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졸업>
내가 만약 스타킹의 시초인 중세시대에 태어났다면, 혹은 아직까지도 스타킹이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면. 나는 남자를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페티쉬란 갈수록 늘어가고 디테일해지지만, 나는 포괄적으로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 스타킹을 꼽을 것이다. 친구, 부모님 누구에게도 말한 적은 없지만, 나는 사실 유치원때부터 스타킹을 좋아했다.
밝은 미소와 푸근한 인성을 가진 선생님은 하늘하늘하고 뽀송뽀송한 앞치마 속에, 도발적인 미니스커트와 매혹적인 커피색 스타킹을 늘 숨겨두셨다. 신비롭게까지 느껴지는 그 속은 6살 어린아이였던 나에게 강력한 탐험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내가 다녔던 유치원은 좀 산다는 애들만 다닌다는, 무려 '미술유치원'이었는데, 이 영악한 놈이 활동이 많고 북적 할 때마다 미술 테이블(어린아이 키에 맞춰서 높이가 30cm정도 됐으려나?)로 샤샤샥 하고 들어가 순진한 어린아이 미소를 장착하고 선생님의 팁토를 손으로 쓱쓱 훑었다. 그 뿐이랴, 낮잠 시간을 빼고는 쉬는 시간, 간식 시간, 귀가 시간마다 20대 중반의 탄탄하고 탱글탱글한 허벅지에 매달려 살았다.
심지어 작은 유치원 버스에 탈 때는 꼭 선생님 정면에 앉아서는, 다방에서 죽을 치는 노인네가 쌍화차 하나 시켜놓고 마담 허벅지 주무르듯 사정 없이 허벅지를 주물러댔다.
지금 그랬으면 경찰서에 몇 번이나 드나들었을 건데... 영특한 놈(?) 부럽다. 색마 꼬맹이가 미운 분들도 있겠지만, 어쩌랴 본능이었고, 나는 미취학 아동이었는데. 아무튼 나는 스타킹이 정말 좋다. 지금도 무척 좋아한다.
짧은 얘기를 하나 더 하자면, 직장을 다닐 적에 같은 사무실에 대리님 한 분 빼곤 여자가 많았다. 그런데 다들 한참 전에 시집간 아줌마들이고 일이 힘든 일인지라 푹푹 쉬어버린 분들이 대다수였다. 특히나 싫은 분 한분 계셨다. 새로 오신 사무실이랑 현장을 오가며 오더를 내리는 일을 맡으신 분인데, 직책은 따로 없었다. 경리나, 비서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일은 얼추 어리버리 까면서도 잘 했는데 툭하면 붙어서 요리사 남편 자랑이나 궁금하지도 않은 비전 얘기로 진을 빼놨다. 얼굴도 렛미인각이고, 입 냄새도 심했다. 근데 하루는 H스커트에 검은 스타킹을 신고 왔다. 순간 왠 미녀가 내 옆에 앉아있나 했다. 남편이랑 중요한 모임에 나가야 한다고 한껏 차려입었단다. 난 뜬금없이 퇴근 전에 회식을 제의했다.
당연히 그 분은 곤란해 했고, 나는 처음으로 젠틀하게 모임에 갔다가 여유가 생기면 오라고 했다. 2차, 3차가 지나자 흥은 최고로 올라있는데 아줌마들은 밥해야 한다고 모두 나갔다. 4차에 와서 3시가 가까이 와서 슬슬 나도 아저씨들 배웅하고 집에 갈까 했는데 비서님이 낮의 황홀한 복장을 그대로 입고 자리에 왔다.
나는 LED 부럽지 않게 환한 미소로 그녀를 맞이했고 취해서 고주망태가 된 아재들은 모두 집에 보내고 둘만의 1차를 시작했다. 가볍게 치맥이나 하면서 지겹던 그녀의 얘기를 꽃받침을 하고 경청했다. 나는 맛이 너무 갔고 그녀는 멀쩡했는데도. 결과는 불장난이었다.
모텔에서 일어나 나체의 그녀를 보고는 후회가 가득한 아침을 맞았지만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아무튼 난 죽을 때까지 스타킹 좋아할 것 같다. 청바지 좋다는 사람들이 더 변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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