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부는 첫사랑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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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쎄시봉>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시인 장석주의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란 작품인데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순수하고 달콤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기에 더욱 아름답다고 하지만 미국인들에게 있어서 첫사랑은 더는 ‘추억’이 아닌 ‘현재’가 됐다. 최근 들어 미국 중년층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새로운 커플 풍속도는 다름 아니라 ‘잃어버린 첫사랑을 찾아 재결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 동창 찾기 사이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미국에서도 ‘동창 찾기 사이트’가 유행하면서 새로운 커플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첫사랑의 품으로 다시 돌아간 가장 대표적 사례로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부인이었던 도나 하노버를 들 수 있다. 16년간의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이혼 도장을 찍은 하노버는 고교 시절 애인을 만나 다시금 사랑에 빠졌는데, “우리가 다시 만나기까지 무려 34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면서 글썽였다. 화제를 모았던 이들의 결혼식은 트렌드화되고 있는 동창 찾기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는데, 하노버는 자신의 러브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회고록 <돌아온 내 남자친구>를 출간했다. 이처럼 고교 시절 또는 대학 시절의 풋사랑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점차 느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이에 대해 사회학 박사인 안드레아 베이커는 “결혼에 실패한 중년들이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자 하는 데서 주로 기인한다”며 “순수했던 고교 시절의 사랑이라면 적어도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고교 시절의 풋사랑을 찾아 나선 사례는 50대 이상의 이혼 경험이 있는 중년들이 가장 많았으며, 이는 인터넷의 발달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재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동창 찾기 사이트는 ‘클래스메이트’와 ‘재결합’ 등인데, 8000여만 명의 회원 수를 자랑하고 있다. 클래스메이트의 경우 지금까지 옛사랑을 찾는 데 성공한 회원 수가 1400만 명 정도에 달하고 있으며, 미혼인 경우 대부분 연인 사이로까지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옛사랑을 찾았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00년부터 첫사랑을 찾아 연인으로 발전한 커플들 중 82%가 결혼에 골인하긴 했지만, 이중 74%는 결국 다시 이혼의 씁쓸함을 맛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 내 중년들 사이에 불고 있는 ‘첫사랑 찾기’ 열풍은 좀처럼 시들지 않고 있는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 역시 동창 찾기 사이트가 부부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동창 찾기 사이트는 오랜 친구나 첫사랑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함은 물론이고 비약적인 동창회의 결성을 가져다준 공로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첫사랑의 환상에 젖은 사람들의 불륜을 조장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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