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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변태를 만나야 한다 - SM초보자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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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okyo decadance]
 
말만 앞서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섹스에 대한 것이라면 아무래도 기대가 생기고 판타지가 생기기 마련. 나는 상대의 스킬이나 무드는 벗겨보고 물어보고 핥아보고 즐겨봐야 아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본인은 대단하고, 이걸 잘하고 저걸 잘하고에 대한 말을 믿지는 않는다.
 
내가 섹스에 대한 자랑을 잘 안 믿게 된, 그러한 원인 제공을 해준 이가 있었다(어련할까 하하.) 그는 자기자신에 대한 섹스어필이 굉장한 사람이었고, 특히나 그는 SM을 특히 강조했었다.
 
“아.. 나는 그냥 더도말고 덜도말고 수갑이랑 안대만 있으면 돼. 아, 목줄도 있으면 더 좋고.”
 
“ㅋㅋ 그게 그렇게 좋아?”
 
“응. 보기만 해도 쌀 거 같다니깐.”
 
이 대화는 우리가 섹스도 하기 전, 술을 마시다가 어떻게 상대를 만족시키면서 자신의 쾌락을 추구할까라는 주제의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한 이야기다. 그 외에도 스타킹, 교복은 물론이고 애널, 촛농, 채찍까지. SM의 교과서를 읽는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와 안지 1년 가까이가 되어가는데도,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않았던터라 처음 듣는 그의 취향에 흥미가 생겼다. (그래. 뭐 나쁠 건 없지. 하고 이야기를 듣는 내내 그의 몸을 계속 훑어보건 굳이 숨기지 않겠다.)
 
그날은 그가 너무 취한 관계로 섹스를 하지는 못했지만, 바로 그 다음 번에 만났을 때는 왠지 모르게 당연하다는 듯이 섹스할 것을 예견해 몸을 깨끗이 정돈하고 그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처음으로(지금 생각해보면 이것도 웃기지. 그 동안 한번도 그가 사는 집을 한번도 안가봤었다니.) 그의 집을 들어갔을 때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제주도에 있다는 유명한 성박물관.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런 느낌일까.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딜도, 수갑, 안대, 채찍까지 그가 이야기했던 SM교과서 안에 있는 물품들이 가득했다. 어쩌면 난 오늘 잘못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아마 내가 온다고 해서 일부러 더 꺼내놓은 것 같은데, 그 덕분에 우리는 얼마 되지 않아 군말 없이 섹스로 돌진하게 되었다.
 
허허. 섹스하는데 2시간은 걸린 것 같다. 좋아서냐고? 아니. 그럴리가. 내 손을 굳이 묶겠다는 그는 낑낑대며 넥타이였는지 밧줄이였는지 기억도 안 나는 정체 모를 끈으로 한참 동안 애를 먹었고, 그 후 내가 신고 있던 스타킹을 찢겠다며 안간힘을 쓰는데, 세상에나 몇 번이나 그의 실수로 내 허벅지 살이 꼬집혔는지 멍이 들 정도였다.
 
순간은, ‘내 허벅지에 멍을 들게 하려는 그의 SM적인 본능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 과정이 거의 1시간 이상을 잡아먹은 것 같았고, 본 삽입은 10-15분에 허망하게 끝나버렸다. 그가 이야기했던 “SM”섹스를 하고 나서 우린 둘 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와중 그나 내뱉은 결정적인 한마디.
 
“너무 쌨나? 미안. 흥분을 주체 못했네”
 
쌘 게 뭔지 보여줄까? 하고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내 추측에 의하면, 그는 야동이나 다른 루머를 통해 전해들은 SM섹스로 막연한 판타지가 생기게 된 것 같았다. 처음 그의 집에 들어왔을 때 나에게 흥분과 무서움을 주었던 채찍이나 밧줄 등이 불쌍하게 보였을 정도.
 
쨌든 그는 변태가 되고 싶어하는 초보자 변태였고, 아직도 난 가끔 그 생각을 하며 (비)웃곤 한다. 그래도 난 그러한 그의 자신감이 좋아 이후 여러 번 더 만났고, 어느 순간 계속 알려줘도, 계속 말해줘도 감을 너무나 잡지 못하는 그가 안쓰러워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마음이 너그럽지 못해 미안.)
 
결론은, 음.. 이 세상 모든 변태들 만세!!!!!
 
+ 그리고 내가 ‘그 남자’가 되어 Smer가 아닌 SM추종자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SM이 가장 쉬웠어요.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면 되거든요.”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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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ony 2017-01-04 18:55:05
쌘 게 뭔지 보여줄까? 하고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아 빵터졌습니당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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