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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LOVE]
 
불륜은 비도덕적인 행위이다.
동성애는 반인륜적인 행위이다.
애인있는 사람이 다른 이성과의 섹스를 생각하거나 실천하는 것은
역시 비도덕적인 행위이다.
SM플레이 섹스는 그릇된 성취향이다.
애널섹스는 비위생적인 행위이다.
섹스파트너를 만드는 것은 문란한 행위이다.

레홀에서 위의 글들에 대해서 제한을 걸지 않는 것은, 그것이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주체성이 없다고 여겨서뿐만이 아니라, 자율적인 판단을 구성원들에게 맡기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도 그런면에 있어서 각자 다른 주관을 가지고 점수를 매길 것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스스로의 기준이 명확하다고 생각을 해 봤자, 또 다른 상대에게 설득해야 할 당위성은 없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그들에게 설득당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그래서 우리는 비난할 뿐이다. 혹은 익명성에 기대어 더욱 거칠고 날카롭게 비난하거나.

하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덕을 벗어난 행위에 대해서 우리가 심판할 권리는 없다. 아니, 도덕자체가 지니는 강제성도 없으니 그것을 등에 업은 내가 정의(justice)가 될 수도 없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견해의 정당성을 믿고 논리를 앞세워 비판하고 논쟁을 벌이는 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적어도 위의 부분들에 대해서 적대감을 표출하고 비난을 해대는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 신념만큼은 자신을 드러내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레홀에서 왜 기혼 회원들이 드러내고 활동을 할 수가 없을까. 자신의 성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부분에 대해서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레홀에서 유부회원이 활동하는 것 자체가 거슬리는 일부 회원들의 시각과 익게의 비판들로 그들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갔는지도 모른다.

법적 효력이 사라져버린 지금, 유부의 불륜과 연인사이의 바람은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와 위자료로 뒷받침되는 경제적인 손해배상을 제외하면 사실 의미는 같다. 하지만, 두가지의 글이 올라왔을 때 (특히 익명게시판에) 대중들이 보이는 반응은 사뭇 다른 차이를 밝히는 것을 떠나서 극과 극의 양상을 보인다.

다른 섹스관련 카페에서는 애널섹스에 대한 거부감이 심히 날카롭다. 애널에 관한 질문이나 섹스이야기는 그곳에서 엄청난 지탄을 받는다. 여성의 몸을 배려하지 않는다던가, 더럽다던가, 그런데 여기는 또 그다지 괜찮다. 이유는 없다.

나는 이렇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해석을 딱히 좋아하진 않는다. 말로만 다양성 존중을 외치고 정작 그런 사안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난일면도, 자신은 섹파 만들어도 되고, 상대방은 안그랬으면 좋겠다는 이기주의의 극렬,  그런 부분들이 어쩔수 없이 아쉽다.

혼전순결의 정의도 가지가지다. 마음만 순결하면 된다. 키스도 하면 안된다. 성기삽입만 아니면 된다. 자위는 괜찮다. 사람마다 기준이 이렇게 다를진대, 위에서 언급한 사안들에 대한 기준이 어찌 딱 부러지게 정의될 수 있을까.

하지만 돌려 말하자면, 그런 부분들을 누구나 다 다르게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적어도 자신의 잣대는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굳이 올린다면 자기 이름과 생각을 정당하게 걸고 밝히는 것, 자신의 논리를 드러내는것. 그래서 다른 기준을 가진 상대에게 익명성이 보장된 날선 칼을 찔러넣어 상처를 쉽게 주지 않는 것.

적어도 다른곳은 몰라도 여기 레홀에서는 그랬으면 좋겠다.

레홀에서 동성애자가 자신의 취향을 커밍아웃하지 않는 것 또한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겠다. 그들이 나에게 호감을 표시했을 때 내가 내키지 않다면 정중하게 거절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실상은 이렇지 않다. 게시판에서는 어김없이 더럽다, 구역질난다, 극혐등의 표현을 써가며 색안경을 끼고 일제히 그들을 비난하겠지. 단지 자신에게 그들은 비정상이고 반대로 자기 자신은 정상이라는 생각 뿐이니까.

게다가 웃긴 것은 이런 섹스커뮤니티에서 레즈비언회원은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요소로 환영을 받지만, 게이 회원은 배척당할뿐이라는거다. 얼마나 이기적인 이중성인가.

어떤 사람이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말을 했을 때, 그 부분에 관해서 정중하게 말하고, 요청하고 혹은 비판하는 부분에 대해서 뭐라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부분이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각자 생각의 결론은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그 모든 부분을 결론 지어버리는 행위는 레홀에서는 없었으면 한다.

자신의 닉네임이 드러나지 않고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다고, 비웃고, 욕하고, 창녀에, 쓰레기에, 걸레취급을 하는 사람들은 레홀의 목적에 대해서 다시 한 번만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산다는 것은 그런거니까.

나의 자연스런 행위에 대해 비난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다른이들의 행위를 무턱대고 비난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비는 언제 그칠까. 
우명주
섹스칼럼니스트 우명주
http://blog.naver.com/w_p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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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2018-07-14 11:28:04
좋은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rhetoric 2018-07-13 01:52:50
잘 읽었습니다
미쓰초콜렛 2018-07-12 21:43:03
좋은 글 감사합니다
Sasha 2018-07-12 20:44:26
저의 무의식을 언어로 표현해준 듯한 글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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