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같은 가시나 갱생 프로젝트 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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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엽기적인 그녀] 한 때, 스펙 쌓기의 일환으로 한참 유행하던 자기계발 강의를 들으러 다닌 적이 있다. 유명하다는 카페의 맛보기 강의는 거의 다 들어본 것 같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유명하고 너무 신들린 것으로 소문난 수업은 결론적으로 대부분 사기였다. 시절에 세상을 제일 많이 배운 것 같다. 어떤 종류의 강의가 사기냐면 한 달에 얼마 벌었다는 경매 고수, 주식고수부터 남자를 몇 명이나 만났다는 연애 강의하는 여자, 자신이 마케팅 고수라며 한 달 수입이 얼마라고 떠들어대던 사람까지. 분야도 다양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사기꾼은 다 겪어본 것 같다. 성격이 그다지 호락호락하지 않은 편이고 애늙은이 같은 면이 있어서 그들이 이야기하던 인생을 변화시키는 프리미엄 강의 따위에 돈을 뜯기거나 하진 않았지만 어떻게 사람을 홀리고 지갑을 열게 하는지 배울 수 있어서 아예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저런 사람들 강의 듣다 보면 정말 별거 아니라서 나중에는 강의 내내 강사를 관찰하며 사람들이 홀리는 원인을 분석하곤 했는데 그들이 제일 잘 갖다 쓰는 것이 인간의 욕망에 기반한 심리학이론들 이었다. 점쟁이들이 잘 쓰는 콜드리딩, 스누핑, yes set, 더블바인드와 같은 화법과 행동심리학과 관련된 비지니스 매너, 바디랭귀지 같은 것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 당시에 나는 그 지식을 이용해 남자 꼬시는 데 주력했다. 꼭 섹스나 연애의 목적이 아니라 그냥 내 뜻대로 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내 맘대로 안돼도 딱히 손해 볼 건 없는 일이 바로 썸이 아니던가? 나는 사람 마음을 가지고 게임을 했던 것 같다. 그땐 오르가즘보다 그게 더 좋았다. 그러다 스토킹도 당하고 집착하는 남친에 귀찮은 일이 자꾸 생겨서 서서히 그만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지금은 결혼도 했고 방향을 바꾸어 고객님들 마음을 훔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간혹 완급조절을 잘못해서 남자 고객이 ‘점심 드셨나요?’, ‘언제 끝나세요?’ 같은 연락이 오기도 하지만 악플 달리고 욕 문자 오는 것보단 낫다. 자랑 하자는 게 아니고 그만큼 사람을 홀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거다. 요즘도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그 사기꾼들 카페에 종종 들어가는데 그들의 글과 소식을 들으면 웃음만 나온다. 같은 여자조차 홀리지 못하면서 남자를 홀리고 싶어 한다. 가족조차 홀리지 못하면서 타인을 홀리고 싶어 한다. 무엇보다 글과 현실의 사람의 격차가 너무 크다. 원래 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는 법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80%는 내 뜻대로 해야 행복할 것 아닌가? 적어도 내가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는 행복한 결과만 낳아야 하는데 내 선택으로 하는 섹스파트너, 남친과의 관계조차 행복하지 못하다면? 레드홀릭스를 보면 야무지고 예쁘게 생겨가지고 곰 같은 행동을 사서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가르치고 훈수 두고 오지랖 떠는 거 너무너무 하기 싫은데, 내가 이렇게 오지랖 부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시간 날 때 조금씩 써보려 한다. 최근에 레드홀릭스에서 주최하는 소개팅을 원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한다. 훈남 훈녀만 소개팅하고 잘 되는 건 아니니까. 넘쳐나고 굴러다니는 곰탱이들. 쑥과 마늘을 먹여 사람 될 준비를 시켜보려고 한다. 부디 앞으로 써 내려 갈 이 글이 그들에게 쑥과 마늘이 되길 바란다. 곰으로 죽어서 가죽만 남기지 말자... 제발. 글쓴이ㅣ코라 원문보기▶ https://goo.gl/Ba2Hc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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