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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가면과 성 - 벗은 몸, 그러나 아직 안 벗은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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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hitchhiking]
 
육체와 정신의 합체인 자기 자신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은 여자라는 동물은 불안감 속에 산다. 더 젊은 여자가 그를 사로잡으면 어떡하지? 그가 질려 떠나면 어떡하지? 섹스할 때 이렇게 움직여주면, 이렇게 반응하면 이 남자가 좋아할까? 자기의 육체를 자기가 만든 정신의 틀(타인을 위한 틀) 안에 가둔다. 그녀에게 삶은 ‘불협화음’이며 ‘두 세계의 불안한 동침’이다. 깨어나고자 하는 자신과 그것을 억압하는 자신을 화해시키지 못한다. 자기도 알지 못하는 울분이 쌓이더라도, 그 비극을 자신에게 기꺼이 주입한다. "비극을 견뎌내므로, 나는 훌륭한 여자이다"라는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히치 하이킹 게임>에 그려진 여성의 가면과 성
 
잠시 밀란 쿤데라의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가 보고 있었던 건 진짜 그녀일까?
 
여행을 위해 차를 몰고 가던 둘, 여자가 잠시 내려 볼일을 보고 돌아왔을 때 그가 장난처럼 히치하이킹 게임을 시작한다.
 
"어디로 가세요, 아가씨?" 
"자, 타세요."
 
그녀가 엉겁결에 장단을 맞추며 시작한 게임. 그 게임에서 그 둘은 돌아가지 못할 강을 건너게 된다.
 
대체 왜? 본래의 자아가 고개를 들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로 역할놀이이기 때문이다. 역할 놀이를 하는 두 개의 자아 모두 그녀인데, 그 중 청년이 자기 안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건 둘 중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의 더 큰 책임은 그녀에게 있다. 그녀는 자기를 상대의 기준 안의 틀에 가둔다. 상대의 숨겨진 본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였던 그들의 사랑. 그런데, 그녀 안에 잠재된 또 하나의 그녀.
 
감춰진 자아가 역할 놀이를 바꾸며 구체화 된다. 그녀는 고백한다. 실은 지금 자기가 맡은 역할(실은 숨겨진 그녀의 진짜 모습), 이런 스타일의 여자들을 시샘했었노라고... 어쩌면 그녀의 시샘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나오지 못하는 자아, 그 갑갑함에 대한 감정은 아닐까? 나를 진정으로 끄집어내서 이 삶 속에서 드러내어 나의 진짜 모습을 실현하며 살고 싶다는?
 

이 낯설은, 그때까지는 그 육체가 그에게 단지 연민과 애정, 배려, 사랑, 감정의 안개속에서만 존재했던 것처럼 이제 비로소 그 육체를 하나의 육체로 만들어주었다.
 
그녀의 육체가 그 안갯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처음으로 청년은 여자 친구의 육체를 본다고 생각했다. 
- p.125~6


 
이제 완벽하게 하나로 얽힌 관능적이고 서로에게 낯선 두 육체만이 있을 뿐이었다. 
경계선을 넘어... 그 너머에서 자신이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완전히 일체가 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이번과 같은 쾌락을 느껴본 적 없다는 생각에
공포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 p.138~9

 

자기 안에서 나오지 못하는 자아, 그 갑갑함은 옷을 벗고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녀의 가장 깊은 욕망의 핵이 건드려졌다. 그녀는 자기의 경계를 넘는 순간, 여태까지 자기를 사로잡은 적 없는 쾌락의 극치를 느끼고 그 또한 그것을 느낀다.
 
그러나 진짜의 자기를 만나는 것은 두렵다. 그녀는 다시 자기의 가면을 집어 든다. 그 남자도 그렇다. 어쩌면, 그가 그 가면을 원한다는 이유로 그녀는 다시 역할놀이 속으로 되돌아간다.
 

흐느낌은 긴 울음으로 이어졌다.
아가씨는 그러고도 한참 그 가슴 저미는 동어반복을 계속했다. 

"나는 나야, 나는 나야......" 
- p.141

 

그녀는 누구란 말인가? 순진한 그녀로 포장되어 있으나, 실은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고, 자기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도 하지 않으며, 남자에게 있어서 하나의 애정의 대상이나 쾌락의 도구에 불과하며 버림받을까 전전긍긍하는 그녀? 아니면, 자기를 열어 놓고, 순간에 충실하며, 자신의 감각에 정직하게 반응하고 있는 그녀? 만약 두 번째의 그녀가, 그녀가 전혀 아니라면, 쾌락이 그토록 그녀에게 정곡으로 들어왔을 리가 없다.
 
쿤데라는 말한다.

 
"그녀는 아마 이 게임을 하면서 자신을 부정한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정확히 반대가 아니었을까? 

그녀를 자기 자신으로 만들어 준 것이 이 게임 아니었을까? 그녀를 풀어준 것이?"
- p.125
 
 

성은 존재의 요구이며, 존재가 형상화된 육체의 물음에 답을 주는 가장 정직한 대답이다. 반대로 유추해볼 때, 많은 여자의 성에 대한 억압이나 수동성은 정신적 억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즉, 욕망을 정면으로 직시하지 않는 여성 자신의 정신적 한계나 억압을 유발한 트라우마가 그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성교통과 불감증 치료자들이 여자들의 심리 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글쓴이ㅣ팬시댄스
원문보기▶ https://goo.gl/1TAl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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