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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참을 수 없이 나쁜 남자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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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엄마가 운영하는 갈비집을 돕고 있지만 거의 반 백수나 다름없는 영운. 어느 날 가게 문을 닫으려는데 근처 룸살롱에 일하는 연아일행이 들이닥친다. 못마땅해 하는 영운에게 연아가 던지는 한마디

‘나 아저씨 꼬시러 왔어요’

이때부터 영운과 연아는 연애를 시작한다. 장난 비슷하게 시작한 연애지만 이들의 연애는 생각보다 꽤 오래 간다. 연아는 영운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그의 한심한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주고 반 백수로 있는 영운에게 여느 여인들이 그러하듯 기술이라도 배우라는 잔소리조차 없다. 인생이 장난 같은 영운에게 있어 연아는 딱 맞는 여자이다. 적어도 그에게 수경이라는 여자가 없다면 말이다.

연아는 영운에게 수경이라는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쩌면 관계는 여기서부터 잘 못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남의 남자인 영운을 몰래 만나는 것부터가 링 밖의 경기임을 예고한다. 그래서 연아는 영운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니 바랄 수가 없다. 영운은 처음부터 연아에게 계속 사랑을 지속시켜 나갈 수 없음을 그리고 만약 사랑이 오래 지속된다 하더라도 그 둘은 결코 결혼할 수 없음을 은연중에 강조한다. 수경이는 되고 왜 나는 안되냐는 연아에게 영운은 수경이는 먼저 만났고 또 자신이 그녀에게 첫 남자라는 말을 하지만 그건 연아도 우리 모두도 알고 있는 핑계일 뿐이다. 영운은 연아를 필요로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애에 있어 그럴 뿐이다. 영운은 연아를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와 결혼하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할 마음은 전혀 없다.


사랑을 시작할 때 제일 먼저 물어보는 말

사랑을 시작할 때 제일 먼저 물어보는 말이 뭘까? 그렇다. 여자 친구 있어요? 남자 친구 있어요? 우린 이것부터 확인한다. 왜냐면 이미 임자가 있다면 우리는 그 게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변칙 게임을 한다는 것은 상대는 물론이고 나에게도 고통만 안겨줄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연아는 이미 변칙 게임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영운의 그림자로 사는 일이었을까? 처음 시작은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녀는 영운에게 수경과 자신. 둘 중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할 수 있었다. 영운과 연아는 4년 동안이나 연애를 했고 그 기간에 수경도 함께 존재했으므로 그 두 사람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연아는 그러지 않았다. 괜히 영운에게 부담을 주었다가는 그가 떠나갈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니 좀 더 솔직 하자면 아마 연아는 수경 대신 선택을 받을 자신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영운은 전형적인 나쁜 남자이다. 일단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킬만한 힘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 힘을 기르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엄마가 갈비집을 하지 않았다면 영운은 아마 틀림없이 놀고먹는 동네 백수건달이 되었을 것이다. 거기다 영운은 정직하지도 않으면서 비겁하기까지 하다. 원래 애인이었던 수경을 속이고 연아를 만나지만 연아에게 절대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영운에게는 거의 행운이나 다름없는 얌전하고 착한 신부감인 수경 또한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즉 영운 자신은 아무것도 손해 볼 것이 없으므로 관계를 정리해야겠다거나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정도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저 수경은 결혼용 애인이고 연아는 연애용 애인으로 두고 왔다 갔다 즐기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의 전부이다. 그러나 아직 영운은 본격적으로 나쁜놈은 아니다. 적어도 수경과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그렇다.


영화 [연애,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연아와 수경. 둘 사이를 오가며 연애를 하던 영운은 연아와의 사이가 엄마에게 발각되는 바람에 엄마의 성화에 의해 수경과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영운은 결혼을 하고서도 연아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다. 하지만 연애에 있어서의 양다리 때와 달리 연아는 잘 견디지 못하고 영운을 닦달하고 늘 연아에게서 편안함만 느꼈던 영운은 점점 더 연아의 존재가 귀찮고 짜증스러워진다. 설상가상으로 수경이 임신을 하고 영운은 연아에게 자꾸만 시골로 내려가있으라고 한다. 둘의 사이가 삐걱거리자 연아는 수경에게 전화를 해서 자신이 영운의 오랜 애인이었음을 밝힌다. 그리고 수경에게 이 얘기를 들은 영운은 연아를 찾아가서 폭력을 휘두른다.

