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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애의 목적은 없다 - 연애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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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의 목적]

미술을 전공한 홍(강혜정) 은 고등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가게 된다. 이런 홍에게 담당 교사 유림(박해일)은 끊임없이 집적거린다.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뻔뻔스러울 정도로 집요하게 수작을 거는 유림을 홍은 미친놈이라 생각하며 경계한다. 홍은 이런 유림을 어이없어 하면서도 영 싫지는 않다. 서로 몇 번의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끝에 드디어 홍과 유림은 연애를 하게 된다.

유림은 시쳇말로 홍을 보는 순간 꽂혔다. 만지고 싶고 같이 자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그에게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애인이 있다. 하지만 그는 약혼녀를 버리고 홍과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단지 연애를 하고 싶을 뿐이다. 유림의 연애의 목적은 단지 순간을 즐기고 싶을 뿐이다.

홍은 그의 지분거림이 너무도 노골적이라서 불쾌하기보다는 오히려 놀라울 지경이다. 어찌나 대놓고 자자고 하는지 그의 수작이 결국 그녀와 섹스를 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너무 훤히 눈에 보인다. 그러나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그가 점점 귀여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들처럼 고상한 말로 포장하고 그럴듯한 분위기로 무장하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남자들이 여자에게 접근해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 홍은 조금씩 유림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영화 [연애의 목적]

연애의 목적은 무엇일까

남자들은 그녀를 침대에 자빠뜨리는 것이고, 그녀들은 조금이라도 그 시간을 끌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 그럼 침대에 자빠뜨리고 난 다음은? 또 자신의 가치를 높인 그 다음은? 아마 그 다음 단계로 생각하는 것이 결혼 일 것이다. 하지만 결혼은 연애의 목적은 아니다. 그럼 연애의 종착점? 그것도 아니다. 단지 이 시대가 연애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제시하는 연애지속의 한 방법 혹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해서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더는 내 반쪽을 찾아 다니거나 밀고 당기는 연애를 해야 하는 고단함에서 벗어나 평온을 찾는 길인지도.

이 영화에서 어쩌면 더 뻔뻔했던 것은 홍이 아니었을까? 그는 유림의 마음을 알고 있지만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로 한다. 물론 영화에서는 홍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고 그 상처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자신도 당했으니까 남에게도 똑같이 그렇게 해 주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연애도 사랑도 뭣도 아니다. 그렇다면 홍의 연애의 목적은 지난 사랑에 대한 복수나 치유였던 것일까?

유림이 비굴해 보일 정도로 저속한 수작을 걸어옴에도 불구하고 그가 밉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그의 연애의 목적이 순수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유림은 홍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 그저 연애를 하고 그래서 몸도 마음도 즐겁고 싶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이미 결혼할 사이인 약혼녀까지 있는 그가 새로운 애인을 만드는 것 자체가 순수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적어도 자신의 감정을 마치 다른 것인 양 포장하지는 않는다.
 

연애는 수많은 거짓말과 함정이 존재한다

싫어도 상대방이 내 마음과 똑같을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고 무엇보다 성별이 다른 남녀는 말하는 방식에서 표현하는 방식에 수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다. 거기에다 여기저기서 주어들은 ‘여자란 말이지’ 혹은 ‘남자는 말이야’ 하는 얘기들은 우리의 연애를 더욱더 미궁으로 빠트린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그걸 정말 있는 그대로 믿어야 할지 아니면 그 속에 담긴 의중을 알아봐야 하는 건지 우리는 늘 고민하게 된다.

이 영화가 나름 상큼하다고 생각되었던 것은 유림의 새로운 연애 방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뺨 맞을 각오를 하지 않는 한 남자들은 유림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아무리 남자가 단순하다 하더라도 자신의 욕망을 여자에게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어 보일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남자들이 멋진 이벤트로 프러포즈를 하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그녀들의 환상을 적어도 일정 부분은 충족시켜 주어야만 자신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그녀와 자고 싶다 하더라도 노골적으로 너와 자고 싶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괜히 불행한 어린 시절 얘기를 해서 그녀의 동정표를 얻던가 아니면 온갖 아름다운 말로 이 밤을 함께 보내자고 꼬드긴다. 그러나 유림은 이 뻔한 연애 스토리에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있는 그대로 꾸미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욕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의 연애는 솔직하고 원초적이다.
 
어쩌면 홍은 모든 여자들이 그러하듯 아름다운 사랑과 뒤이어 근사한 프러포즈 그리고 결혼이라는 평범한 공식으로는 공략할 수 없는 여자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을 위해 남자들이 얼마나 쉽게 자신의 말과 행동을 뒤집을 수 있는지 이미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홍에게는 남자에 대한 그리고 남자가 줄 수 있는 행복에 대해 그 어떤 환상도 남아있지 않다. 그녀는 어쩌면 남자들의 말에 더는 속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다른 여자들 같았으면 미친놈이라고 욕하고 멀리했을 유림에게 못이기는 척 자리를 내어주었는지도 모른다.


영화 [연애의 목적]
 
연애에 있어 남자들은 비겁하고 여자들은 앙큼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 등장하는 유림은 비겁하지 않으며 유림은 앙큼하지 않다. 그래서 이들의 연애는 시작부터 이미 몇 년은 사귄 연인들처럼 빠른 진도를 보인다. 어쩌면 남자들이 연애를 하면서 가장 먼저 원하는 것은 그 여자와 함께 밤을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목적을 달성하고 나서도 그녀가 보고 싶고 그녀에게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그때부터 진짜 연애가 시작되는 건지도. 여자들은 남자가 자신을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에 안고 싶어 한다고 믿고 싶겠지만 남자들은 그런 마음 없이도 여자를 안고 싶어 한다.

남녀가 연애에 있어 전혀 다른 패턴을 보이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여자는 마음이 가야 몸이 간다고 생각하지만 남자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래서 오늘도 수많은 늑대들은 단지 그녀를 안고 싶은 게 목적이면서도 겉으로는 너를 사랑한다느니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느니 하면서 닭살 멘트를 쏟아내는 것이다.

연애는 목적이 없어야 한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하는 연애는 연애가 아니다. 단지 좋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만나지 않고는 또 서로를 안지 않고는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하는 것이 진정한 연애이다. 그의 배경이나 그녀의 조건이 아닌 그와 그녀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바로 연애인 것이다.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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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lego 2016-11-30 11:22:33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많은 공감과 비겁함(?)을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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