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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내 귀에 캔디가 아닌 내 마음의 캔디 - 영화 S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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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s러버] 가수 비가 ‘난 나쁜 남자야’를 외치며 나타났을 때, 내 눈에는 그에 열광하는 여자들이 좀 이상해 보였다. 비에게 열광하는 것이야 백 번 이해가 가지만 ‘맞아, 나쁜 남자 은근히 너무 매력 있어’ 라는 말들은 도무지 이해불가 해석불가였다. 여자들이 얼마나 다정하고 달콤한 남자. 즉 착한 남자를 원하는 것은 그녀들이 어떤 프러포즈의 욕망을 갖고 있는가만 보더라도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지극 정성의 프러포즈 퍼포먼스를 펼치려면 착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내 착각이었다. 여기서 말 하는 나쁜 남자란 결코 성격이 모나 빠졌거나 여자에게 툴툴거리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들의 나쁨은 단지 사랑에 있어 마음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마음이 없으면 몸이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들은 마음이 없으면 그 사람을 감동시키겠다는 노력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만약 사랑을 게임이라 생각하고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을 아이템 획득. 즉 득템이라 생각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마음 없이도 우린 뭐든 다 할 수 있고 물론 사랑도 할 수 있다. 영화 [s러버] 여기에 지독한 바람둥이 남자가 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백수보다 더 못한 이 남자는 그러나 매력적이다. 7인치의 사이즈와 함께 기막힌 섹스 테크닉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여자를 녹이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재능을 썩히지 않는다. 파티란 파티는 모조리 돌아다니고 소위 남자 맛을 아는 여자들을 끊임없이 갈아타면서 삶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얻는다. 그에게 여자들이 쉬운 것은 그만큼 그가 쉽게 여자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니키는 드디어 큰 건을 하게 된다. 지성이면 지성, 미모면 미모, 재력이면 재력.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사만다를 만난 것이다. 이제 니키는 사만다에게 기생하며 온갖 방법으로 그녀를 만족시켜준다. 요리하는 남자. 그것도 앞치마만 걸친 네이키드 차림의 요리는 남자들만의 로망은 아니었던지 사만다는 그가 자신의 집에 머물도록 허락한다. 사실 사만다가 니키를 사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사만다는 그의 육체와 그 육체가 자신에게 주는 기쁨을 마음껏 즐겼으며 니키의 닭살스러우리만치 로맨틱한 행동들에 ‘요거 요거’ 라는 식의 웃음을 지으며 행복해한다. 그 넓은 펜트하우스에서 사만다는 마음껏 니키를 소모한다. 그녀는 니키가 어떤 인간인지 알고 있다. 그런 니키와는 그저 즐기는 것 까지만 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사만다는 그만 마음을 개입시켜 버린다. 자신이 없는 동안 광란의 파티를 벌인 니키는 괜찮지만 직접 목격한 니키의 바람 현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얼음도 형님으로 모실만한 쿨을 가진 사만다는 울면서 그를 내쫓는다. 영화 [s러버]
사만다와 사는 동안의 니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얼굴은 예쁘지만 별 볼일은 없는 여자들이, 조건만 보고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와 결혼한다면 그건 니키와 같은 일을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사는데 필요한 모든 수고스러움을 간편하게 얻는 대신 상대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 주는 것. 그러나 여기에도 룰은 필요하다. 자신을 완전히 철저하게 숨기는 것 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상대의 눈앞에 그것을 펼쳐 보이지는 말아야 하는 것이다. 니키는 그 작은(?) 실수로 한동안은 꽤 편안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다. 그러다 문득 니키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 아름답지만 쌀쌀맞은 웨이트리스 헤더에게 반해서 지난날의 수많은 여자들처럼 그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닌, 그녀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를 바란다. 니키는 자신과 똑같은 삶을 살되 단지 웨이트리스라는 직업만 하나 더 가진 헤더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 거기에 마음 같은 것만 따지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편해질 수 있는 인생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헤더는 니키의 여자 버전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니키가 처음으로 순정이라는 어울리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었으나 결국에는 헤더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해서 상처를 받고, 그 상처로 인해 이전과 다른 삶을 산다면 얘기의 결말은 바뀌었을 터. 그래도 사랑에는 진심이 있어야 한다든가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든가 하는 한 수 가르침을 받았을 것이다. 허나 영화는 끝내 니키도 헤더도 잠시 느꼈던 그것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 그야말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이었다고 말을 한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만다였다. 피자를 배달하러 온 초라한 니키를 보면서 그녀는 동경하지도 그렇다고 한심해하지도 않는다. 다만 또 다른 니키를 만나고 있음을, 그리고 예전에도 별로 상처받을 것 같지 않던 강인해 보이던 사만다는 더더욱 강력한 마음의 철갑을 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사랑에 있어 이 마음이라는 것에 우리가 조금만 멀찍이 떨어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쿨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즐기고 싶은 만큼 즐기고 행복 하고 싶은 만큼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우리는 늘 마음을 얻기를 바란다. 그 혹은 그녀가 아무리 달콤한 말을 해 주고 볼 때마다 감동적인 행동을 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사람을 믿지 못한다. 왜냐면 그것이 진심인지는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백 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 상대방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확신이 아닌 믿음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차라리 마음 편하게 믿어버리면 아무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마치 신을 믿듯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상대를 믿는다면 우리는 그들이 하는 행동과 말 속에 과연 무엇이 들어앉아 있는지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s러버] 한때 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달콤한 이성을 만난 적이 있었다. 내 귀에 캔디가 아니라 그녀는 마치 그 자신이 캔디인 것 같았다.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모든 달콤한 말을 해 주고, 내가 꿈꾸던 모든 로맨틱을 현실의 세계에서 펼쳐 보여 주었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녀와 완전하게 사랑하지는 못했다. 나의 사랑은 믿었지만 그녀의 사랑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환상적인 말과 행동들에서 나는 끊임없이 그녀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를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나는 그녀의 어떤 말도 어떤 행동들도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처음에는 시시한 나에게 이토록 이나 아름다운 존재가 그보다 더 아름다운 행동들을 한다는 사실에 푹 빠져 있었지만 곧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얻고 싶은 것이 말보다 실제임을 그리고 그 무엇보다 진심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를 통해 꾸는 꿈은 달콤했지만 나는 꿈에서 언젠가는 깨어나야 할, 진짜 세상을 살고 있는 리얼 휴먼이었다. 간혹 SF가 그리는 미래의 세상을 보면 자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실제처럼 느끼게 해 주는 기계장치 같은 것이 등장하곤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기계를 통해 사랑을 경험할 것을 선택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기계가 실제 못지않은 리얼리티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이 전부라고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우리는 마음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 눈에도 보이지 않는, 그리고 그 존재를 증명할 어떤 방법도 없는 그것. 허나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니키가 제아무리 달콤하다 하더라도, 비가 아무리 매력적이라 하더라도 어쩌면 여자들은 진심으로 나쁜 남자, 마음이 없는 남자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달콤하지도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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