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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아닌 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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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니발]

BMW를 주기로 했다. 입사 8년째를 기념해 스스로에게 선물한 자동차이다. 애지중지 몰며 손 세차만 하고 틈만 나면 소낙스 왁스를 먹였다. 1인 한정으로 보험을 들어 아내도 운전을 못하게 했다. 공짜가 아니라 거래라고 했다. 대신에 내 아내와 잠자리를 갖는 것이 조건이었다. 

대학을 다닐 때 연애를 시작했다. 데이트를 하고 집에 바래다 주고 나면 버스가 끊겨 휘파람을 불면서 몇 시간을 걸어 돌아오던 시절이었다.

꽃구경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홍색 쉬폰 롱 스커트를 입고 나왔다. 아버지 차를 빌려 한강 다리를 넘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치마결이 나비 날개처럼 나풀거렸다. 선유도로 넘어가는 인도교에는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가 우거져있었다. 

가디건 위로 아담한 가슴이 솟아있었다. 녹음이 휩싸인 섬에서 군데군데 인적 드믄 곳을 찾아 다니며 키스를 나누었다. 아내를 오래 만났지만 유난히 예뻐 보이는 날이었다. 차에서도 키스를 나누며 치마를 들췄다. 표정으로 원하고 있었다. 손으로 쓰다듬는 넓적다리는 상아빛이었다. 리본이 달린 팬티의 중심부에 손을 갖다대어 어루만졌고 쓰다듬고 두들겼다. 팬티에 물이 스며들었다. 여자는 치마를 걷어 올렸다. 우리는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었다. 

생리를 안 한다고 말했다. 며칠 뒤 테스터를 보여주었다. 흐릿한 두 줄이었다. 
"엉거주춤했는데 한 번에 됐네?" 
상화는 대답 대신 웃었다. 나는 청혼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토요일에 시간을 맞췄다. 의사는 지금 아기가 너무 작으니 초음파는 다음 달에 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한 달을 못 채우고, 피가 나와 병원에 간다는 문자를 받았다. 유산이랬다. 의사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어차피 이 여자와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결혼하자고 했다. 정화는 잠시 생각해보겠다고 대답을 했다.
yes.

며칠이 지나고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나는 생명을 다해 행복하게 해주겠노라고 맹세를 했다. "우리 오빠에요." 상화는 그렇게 나를 소개했다. 

다시 사고를 막기 위해 콘돔을 쓰다가 아내는 경구피임약을 복용했다. 결혼을 하고 약을 끊었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피임약이 해독을 하는데 일 년 정도가 걸린다네.”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고, 헬스클럽에 가입하고, 등산을 다니고, 채식을 하였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생리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아내는 호들갑을 떨면서 테스트기를 사왔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불임은 나 때문이었다. 
“한두 마리가 건강하다고 임신이 되는 게 아니거든요.” 
비뇨기과 의사는 현미경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말 했다. 나의 정자는 물가로 밀려나온 생선 시체처럼 정액을 떠다녔다. 간혹 꼬리를 팔랑거리는 놈들은 죽은 동료들 때문에 오도 가도 못했다. 

“한 번에 1억 마리 이상이 나와요. 앞에 3분의 1은 자살조에요. 몸을 녹여서 질 내부를 알칼리성으로 바꾸죠. 뒤에 3분의 1은 펌프조예요. 밀어 붙이면서 백혈구한테 먹혀요. 중간에 3분의 1이 살아남아서 나팔관에서 반수로 나뉘고 100마리쯤 살아서 난자에 도달하거든요.”

나는 잠자코 있었다.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예상하고 있었다.
“정자가 다 건강해야 돼요. 그래야 2세가 생성이 돼요. 운동 좀 하시고, 술 담배 적게 하시고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입사하고 10년이 다 되어간다. 합격 소식을 듣고 그 승리감은 뭐라고 말을 못할 만큼 황홀했다. 하지만 매일같이 야근하고, 야근이 없으면 회식을 했다. 운동은 사치였다. 집에 오면 자기 바빴다. 나일론 의자에 하루 종일 앉아있어 불알에 땀이 차는 환경이었다. 살찐 체질은 아니지만 배가 나왔다. 결혼도 하고 아파트와 차를 장만했지만 몸은 이 지경이 된 것이다. 남들이야 대기업이네 하면서 회사 이름을 되뇌지만 나에게는 대출과 할부금의 덫에 걸려 인생을 저당 잡힌 전당포일 뿐이었다. 

