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로리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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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리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로리타>. 많은 사람이 감상했으리라 생각한다. 어릴 적 사랑했던 소녀의 죽음으로 상처를 안고 어른이 된 험버트는 하숙집 미망인의 딸 로리타에게 반한다. 험버트는 곧 미망인과 결혼하여 로리타의 계부가 되어 그녀의 곁에 머물다가 어쩌고저쩌고하는 이야기. 이 작품으로 '로리타 콤플렉스=어린 여자아이에 대한 성인 남자의 성도착증'이라는 개념이 생겨났을 정도로 사회적 관심과 파장이 컸던 작품이다. 극 중 로리타를 사랑한 험버트는 진실로 로리타를 사랑하고 아꼈다. 나이가 많고, 계부인 남자가 미성년인 로리타를 여성으로 사랑한다는 설정에 대한 판단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더럽고 추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인간적인 이해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현실의 험버트를 만나 봤기에 그를 인간적으로 이해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느 한가로운 주말, 홀로 드라이브를 하고 있던 중 갑자기 지인 탐이 떠올랐고, 그가 사는 도시로 핸들을 돌렸다. 탐은 몇 년 전 알게 된 정신과 의사다. 우연한 계기로 만나 여러 차례 진솔한 대화를 했고, 근사한 저녁 식사가 있었다. 우리는 순수하게 둘이서만 아는 관계였고, 그 외에 연결된 인간관계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인지 쉽게 각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고 빠르게 친해졌다. 터미널 인근 카페에 앉아 그와 더치커피를 마셨다. 안부를 묻는 대화는 자연스럽게 깊은 대화로 이어졌다. 탐은 '금기된 사랑'에 대해 토로했다. 어린 소녀에게 연정을 품었다 했다. 탐은 자기 분야에서 성실히 일하며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환자에게 마음을 품게 된 것이다. 그것도 십대 소녀에게. 그녀를 보고 싶지만 볼 수 없고, 함께하고 싶지만 함께할 수 없는 애타는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자살 미수자였다. 유복한 집안, 안정된 집안 배경에도 외로움이 크고, 자존감이 낮은 소녀라고 했다.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는 그녀처럼, 학우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학교 왕따와 성적 관계를 맺고 지냈다고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서 꽤 똑똑한 소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롭고, 자존감 낮고, 친구가 없고, 왕따이기 때문에 자신과의 비밀 관계를 폭로할 가능성도 낮고, 폭로한다 하더라도 왕따의 말을 믿어 줄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실용적인 관계를 건설한 것이다. 유복한 집안에 예쁜 외모지만 학교 왕따와 비밀 성관계를 하는,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복잡한 소녀였다. 스스로 외로움과 복잡함을 더 극적으로 만들며 자신이 해방될 길을 찾지 못하고 좌절하는, 그런 복잡함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거의 성적인 행동으로만 문제를 발산하는 소녀였다. 탐은 자신이 소녀에게 사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자신의 위치를 이용하여 접근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꼈다. 그러나 반대로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은 괴기적인 양가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탐은 소녀에게 완전히 빠져버린 상태였다. 눈이 멀고, 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연정에 빠져버렸다. 내가 했었던, 다른 사람들이 했었던 사랑이라는 감정 그대로를 느끼고 있었다. 탐은 어린 시절, 자신을 좋아하던 중학생 소녀가 있었다고 했다. 나중에야 깨달은 거지만 그 소녀가 자신의 첫사랑이라고 했다. 당시 그는 소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했고, 소녀의 마음을 제대로 받아주지도 못한 채 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나이를 먹고, 결혼할 여자가 생겼을 때 소녀를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한다. 그때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랑 결혼하지 않을 거면 가버려요." 서로의 마음은 알지만 진솔하게 말하지 못했던 사랑이 그렇게 떠났다. 그 소녀에게 준 상처와, 한번도 진심을 표현하지 못한 자신의 비겁함이 그의 마음에 무엇을 남겼을까. 나는 탐과 험버트에게 비슷한 과거의 흔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잘못된 도착증, 변태적 성욕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험버트의 마음은 어린 시절 소녀를 사랑했던 그때에 정서적 성장이 멈춘 것 아닐까? 탐은 그 아픔을 잊기 위해 많은 승화 기제를 사용하며 살았다. 그러다 그 소녀에게 마법에 걸린 듯 빠져버린 것이다. 다들 그를 욕하더라도 나는 탐을 이해하고 싶다. 지금도 괴리감 속에서 또다시 어릴 적 놓쳐버린 첫사랑을 반복하고 있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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