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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뜨거운 것이 좋아 - 진실을 말 하는 것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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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

여자들은 가끔 사랑하는 남자에게 묻는다. ‘나 사랑해?’ 이미 사랑이 식었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사랑보다 정으로 이어가는 사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더라도. 그녀는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가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니라 할지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말이나마 그렇게 해 주는 사이라는 것을 확인 받고 싶은 것이다. 여기서 그녀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녀가 듣고 싶은 말 대신 사실을 말 하는 남자가 있다면 그는 바보 이거나 아니면 그녀와 곧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이다. 사랑에도 가끔 거짓말이 필요하다. 그녀를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이다.

27살 난 시나리오 작가 아미는 아직까지 입봉을 하지 못했다.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감독과 한심한 제작사 사이에서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녀의 삶은 27살이라는 빛나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참으로 칙칙하다. 혼자 딸을 데리고 사는 언니에게 얹혀살고 있으며 남자 친구는 클럽에서 노래하는 가수인데 미래가 암담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그럴 만두 하지’ 라는 썰렁한 유머를 구사하는 회계사와 선을 보게 된다. 아미도 드디어 현실에 손을 들고 마는 순간이다. 그러나 남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던 것도 잠시. 그녀는 그가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언젠가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내 애인이 바람을 피운다면 이라는 주제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아마 바람을 피우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미 그러고 있다면 제발 들키지 말았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마음은 찢어지겠지만 그래도 진실과 정면 돌파를 하고 싶다고 말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들켜도 무조건 아니라고 발뺌한다. 일면 뻔뻔스러워 보이겠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서 ‘그래 나 보시다시피 바람 피웠어 이젠 니 처분만 기다릴게’ 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낫다. 그것은 있는 사실의 인정뿐 아니라 마음 속까지 인정하는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용서를 하건 하지 않건 상관없이 그럴 때는 무조건 용서를 빌고 그 순간이나마 아니라고 말 해 주는 것 그건 어쩌면 사랑에 대한 예의인지도 모른다. 이미 벌어진 사실은 되돌릴 수 없으니 상대방이 받을 상처를 최소화 해주는 것이 나쁜 짓을 저지른 쪽에서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배려인 것이다.
 
상처를 받은 아미는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그 썰렁한 농담을 하던 회계사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아미는 술김인지 홧김인지 그와 함께 밤을 보낸다. 그리고 나서 조금씩 이 남자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아직 상처가 다 나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남자로 인해 어느 정도 회복될 가능성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미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이 찌질한 남자는 그녀를 곱게 보내주지 않는다. 계속해서 그녀 주위를 맴돌며 그녀를 힘들게 한다. 그러다 덜컥 둘은 사고를 치게 된다. 이미 아미는 회계사와 잘 해 보겠다는 마음을 먹은 판인데 옛 남자와 잠자리를 가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아미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실수였다. 다시 그 남자에게 돌아갈 마음은 없었던 것이다. 아미는 그녀와 함께 미국으로 갈 생각에 들떠있는 남자에게 사실을 고백한다.

아미의 입장에서는 아마 솔직히 말하는 것이 속이는 것 보다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아미는 불과 얼마 전에 똑같은 일로 상처를 받았었다. 그때의 상처가 얼마나 모질었는지 그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자신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백 번 양보해서 그건 실수였다고 한 순간 미친 짓이라고 해 두자. 그렇다면 그 다음은? 고백만이 장땡일까? 그녀가 말만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을 굳이 그에게 말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와 함께 미국으로 떠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녀는 얼마든지 다른 핑계를 댈 수 있었다. 진실을 말한다는 이유로 남에게 상처를 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적어도 사랑에 있어서는 오만한 결정이다.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
 
물론 자신은 마음이 편해졌을 것이다. 비록 잘못을 저질렀지만 거짓말 하지 않고 그 잘못을 솔직히 시인했기에 일면 홀가분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고백했을 때 그 진실의 잔인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이다. 자신은 죄를 고백하고 그 고백으로 인해 최소한 진실을 솔직하게 말했다는 면죄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상대방은 어떨까? 그는 몰랐어도 충분히 좋았을 진실 앞에서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일이 법정에서 진실 공방을 가리는 일이라면 무조건 사실을 그리고 진실을 말 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그렇지 않다. 적어도 상대방을 조금이라도 사랑했었다면 그가 차라리 진실을 모른다 할지라도 힘들지 않게 배려해주는 것이 백 번 옳다. 이미 상대가 알아버렸을 때에 조차도 거짓말을 해 주는 판국에 아예 몰랐던 일을 단지 진실을 말한다는 이유로 발설하는 것은 그에 대한 또 다른 배신이고 그 배신은 마음으로 하는 배신이다.

사랑하지 않는 순간에도 사랑한다고 말 해 주는 것, 다른 여자를 힐끗 거리면서도 내 눈에는 너만 보인다고 말 해 주는 것. 그것은 진실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없다. 왜냐면 그런 거짓말은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해서 하는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새로 옷을 산 여자 친구에게 ‘그거 정말 안 어울려’ 라고 진실을 말 해 줄 필요는 없다. 그녀가 그 옷을 마음에 들어 한다면 그냥 그 마음으로 끝까지 기분 좋을 수 있도록 ‘너한테 정말 잘 어울려’ 라고 얼마든지 거짓말을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바람을 피운 일을 사실대로 말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 사실을 말하는 것에는 단지 솔직함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너와는 이제 끝내겠다는 무언의 선포도 함께 들어있는 것이다. 왜냐면 만약 끝낼 마음이 없다면, 그리고 백 번 양보해서 바람이 한 순간의 실수였다면 그는 끝까지 부정하고 그녀의 곁에 남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미는 결국 바람을 핀 남자친구와도 정리를 하고 새로 만난 회계사와도 자신이 피운 한 순간의 바람 때문에 정리를 하게 된다. 사랑하면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양 쪽 어느 곳에서의 사랑도 지킬 수 없게 된다. 한번은 상대의 잘못으로 그리고 또 한 번은 자신의 잘못으로. 아미는 어쩌면 자신이 철없다고 느끼는 옛 남자친구보다 더 철이 없는 여자인지도 모른다. 왜냐면 그녀는 자기가 아팠던 것을 똑같이 남에게 돌려주는 어리석음을 범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프다면 남도 똑같이 아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적어도 아프게 하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노력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전혀 배우지 못했다. 비록 자신에게 그런 마음이 없었다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그녀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똑같은 형태로 남에게 반복한 것이다. 사랑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한다. 만약 그게 힘들다면 적어도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게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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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콜 2017-02-13 14:31:40
오래전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에서 선봤던 사이인 엄정화가 감우성과 관계하면서 '"난 절대로 걸리지 않을 자신있어'"란 대사가 생각납니다.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할수 있단 약속인지 너에게 피해줄 일이 없을거란 선언인지... 바람은 현장을 걸려서 실체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영원할거 같은 굳은 맹서도 한낱 종잇장으로 날리기 쉬운 또다른 바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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