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관능적이고 성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아프로디테(Aphrodite)의 공헌에 경의를 표하지 않는 것은 엄청난 희생과 대가를 치러야 하는 큰 실수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거나 자신을 경멸하고 무례하게 구는 자들에게 결코 충족될 수 없는 부정하고 상스러운 열정에 사로잡혀 스스로 고통을 겪게 하는 벌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프로디테의 탄생에 대한 신화는 두 가지가 있다. 그리스어로 아프로스(aphros)는 ‘거품’을 의미한다. 우라노스(Uranus. 하늘)의 아들 크로노스(Cronus)가 아버지의 생식기를 잘라 바다에 던졌는데 그곳에서 생겨난 하얀 거품으로부터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는 신화와 또 하나는 제우스와 디오네의 사이에서 태어난 판데모스(지상, Pandemos)의 아프로디테이다. 앞의 것은 고매한 천상의 사랑을, 뒤의 것은 관능적인 지상의 사랑을 뜻한다고 플라톤의 저서 <향연>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고매한 천상의 사랑과 관능적인 지상의 사랑을 같은 의미로 본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프로디테는 사람들이 사랑하고 섹스하고 출산하는 일을 관장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사랑과 섹스 그리고 출산을 각각 다른 의미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과 섹스 그리고 출산은 모두 사랑의 다른 이름들이다. 사람들은 성적 만족을 얻을 때 행복감을 느끼고 그것을 아름답게 본다. 그래서 남녀가 사랑을 통해 육체적 쾌락을 만들고 그 육체적 쾌락을 남녀가 함께 나누면서 행복감을 느낄 때 출산이라는 또 다른 사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성욕을 거부하게 만드는 어떤 도덕적 행동도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서로가 서로를 갈망하게 만드는 것이 그녀가 하는 일의 전부이다.
 
섹스에서 사랑을 빼놓으면 섹스를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가 없다. 단지 짐승처럼 일방적이고 본능적인 배설 행위만 남게 된다. 그런 섹스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그것이 성적 갈등과 타락으로 나타나게 된다. 사랑으로 가득한 성적 욕망을 거부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파괴적인 정욕에 자신을 노출시키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자신을 무시하거나 모욕하는 사람에게는 비뚤어진 일방적 성욕을 느끼게 해서 스스로 파멸하게 만든다. 그녀는 자신을 모욕한 '렘노스(Lemnos)' 섬 여인들의 몸에서 지독한 악취가 나게 하였다. 남편들은 그런 아내와의 섹스를 거부하고 여종들과 섹스를 즐겼다. 이에 화가 난 렘노스의 여인들은 남자를 모두 죽여 여인 천하를 만들었다. 또 키프로스의 왕 키니라스(Kinyras)의 딸들은 여신을 무시한 벌로 이방인 남자만 보면 색정을 억누를 수 없어 계속 몸을 팔게 하였고 다른 딸인 스뮈르나는 아버지에 대한 욕정을 이기지 못해 근친상간의 대죄를 저질러 아버지의 손에 죽게 된다. 스파르타의 헬레네(Helene)는 메넬라오스(Menelaos)라는 남편을 배신하고 정부와 놀아나게 하였고 클레이오의 아들 히아킨토스(Hyacinthus)를 타미레스(Thamyres)와 아폴론(Apollon)의 남색 대상으로 만들어 모욕을 주었다.
 
아프로디테는 자신을 모욕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고통을 주기보다는 섹스에 대한 행동과 시각을 바꿔놓음으로써 큰 고통을 겪게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동물적 충동의 노예가 되고 충동적 섹스에 만족하지 못해 방탕해지고 그로 인해 결국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아프로디테의 저주가 파괴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섹스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섹스를 힘들어 하고 불편해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그것은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육체적인 쾌락을 남녀가 함께 나누면서 행복감을 느껴야 하는데 남자들은 동물적인 충동의 노예가 되어 일방적인 배설만을 위한 섹스를 하고 그런 충동적인 섹스에 만족하지 못해 방탕해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무력감에 빠져서 자신의 페니스가 제때 발기되지 않을까 몹시 불안해하고 빨리 사정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다. 게다가 자신의 페니스 크기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병원 문턱을 기웃거린다.
 
여자들 역시 섹스를 천박한 것이라고 멸시하거나 음탕한 것이라고 혐오한다. 그래서 섹스를 할 때도 함께 사랑을 나눌 생각은 하지 않고 눈을 감고 그저 남자가 일방적으로 섹스해주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 보니 사랑하는 남자와 섹스를 하면서도 달콤한 성적 쾌감을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여자에게서 쾌락이 사라지면 섹스 자체가 고통이고 지루하고 재미없어진다. 남자의 배설을 돕는 도구로 전락한 느낌이 들고 자식만 낳는 기계로 느껴져 사랑해야 할 상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일이 생긴다. 몸이 즐겁지 않으면 마음이 행복할 수 없다. 그래서 배설위주의 섹스는 사랑의 감정조차도 변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성적 쾌감을 느낄 때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데도 성적 쾌감을 추구하는 것을 타락이라고 하면서 또 다른 사랑을 찾아 헤맨다. 그렇다면 또 다른 사랑에게서 얻으려는 것은 성적 쾌감이 아니란 말인가? 사람들은 스스로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섹스와 사랑을 구분하면서 섹스에서 사랑을 빼놓는 모순을 저지른다. 섹스에서 사랑을 빼놓는 것 자체가 비도덕적인 것인데 그것을 도덕이라고 주장하면서 사람들은 결국 섹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것이 아프로디테의 무서운 저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