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프렌즈에서 로스는 에밀리와 결혼식을 한다. "나 로스는 에밀리를 아내로 맞이합니다."라는 단순한 선서만을 남긴 상태였다. 로스는 에밀리 대신 레이첼의 이름으로 선서를 한다. 레이첼과 오래 사귀었기 때문에 그 이름이 입에 붙었을 수도 있고, 아직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당연히 결혼은 끝장난다.
섹스하면서 다른 여자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것은 사정을 위해서였다. 여자친구와 오래 관계를 하다 보면 권태는 찾아온다.
오랜 기간 파트너와 섹스를 맞추다 보면 사정을 해야 할 타이밍이 있다. 온도가 올라가는 속도가 느린 여성이 절정을 느낄 때까지, 남성은 사정을 멈추고 기다리는 것이 과히 섹스 테크닉의 전부이다. 보통 애국가를 부른다던지, 기타 잡생각을 하는 것이 그것의 노하우이다. 여성이 느낄 만큼 느낀 다음에 사정으로써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가끔 사정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피곤하다든지, 자위행위를 했다든지 하면 사정해야 할 타이밍에 벙어리가 된다. 입을 벌리고 마이크를 들고 있는데 노래가 목구멍에서 안 나오는 당혹감이 몰려온다. 그러면 눈을 감고 다른 여자를 생각했다. 평소 자위 파트너로 애용하는 일본 AV누나의 모습이나, 사춘기 때 첫사랑의 벌거벗은 몸을 생각했다. 파렴치한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으나, 원만한 섹스를 위한 일종의 노하우이다. 혼자만의 비밀로 지키고 있다.
슬라보예 지젝은 말 했다.
"자위가 상상된 연인과의 섹스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정확히 대칭적 방식으로 실제 섹스는 실제 연인을 가지고 하는 자위의 구조를 가진다. 나는 내 환상을 경험하기 위하여 자위 도구로 살과 피를 가진 실제 연인을 사용한다."
섹스는 2인 이상의 상호적 행위이기도 하지만, 두 객체의 개별 성행위이기도 하다. 섹스가, 두 성인의 동시 자위행위라는 말이다. 정리하자면 섹스 중 첫사랑과 일본 AV모델이라는 판타지를 꿈꾸었다. 섹스를 하다가 다른 사람을 상상하는 것이 나쁜 일인가?
김경희 코넬여성비뇨기과 원장은 성행위 시 에로틱한 공상은 최고의 최음제이며 가장 효과적인 성 보조기구라고 말한다.
"성행위 시 실제상황이 아닌 자극적 공상을 하는 소위 ‘섹스 판타지’는 섹스 자체에 모든 주의를 집중시킴으로써 성욕 발산이나 쾌감을 방해하는 생각이나 산만한 감정을 없애준다. 환상에 몰두하다보면 그야말로 섹스에 관한 모든 터부를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섹스 판타지는 성적 흥분을 유도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최음제이자 파트너의 욕구를 일깨우는 아주 특별한 무기다.
얼마 전 영국에서 섹스 도중 부인이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이성을 잃고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50대 남성이 유죄평결을 받고 최고 종신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외신뉴스가 있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이 여성이 섹스 도중 이름을 불렀던 남성과는 동호회에서 만나 수차례 외설적인 문자를 서로 주고받았으나 직접적인 성관계는 맺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죽은 사람도 억울하고 산 사람도 죄책감에 시달릴 테니 참 불쌍하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다. 섹스 판타지는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가장 효과적인 성 보조기구임에 틀림이 없다."
상상외도는 섹스판타지의 일종이고, 파트너와 협의해서 다른 판타지도 경험해 보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간호사 코스프레이다. 간호사와 섹스 할 수 있는 경험은 매우 섹시하다. 또한 여자친구에게 교복을 입으라고도 해 봤고, 길거리에서 처음 만나 섹스 하는 설정, 서로 강간하는 설정도 해봤다. 이것은 더 만족스러운 섹스를 위한 아이디어였으며 또한 권태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이었다. 섹스 상대가 고정되어 오래되면 권태는 찾아온다. 그래서 상상외도는 필요하다. 자조롭지만 내 행실의 정당성을 주창해본다. 좀 고상하게 말하면 섹스판타지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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