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와 한 여자가 연애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은 그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뚜렷해지고, 그녀 또한 당신을 원한다.
연애 후, 첫 섹스. 서투른 듯, 노련한 듯 했던 둘의 뜨거운 첫 섹스는 당신의 사정으로 끝이 난다. 겨우 숨을 진정시키며 당신의 품에 안긴 그녀는 수줍은 듯 말한다.
“오빠, 나 원래 섹스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빠라서 그런지 너무 좋았어.”
원래는 섹스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 과연 그럴까.
대한민국의 많은 성인남녀는 자신의 연인 또는 배우자에게 거짓말을 한다. 숱한 거짓말 중에 성관계와 관련된 거짓말도 빠질 수 없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거짓말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순진한 척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특유의 성적취향을 숨겼을 수도.
왜 우리는 거짓말을 하게 되는 걸까.
왜 본인의 성적 취향을 사랑하는 이와 같이 공유하질 못하는 걸까.
나는 아주 평범한 20대 후반의 여성이다. 처음 직장생활을 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배우자나 연인이 있으면서도, 섹스파트너가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단순히 본인의 성적욕구의 만족을 위해 연인의 몸이 아닌, 타인의 몸을 찾는 것이 이해가 안됐다. 배우자가 있는데, 연인이 있는데 왜? 라는 질문을 항상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시선’이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여전히 한국의 많은 남성들은 자신의 여자친구와는 섹스를 즐겨야 하지만 나와 결혼 할 부인은 순결한 여인이길 바란다. 그리고 ‘남자라면 당연히 젊은 시절에 섹스를 즐기기도 해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자가 섹스의 ‘S’ 정도만 얘기해도 아주 이상한 취급을 해댄다. 물론, 나도 그런 취급을 당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여러 매체의 발달과 문화의 변화로 우리에게 섹스는 멀거나 더러운 어떤 것이 아니며, 가장 본능적인 즐거움이 되어있다. 하지만 우리의 머리는 여전히 성은 창피하고 부끄러운 것으로 말하고 있다.
요즘의 성교육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내가 학교에서 받았던 성교육은 참으로 이상했다. 성교육 시간에 선생님이 우리에게 보여줬던 것은 중요부위를 가린 남자와 여자의 그림이었다. 그리고 성기의 해부도 같은 그림을 보여주며 나팔관이라든가 하는 생물학적 얘기를 했다. 섹스 또한 생물학적인 설명이었다. 정자가 난자를 만나 수정을 하면 자궁에 착상을 하는… 가장 중요한, 정자가 어떻게 여성의 몸에 들어가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피임법에 대해서도 짤막한 설명뿐. 단지 순결을 강조하는 교육이었다. 나의 흐릿한 기억엔 혼전순결서약서 같은 것도 썼던 거 같다.
그리고 내가 처음 남성의 성기를 접한 것은 여고시절, 흔히 바바리맨이라 불리는 변태 성욕자에 의한 경험이다. 남자의 성기에 대한 내 첫인상은 매우 더럽고 불결한 것이었다. 성을 창피해 하는 성교육을 받고 자란 내가 첫 대면한 남성의 성기는 변태성욕자의 것이라니. 당연히 섹스와 성기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교육환경과 요즘의 세태와 맞지 않는 이질적인 유교문화가 성을 창피하고 부끄러운 것으로 치부해 사람들로부터 회피하게 만든 것 이다.
오늘도 그 또는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어쩌면 그게 당신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숨겨서 만족하지 못하는 섹스는 연인에게 불만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이미 섹스를 즐기고 있다면 고리타분하고 말도 되지 않는 고정관념으로 쉬쉬할 필요가 전혀 없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을 당신의 연인과 소통하고 섹스를 더욱 즐겼으면 좋겠다. 당신의 취향이 소아성애라든가, 하는 비상식적이고 반인륜적인 취향만 아니라면 더 이상 창피해 말고 부끄러워 말고 당신의 연인에게 말하기를 바란다. 어쩌면 당신의 연인이 당황할 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의 연인의 숨겨진 취향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오빠, 나는 스타킹 찢는 거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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