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남자가 섹스를 하면 반드시 사정(射精)을 해야만 하는 줄 안다. 그래서 남자들 역시 섹스를 할 때 사정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애쓴다. 사정하는 순간에 극도의 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사정을 하지 않으면 섹스를 하다만 것 같다고 말한다. 

“왜 사정을 하지 않는 거야? 내가 섹스를 잘 못해서 그래?” 

여자들도 남자의 사정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섹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자가 섹스를 하고도 사정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혹시 내가 성적 매력이 없어서 이 사람이 사정을 하지 못하나?’하고 자존심까지 상해하는 경우도 있다. 여자들도 섹스를 하면 남자는 반드시 사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접이불루’라고 하여 사정하지 않는 섹스를 말해왔다. 사람들은 이 ‘접이불루’를 증기 기관차의 움직임처럼 아무 감각도 없이 기계적으로 피스톤 운동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억지로 사정을 참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고통스럽고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접이불루’에 대해 잘 몰라서 생긴 오해이다. ‘접이불루’는 오히려 사정하지 않아도 성기가 고동칠 정도로 강렬한 오르가슴을 반복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성적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선조들이 이런 방법으로 섹스를 즐겼던 것이다.

그러나 서양의학이 들어오면서 섹스의 목표가 바뀌게 되었다. ‘남자의 사정이 곧 오르가슴이다’라고 말하면서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정을 해야 하는 것처럼 서양의학에서는 말하고 있다. 섹스를 종족보존의 수단으로만 여겼던 서양의 사고방식으로는 남자가 사정을 해야 여자가 임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목표인 섹스로는 여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20세기초만 해도 서양에서는 여자를 성적으로 만족시킨다는 개념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시대가 바뀌면서 남자들도 여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는 오히려 여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성적으로 무능한 남자라는 조롱을 받게 될 정도인 것이다.

섹스를 할 때 남자 혼자 끙끙대다가 서둘러 사정하고 여자의 몸 위에 픽 쓰러지는 모습은 이제 우스갯소리의 소재가 될 정도로 흔한 일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우스갯소리를 하는 남자들조차도 이런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둘러 사정만 하다 보면 실망하는 게 당연한데 무엇 때문에 사정을 섹스의 목표로 고집하면서 갈등을 겪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여자를 만족시키지 못해서 가지게 되는 열등감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정을 목표로 해서 섹스를 했다면 남자만이라도 성적으로 만족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사정을 하고도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어한다. 많은 남자들이 이 말에 공감을 하는 이유도 사정위주의 섹스를 해서는 섹스의 재미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위주의 섹스는 단지 질 벽을 마찰할 때 느끼는 자극과 사정을 할 때 느끼는 쾌감이 전부이다. 그러니 어떻게 만족한 섹스를 할 수 있겠는가. 남자들은 능력만 허락된다면 반복해서 섹스를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한번 사정을 하고 나면 다시 발기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룻밤에 몇 번씩 섹스를 했다는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력이 강한 것으로 생각하여 부러워한다. 만약 남자가 사정을 목표로 삼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사정을 목표로 섹스를 하는 부부들도 시간이 지나면 서로에 대한 열정이 식어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런 경우를 권태기라고 하여 한번쯤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남자의 빠른 사정에 섹스의 목표를 맞추다보니 순간적으로 달아오를 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진실한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섹스에 대한 흥미를 빠르게 잃어버리는 것이다. 섹스는 그 열정을 유지시키고 발전시키는데 목적이 있는데도 사정을 목표로 섹스를 하다보니 서로에 대한 열정이 식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원래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진실한 결합이 이루어지면 서로에 대한 열정은 절대로 시들 수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멀티 오르가슴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멀티 오르가슴은 어느 한쪽만 만족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여자의 멀티 오르가슴에 대해서는 서양의학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남자가 여자처럼 멀티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면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남자의 경우 사정이 곧 오르가슴이라는 생각이 뿌리깊게 남아 있다 보니 한번 사정을 하고 나면 섹스가 끝나버리는데 어떻게 연속적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남자가 사정을 연속적으로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남자들이 사정하지 않고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만큼 남자가 멀티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그것은 성 전문가들의 실험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킨제이 박사가 여자의 멀티 오르가슴을 조사할 때만해도 연구 대상자의 14%만이 멀티 오르가슴을 경험하였는데 이제는 50%로 그 3배 이상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1980년대에 성의학자 윌리암 하르트만과 메릴린 피션이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남자의 12%가 멀티 오르가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들이 능동적으로 섹스를 해오면서도 멀티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이 여자보다 늦은 이유는 바로 남자 자신이 섹스의 목표가 사정이라는 잘못된 성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남자들이 사정을 목표로 삼지 않고 사정과 오르가슴을 분리하여 섹스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오르가슴을 즐기려고 노력한다면 남자도 멀티 오르가슴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게 된다. 남자가 사정없이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간단한 기술 몇 가지만 터득하면 얼마든지 멀티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