건강한 정자만 있다면 아내는 임신할 수 있었다. 아내를 임신시킬 정자가 꼭 내 것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유전자가 다르더라도 내가 키우면 내 아이이지 않은가.

이창열 씨는 형광등을 갈거나 화장실을 고치는 건물 관리 직원이었다. 키도 크고 잘생겨서 모델을 해도 될 텐데 하는 생각도 했었다. 성실하고 매사에 긍정적 낯빛을 보여 좋게 보고 있었다. 흡연실에서 우연히 마주쳐 인사를 했다.

“담배 안 피우세요?”
“애가 셋이거든요. 등골 휘어요.”
“전 부러운데요.”
“애들 얘기면 할 말이 많죠.”
인사는 대폿집까지 이어졌다. 

“첫째도 허니문 베이비거든요. 와이프 회복되고 둘째도 바로 생겼어요. 셋째도 바로 나왔어요. 저는 원샷원킬이에요. 정부 지원이 너무 적죠. 다 개인부담인데, 하나만 낳을 걸 그랬어요.”
“그런 말씀 마세요. 세 따님이 너무 예뻐요.”
나는 사진을 돌려주며 말했다. 

“차도 크레도슨데요. 다섯 명이 타면 꽉 차요. 형님 차는 뭐에요?”
“528d에요.”
“우와, 부럽네요. 제 드림카에요. 형님 차도 부럽고, 애가 없는 것도 부럽네요.”

아내는 임신을 준비하면서 출산과 육아 책을 잔뜩 사서 읽었다.
“유모차는 보통 스토케로 산데. 그런데 100만원이 넘네. 유모차보단 뒤에서 미는 세발자전거가 있으면 좋겠어.”

아내는 직장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아내가 복직 한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 단념했음을 직감했다. 임신을 단념한 결혼생활은 평화로웠다. 각자 출근하고 퇴근길에 만나서 저녁을 먹고 들어왔다. 우리는 결핍이 없었다. 애가 없을 뿐이었다.

“여보, 우리 색다르게 해볼래? 호텔에서? 눈 가리고?”
“애는 단념한 거 아니었어?”
“애 만들려고 하는 거 아니고. 부담 없이 쾌감을 위해서 말이야.”
“새로운 경험은 좋지.”

이창열과는 회사에서 계속 마주쳤다. 흡연실에서 물어봤다. BMW를 주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공짜가 아니고 거래라고 했다. 대신에 아내와 잠자리를 갖는 조건이었다. 

“형님, 그게, 거시기, 제가….”
“날 도와준다고 생각해요. 부탁하는 거예요. 한 번이에요.”

생리가 끝나고 10일 째 날에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내에게 다른 사람과 하는 콘셉트로 하자고 했다. 그래서 내 얼굴이 보이면 안 되니 눈을 가리자고 했다. 곧이곧대로 말 할 수는 없었다. 불같이 화를 낼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벨벳 천으로 눈을 가리고 손을 침대 기둥에 묶었다. 그리고 샤워기를 틀고 문을 열자 추리닝 차림을 한 이창열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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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사랑미야 2017-03-16 10:40:37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검은사막 2015-01-25 01:51:06
기대..
이순신 2015-01-24 11:50:59
2탕 기대 하고있습니다~
angie 2015-01-23 23:44:12
오메...2탄이 기대되네요~~
포에타 2015-01-23 23:07:29
와우..잼나네요..ㅋㅋ
2탄도 얼릉요!
쭈쭈걸 2015-01-23 19:29:30
2탄좀요.....
똥덩어리 2015-01-23 17:01:29
오~~ 수미쌍관법을 사용한 멋진 작품이네요. ㅎ
ppangka 2015-01-23 16:46:31
이야...이게 이래진행되네..
어찌라고 2015-01-23 12:36:48
다음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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