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중, 혹은 전이나 후에 상처를 받았던, 받을 만한, 또는 주었던 말이나 행동에 관하여.
男 - “반응이 왜 그래?”
연인이 되어서 처음 관계를 맺을 때 항상 뻣뻣했다. 별다른 반응도 없고, 몸을 움직이는 미동도 거의 없었다. 섹스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둘이 하는 거라며 답답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때 반응이 왜 그러냐며 짜증을 냈다면 관계가 악화됐을 것이다. 오히려 잘한다며 다음엔 더 잘하자고 다독여준 것이 후에 여자에게 긴장을 풀고 호흡을 맞추는 데에 훨씬 도움이 된 것 같다. 나중엔 서로 눈치 볼 것 없이 즐기게 되더라.
男 - “휴지 좀 가져와.”
한번은 너무 피곤할 때 관계를 맺고서 침대에 뻗어버렸다. 그 때 무심코 했던 말이 휴지 좀 가져와서 닦으라는 말이었다. 그러고 나서 크게 싸우고 한동안 관계를 가질 기회가 없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지만 후에 들어보니 大자로 뻗어서 휴지를 가져오라는 그 말은 ‘내 볼 일은 끝났으니 뒤처리는 네가 하고 이만 자자.’란 뜻으로 들림과 함께 자신이 ‘정액받이’가 된 것 같아 수치심까지 느꼈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지르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데,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로는 항상 관계가 끝난 뒤에 먼저 정리하고 한 번씩 안아 주었는데, 누군가 이런 경험이 있다면 섹스 할 때 적극적으로 변하는 애인을 볼 수 있으리라.
女 - “왜 안 서?”
첫 경험 때, 너무 긴장을 한 탓인지 몸이 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심장은 빠르게 뛰는데 이상하리만큼 밑은 차갑게 식어갔다. 떨리고 흥분은 되는데 좀처럼 반응이 없었다. 일어나라는 거친 손길에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 당시 애인이 그런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느긋이 기다려준 것이 굉장히 고맙게 느껴진다. 실제로도 많이 있는 일이고, 남자가 더 당황할 수 있으며 사소한 말장난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남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女 - “벌써?”
난 항상 첫 타임이 짧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잦게 하는 스타일이고 두 번째, 세 번째를 반복할수록 더 즐기게 되는 것 같다. 이 상황을 늘 새로운 연인과 만나 처음 관계를 시작할 때는 일일이 설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직접 느끼는 수밖에 없는데, 그 처음이 항상 곤욕스러웠다. 그 표정, 그 눈빛, 그 소리까지. 물론 후에 적응이 되고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자연스러워지고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그때마다 항상 말하고 싶었다, 난 그런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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