장 지엄하고 중요하며 말 한마디 새어 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밀의 수석 상궁은 궁녀 전체의 장인 것은 물론 조정 대신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로 위세가 높으며 왕과 왕비의 신변 보호 및 기거 의식주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시중을 책임졌다. 침방은 왕과 왕비의 각종 의복을 제조했으며, 수방은 궁중에서 소요되는 장식물에 수를 놓는 부서였다. 세수간은 왕과 왕비의 세숫물과 목욕물을 대령하고, 지(요강), 타구, 매화틀(변기) 등의 시중을 담당했고, 생과방은 왕의 수라 및 음료와 과자를 만들었다. 소주방은 조석수라를 관장하는 안소주방과 잔치 음식을 만드는 밖소주방으로 구분했고, 세답방은 세탁, 다듬이질, 다리미질, 염색을하였다. 한편 어린 딸을 입궁시킨 부모는 빨래감을 내가고 버선을 넣어주는 등 일체의 뒷바라지를 해야했다. 이후 각 상궁이나 내인들에게 맡겨져 그들의 자식처럼 자라고 교육을 받았다. 일생 아이를 낳지 못하는 궁녀들로서는 양녀를 들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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