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순결을 지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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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 순결이란, 과연 여자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가, 남자를 위해 존재하는가? "우리 섹스하자! ……사랑하잖아." 조금만 가까워지면 너무 쉽게 섹스하자는 말을 꺼낸다. 물론 성인 남녀가 섹스를 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순결'이 여자의 성욕을 억압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승낙하기란 쉽지 않다. "나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키고 싶어." 대부분 여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다고 여자가 성욕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자에게 성욕이 없다면 오히려 그것이 잘못된 것이다. 아무리 성적으로 억제되었다해도 호기심마저 숨길 수는 없다. 하지만 '순결'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섹스를 쉽게 승낙하지 못한다. "요즘 처녀가 어디 있니? 넌 희귀동물이야." 여자의 마음 속에 잠재된 '순결'의 공포에서 잠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세상에 누가 처녀를 따지냐?" 결국 여자의 '순결'은 남자에 의해 평가받기 때문에 남들은 몰라도 자신은 '순결' 문제에 관대한 척 너그러운 척 말하게 된다. 자기가 그러니 남들도 그럴 것이라는 말이다. "나 너랑 섹스하고 싶어. 내 친구는 창녀촌에 가서 섹스를 했다고 하던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분명히 여자들은 이 말을 들으면 마음이 흔들린다. 만약 네가 나와 섹스를 하지 않으면 창녀촌에 갈 수도 있다는 압력이기 때문이다. 남자가 성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을 은근히 과시하면 여자는 매매춘이 잘못된 것이라는 말도 못하고 정말 창녀촌에 가면 어떡하나 불안해 한다. "도대체 뭐가 잘났다고 그렇게 도도하냐? 차라리 그럴 바에는 우리 헤어지자. 나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어. 세상에 너같은 여자는 아마 없을 거야. 섹스가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남자는 가볍게 말할 수 있는 '순결'이 여자한테는 목숨처럼 소중한 것이다. 목숨처럼 소중한 것을 빼앗기 위해 거의 협박에 가깝게 섹스를 요구한다. 그렇다고 결혼하자는 것도 아니다. 이런 식으로 남자의 강요에 의해 섹스를 하게되면 여자는 순결을 빼앗겼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섹스란 것이 강제로 빼앗고 빼앗기는 것이 아닌데도 '순결'이 섹스의 의미까지 퇴색시켜 버린 것이다. "혼전 성경험"이 있는 여자에게 왜 섹스를 하게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남자 친구를 잃기 싫어서 그랬다는 대답이 제일 많다.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여길 봐. 나 지금 터질 것 같아." 여자가 남자의 강요를 견뎌냈다해도 쉬지 않고 남자는 섹스를 요구한다. 성기를 부여 잡고 고통스러워한다. 여자의 동정심을 유발시키기 위해 더욱 비참한 얼굴로 여자를 바라본다. "저렇게 원하는데 내가 너무 한 것 아냐? 너무 불쌍해. 얼마나 하고 싶으면 저럴까?" 여자가 알아야 할 것은 남자는 자위를 통해서도 성욕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자는 사랑보다도 동정심에 더 마음이 약해져서 결국 섹스를 허락한다. 여자는 원하지 않으면서도 남자의 강요에 못 이겨 섹스를 하게되면 즐긴다는 생각보다는 남자를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분명히 여자도 성욕을 느끼고 섹스를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여자가 섹스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남자에게 몸을 맡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남자가 섹스를 원할 때는 하지만 여자가 원할 때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성욕을 억제하게 된다. 섹스의 주체는 분명히 남자와 여자인데도 여자는 그 주체에서 빠지게 된다. 이런 희생적인 섹스로 인해 결국 여자의 성적 가치는 남자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서로 사랑해서 섹스를 해야할 사람들이 남자는 '순결'을 빼앗은 가해자가 되고 여자는 '순결'을 빼앗긴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섹스를 하고나면 여자는 그 순간부터 고민에 빠지게 된다. 혹시 임신이 되지 않았을까? 만약 임신이라도 된다면 엄마 얼굴을 어떻게 보지? 하는 두려움에 다음 생리가 나올 때까지 잠도 설치며 초조해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울증까지 온다. 그리고 혹시 저 남자의 마음이 변해서 떠나면 어떡하지? 그러다가 결혼할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순결'하지 못한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니 정말 사랑하는 남자에게 '순결'을 주지 못한다면 내가 그 사람에게 뭘 줄 수 있을까?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도 '순결'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또다시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일반적으로 '순결'은 여자를 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말한다. 그런데 오히려 '순결'이 여자의 성욕을 억압할 뿐만 아니라 섹스하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만들어 버린다. 비록 결혼을 하지 않았다해도 부모에게 당당하게 섹스를 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성숙한 남녀가 섹스를 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비록 섹스를 한 사이라해도 결혼 상대로 적합하지 않으면 헤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순결'이라는 것이 새로운 남자를 선택하는 일을 방해하고 '순결'을 가져간 남자에게 종속되기를 강요하고 있다. 이처럼 '순결'이 여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를 보호하는 역할밖에는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를 위해 '순결'을 지켜야 하는가? '순결'이 원래 성에 대한 여자의 가치관일 뿐 남자의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가 성경험이 있다해도 그것은 단지 '순결'을 지키겠다는 여자의 신념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순결'이 자기들 것인양 서로 빼앗으려 하고 또 자기 것처럼 지키라고 강요한다. 그것은 '순결'이 여자를 소유하는 하나의 상징물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여자부터 '순결'을 '남자에게 바쳐야 한다'는 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남자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고 또 남자와 대등해질 수 없다. 여자가 성욕을 느끼고 섹스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가지지 않는 한 여자의 '순결'이 남자의 소유물로 강요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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