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 중
사람의 욕심은 참 끝이 없다.
안으면 뽀뽀하고 싶고, 뽀뽀하면 키스하고 싶고, 키스하면 섹스하고 싶은 것처럼. 사람은 A레벨의 자극을 받게 되면 다음 B레벨의 자극을 기대하게 된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기대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말 죽기 직전까지에 달하는 흥분을 동반한 섹스에 대한 환상이 있지 않을까? 솔직히 난 그 욕구가 강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더 재밌고 과감한 섹스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겐 굉장히 큰 기쁨이다.
사실 나의 섹스 판타지 중 하나는 흥분제를 먹고 하는 섹스였다. 언젠가 한번쯤은 꼭 흥분제 (aka 최음제)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별로 필요가 없어서...^^;) 몇 해 전, 비가 내리던 날, 차 안에서 데이트를 하는 도중 당시 만나던 남자가 어디서 이상하고 작은 병을 가지고 와 내 앞에 수줍게 내밀었다. 그의 손 안에서 안약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유리병이 반짝이고 있었다. 해외에서 어렵게 들여왔다고 말한 그는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최음제라고 말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디자인 때문이었을까, 나는 약병을 쥐고 이게 뭐냐며 웃으며 넘겼지만 그 날 밤, 나는 그 약을 먹었다. 약을 먹기 전, 이게 무슨 성분인지도 모르는데 먹어도 될까... 하는 두려움과 정말 내가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운 마음이 컸지만 '내가 언제 다시 최음제를 만나보겠어!' 라는 생각 때문인지 차에서 내릴 때 그 약병을 찾아 손에 쥐고 내렸다. 차마 약병을 열고 원샷하기 힘들어 음료수에 타서 마셨는데 하... 내가 너무 많은걸 기대했나? 별 효능이 없어 보였다. 일반적인 약품이 몸에 퍼지는 시간은 30분, 우리 둘 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30분이 지나있었지만 내 몸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아쉬움에 섹스를 했다.
이게 나의 최음제 첫 경험기이다.
저 약과 내 몸이 맞지 않았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 최음제는 없다’
정말 국내에 최음제가 있다면 내가 먼저 사보고 싶을 정도다. 지난 해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정치인들의 섹스 스캔들, 그 당시 최음제 기사가 핫이슈였다. 하지만 그 이슈를 잘 살펴보면 그것은 최음제가 아니라 마약의 한 종류였다. 흔히들 말하는 ‘물뽕’ 역시 마약의 한 종류로 분류 될 수 있다. 최음제는 없다. 최음제라고 파는 것들 중에서 정말 효과가 있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내게 제보를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은 장난으로 돼지발정제, 물뽕, 최음제가 실존하는 것처럼, 구하기 쉬운 것처럼 말하지만 어렵다. 실제 돼지발정제를 잘못 투약했을 경우 신체적 부작용이 어마어마할 수 있다. 가축들의 교미를 위해서 발정제를 살포하긴 하지만, 이를 사람에게 잘못 투여하게 되면 큰 부작용이 뒤 따른다. 보통 다 큰 돼지는 300~500kg 까지 나간다. 이 어마무시한 무게를 지닌 돼지에게 투여하는 돼지발정제를 기껏해야 100kg도 되지 않는 성인여성에게 투여한다 가정했을 때, 상식적으로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 이다.
실제 최음제를 구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백이면 백 모두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답변만 들려왔다. 인터넷에서 고가로 판매되고 있는 최음제도 마찬가지다. 성인용품점에서 파는 최음제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은 쉽다는 말이 딱이다. 첫 최음제 실패로 나는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난 그에게 정말 제대로 흥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고, 그는 내 손을 잡고 한 성인용품점을 찾았다. 들어서자마자 사장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나라에 최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 거짓이니 믿지 말라고 한다. 혹여나 그런 최음제가 발견된다면 그는 마약이니 함부로 먹지 말라 말했다. 그러면서 사장님은 우리에게 섹스토이 영업을 시작하였고... 우리는 작은 바이브레이터 하나를 구입 해 나왔다. 사장님의 말을 듣고 나오는 길엔 무언가 씁쓸한 감정이 돋아났다.
그 날, 성인용품점을 나와 다소 우울해져 있는 내게, 그는 여행을 제안했고, 우린 함께 가까운 교외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 날 우린 오기에 불타올라 바다로 가는 내내 핸드폰을 붙잡고 ‘자연 최음제’를 검색했다. 그렇게 검색해서 나온 결과는, 굴과 초콜릿, 그리고 부추. 도착하자마자 우린 횟집으로 향했고 그 날 정말 무지막지하게 먹었던 것 같다.
그 날 밤, 우린 기대에 부풀어 서로 손을 꼬옥 잡으며 객실로 향했고 와인까지 마시며 분위기를 달궜지만 애석하게도 오기에 불타올라 너무 많이 먹어버린 우리 둘은 배탈이 났다. 섹스고 뭐고 둘 다 화장실을 선점하기 위해 눈치싸움을 해야 했으며 새벽 내내 티비를 크게 켜놓고 서로의 배변을 위해 매너를 지켜주는 끈끈한 의리까지 보여줬다. 아, 그 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밤새 사투를 벌인 끝에 새벽녘에 안정을 찾은 우리는 혹시 모를 섹스를 위해 정갈하게 목욕재계하자고 합의를 본 후 잠들었다. 하늘이 가엽게 여겨서일까, 다행히도 그 다음날 아침, 우리는 자연 최음제의 위력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정말 대폭발이라는 단어가 딱! 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숨이 가쁘고 이렇게 high 된 상황에서 섹스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정말 영화에서 보던 복상사 일보직전의 섹스를 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 행복했다. 폭풍섹스를 하다 보면 힘들만도 한데 우리는 둘 다 정말 자연으로 되돌아간 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욕망을 채워나갔다. 누가 보면 싸우는 것 같이 보일 정도로 거칠고 또 부드럽게 서로를 ‘먹었다’
비록 나의 최음제 섹스판타지는 산산이 깨져버렸지만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되어 기뻤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더 이상 최음제를 찾아 헤매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그 돈으로 나처럼 친환경적인 방법을 선택 할 수 있으니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건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섹스에 임하라 말해주고 싶다.
우리 약 빨고 살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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