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청량리나 영등포 역 주변에는 홍등가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없애지도 않을 거면서 단속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친구가 군대에 있을 때 일이다. 야동도 못보고 부대가 산골이라 휴가를 나오지도 못하고 미치겠다고 했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자니 미친 짓 같고 식욕으로 대체를 해도 안 되고 운동을 해도 어린애들 아침에 발기 되듯이 발기만 되고 아랫도리만 뜨거워지고 정말 미치기 일보 직전이고 걸그룹이 나올 때면 대놓고 딸딸이를 치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3개월 뒤 휴가를 나온 친구가 ‘양리’에 가자고 했다. “어디?”라고 되물으니 답답하다는 듯이 “청량리. 임마.” 라고 말했다. 나는 순간 흠칫 놀라서 다시 친구한테 물었다. “야. 거기 가면 에이즈 바로 직방으로 걸리고 사면바리 기생충 옮지 않아?”라고 물었더니 친구는 괜찮다고 말하며 요즘 창녀들도 다 성병검사하고 무조건 콘돔 끼고 한다고 했다.
나도 홍등가가 처음이고 해서 친구를 따라갔다. 청량리역에서 왼쪽 골목으로 가니 정말 정육점처럼 생긴 홍등가가 맛집 골목처럼 줄줄이 있었고 겨울인데도 속옷 혹은 비키니 차림인 여자들이 유혹하듯이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호객행위를 하면서 “오빠. 잘해줄게.”라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사람도 있었고 10만원에 러시아 여성을 몰래 파는 삐끼도 있었다.
가격은 7만원 정도였고 돈을 깎아주기도 했다.
그런데 한 시간도 아니고 15분이었다. 저스트텐미닛도 아니고 시간이 너무 짧기도 짧았고 진짜 사람을 고기 팔듯이 파는 것 같아 부담이 되어서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밖에서 친구를 기다리기로 했다. 20분 후 친구가 나왔는데 표정이 해탈한 듯이 밝았다. 그 이후로 친구는 항상 휴가를 나올 때마다 청량리로 향했고 결국 대학교 복학하기 전까지 군대에서 조금씩 모아 놓은 월급을 다 탕진하였다. 친구는 여자 친구가 생겨도 항상 만족하지 못한다고 하소연을 했다.
나는 친구를 달래며 몇 년씩 그쪽에서 일한 사람하고 갓 처녀막 터진 여자 친구가 비교가 되겠냐고 했지만 친구는 테크닉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서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결국 친구는 설날이나 추석 때 용돈을 받으면 바로 청량리로 달려가거나 용돈이 많을 때는 안마방까지 가기 일쑤였다. 물론 여자 친구한테는 비밀이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꾼다고 해서 정리를 하는데 신기하게 빨간 전등이 있어서 장난삼아 친구한테 인간 좀 되라고 보내주었다. 며칠 뒤 친구가 술 한 잔 사준다며 나를 불렀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보낸 줄 알고 바로 전등을 부수려고 했는데 생각을 해보니 직접 달아보니까 분위기가 제대로 난다고 했다.
그 후 여자 친구와도 권태기도 사라지고 홍등가에 돈을 안 쓸 수 있다고 해서 너무 좋아했다. 좀 떨떠름했지만 친구를 조금이나마 올바른 길로 인도했다고 합리화했다. 별별 변태들을 봐왔지만 이런 변태는 처음이었다. 홍등가에 중독되었는지 붉은 등에만 중독되었는지 정체성을 판단 짓기 어려운 변태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