영운은 아마 할 수만 있었다면 계속해서 수경은 결혼용 애인으로 두고 연아는 연애용 애인으로 두며 그렇게 하루하루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놀면서 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운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왔다. 엄마가 영운 몰래 수경과의 혼인신고를 해 버린 것이다. 여기까지는 영운도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아들이 한심하지만 그 아들의 의사도 물어보기 전에 혼인신고를 해 버리는 부모는 좀 심하다. 그러나 그 이후에라도 영운은 얼마든지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저 일방적으로 연아의 연락을 피하고 잠수를 타 버린다.

이 대목을 보면 정말 영운은 연아를 조금이라도 사랑했던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연아에게 수경과의 결혼 사실을 알리는 일은 괴롭고 힘든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괴롭고 힘들지 않으려고 사랑하는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든다면 그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만약 사랑이라 한다 하더라도 영운의 사랑은 지극히 유아적이다. 즉 사랑을 함으로 인해 기쁨과 즐거움은 얻고 싶지만 그에 따른 책임이나 고통 같은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연애,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이렇게 줄곧 피하기만 하던 영운은 연아가 자신과의 일을 이제는 아내가 된 수경에게 얘기했다는 이유로 정말 같은 남자가 봐도 창피할 정도의 폭력을 연아에게 휘두른다. 연아가 사실을 전달한 방식이 임신중인 여자를 향해 다소 폭력적이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이 일은 영운이 그간 그들의 관계를 해결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니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연아와의 관계가 점점 못마땅해지는 지점에서 연아에게 솔직하게 관계를 정리하자고 얘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도 그는 여전히 연아에게 당분간 시골에 좀 내려가 있으라는 기약 없는 말로 피했었다. 그리고 영운에게 맞아서 쓰러져있는 연아의 집 앞에서 영운은 치졸한 남자의 끝을 보여준다.

아내에게 전화해서 연아가 자신을 쫓아다니는 여자였다고 이 모든 것이 연아 혼자 영운을 좋아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 것이다. 어쩌면 거기까지는 좋았는지도 모른다. 그는 일단 임신한 아내를 진정시켜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 끝에 그는 ‘수경아 사랑해’ 라는 말을 붙임으로써 치졸남에 종지부를 찍는다. 오죽하면 영운과 오십보백보인 친구로부터 그건 좀 아니라는 얘기를 듣겠는가.


영화 [연애,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영운을 사랑한 죄. 그리고 수경이라는 여자보다 늦게 만난 죄로 늘 그의 숨겨진 여자로 살던 연아는 폭력사건을 계기로 마침내 영운을 떠날 생각을 한다.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마음의 상처 몸의 상처 그리고 천오백만 원의 빚뿐이다. 허나 떠날 때의 마음과 달리 연아는 쉽게 영운을 잊지 못하고 엉망으로 살아간다. 이런 연아에게 또 다시 영운이 찾아간다. 모르긴 해도 이 두 사람은 아마 다시 만날 것이다. 비록 떠나는 것 까지는 용기를 냈던 연아지만 과연 그녀가 다시 찾아온 영운을 밀어낼 정도로 마음이 굳건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영화 [연애,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여기서 영운은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친다. 이미 떠나간 연아가 아무리 보고 싶고 그리워도 영운은 그녀를 찾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영운은 연아에게 아무것도 해 줄 것이 없음은 물론 고통만 안겨주기 때문이다. 사랑이 고통스럽다고 다 멈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운은 이미 결혼을 했고 연아를 사랑한다고 해서 이 관계를 다시 재정립할 마음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영운은 연애할 때 그러했듯 이제는 아내가 된 수경은 집에 두고 밖에서는 연아를 만나 즐기며 살고 싶은 생각뿐인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영운이라는 남자는 얼마나 나쁜 남자인가.

자신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연애를 위해 다른 사람의 고통 같은 것은 전혀 헤아릴 줄 모르는 남자. 들키지만 않는다면 어떤 일을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 남자야 말로 얼마나 참을 수 없이 나쁜 남자인가 하고 말이다. 행여 이런 남자를 만난다면 사랑 같은 건 시작도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적어도 그 사랑에 진실성이 있을 때 그리고 그 사랑을 지켜가겠다는 마음이 있을 때 사랑 받을 자격이 생긴다고 볼 때 영운은 수경뿐 아니라 연아 혹은 그 어떤 여자의 사랑도 받을 자격이 없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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