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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요리] 권태 - 그녀는 전희와 후희에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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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권태]

살찐 암소 같고, 따뜻한 푸딩 같은 여자가 있다. 희고 둥글고 물컹물컹하다. 르노와르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같기도 하지만 그림 속 여자들보다 오히려 더 실체감이 없는 여자. 영화 <권태>에는 외모는 우스워보이지만 실제론 막강최강인 여자 '세실리아'가 있다.

나이가 고작 열일곱밖에 안 된 이 소녀 때문에 남자 하나가 죽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심장병을 앓으면서도 하루에 서 너 번씩 섹스를 하자고 덤비다가 화가인 남자는 세실리아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주인공 마르땡은 우연히 이 화가에게 돈 몇 푼을 빌려준 인연으로 세실리아와 마주치게 되는데, 그는 세실리아를 하찮게 보고 접근했다가 된통 당한다. 그녀는 프랑스판 미스 옹녀였던 것이다. 그녀의 섹스 스타일은 여느 영화의 여주인공들과 판이하게 달랐다. 신선했고 배울 점도 많았다. 특별히 섹스가 대단한 상호교감이자 지나치게 아름다운 행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니 강요하는 사람들에게 그녀, 미스 세실리아를 소개하고 싶다.
 

 영화 [권태]

그녀는 전희와 후희에 관심이 없다.

집에 들어오기 무섭게 옷을 훌러덩 벗고 먼저 눕는다. 섹스가 끝나고 나면 5분 이내에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간다. 가끔 사소한 잡담을 나누기도 하지만, 그건 대부분 철학교수인 마르땡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다. 그녀에게 섹스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순서와 마찬가지다.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 이렇게 명확하고 간결한 과정으로 섹스를 한다. 물론 '삽입과정'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실컷 즐긴다. 다만 전희와 후희를 생략할 뿐이다.

전희와 후희가 섹스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라 생각하는 여자들이 많다. 그런데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하면서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여자들도 역시 많다. 전희와 후희는 오로지 남자가 맡아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쇼프로 하기 전에 미리 나와서 관객들을 웃기는 '박수 맨'처럼, 남자들은 안고 키스하고 열심히 어루만지고, 혓바닥이 닳도록 온 몸을 훑어가면서 삽입을 위한 공들이기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사실, 좀 이기적이지 않은가? 물론 자기 혼자 재미보고 끝내버리는 남자들은 죽어라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면,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감도와 정서가 다르다는 것만을 내세워 남자에게 일방적인 봉사를 요구하는 것은 상거래 질서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더러 좋은 섹스의 과정에는 반드시 '남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것이 희미한 피해의식의 영향이라고 본다. 그 말은 곧 섹스가 결국은 '남자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란 소리나 마찬가지다. 내게도 좋은 일이라면, 당연히 나의 노력도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이 글을 읽는 여성들 중에는 '내가 섹스 해 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노력이지' 하며 코웃음 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 주위에는 있다. 내가 네게 몸을 허락했으니, 그것만으로 너는 감지덕지해서 죽도록 빨고 핥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꽤 있더랬다. 우리는 과연 다리를 벌리는 것만으로 남자들을 지상낙원으로 인도한다고 믿어도 될까? 그들은 과연 보기만 하면 발딱, 넣기만 하면 꼴깍, 뭐 그런 몸으로 이루어진 생물체일까?

세실리아는 어떠한 전희도 바라지 않고, 어떠한 후희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녀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간결함으로 섹스를 즐긴다. 그녀가 안아달라, 만져달라 계속 요구했더라면, 어쩌면 마르땡은 그녀를 조금은 더 만만히 봤을지도 모르겠다. 지나친 전희 요구와 후희 압박은 우리 스스로를 수동태로 전락 시키기도 한다. 섹스에 있어서 수동태가 되면 그것은 곧 '싫지만 한번 해 줄께.'로 변질되고 결국은 그 함수에 스스로 묶여 평생 섹스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영화 [권태]

물론 전희를 즐기는 게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즐겨라. 다만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과 노력을 강요하지는 말아라.

나는 전희과정 없이는 안 된다, 그래서 적어도 삼십분은 끌어줘야 비로소 시작 할 수 있다고 대답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딱 한 가지다.

'좀 더 노력해봐봐.'

시간이 지날수록 마르땡은 세실리아에게 점점 더 빠져들어가 결국은 죽은 화가처럼 그녀에게 미칠 듯 집착하고야 만다. 이 영화가 지난 철학적 해석에 관해 관여할 만큼의 실력은 사실 안되고, 다만 최강 소녀 '세실리아'가 지닌 성적 존재감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섹스에 있어서 자존감을 갖춘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지만, 우선은 섹스의 과정에 좀 더 주도적으로 동참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그 주도성속에는 전희와 후희를 오로지 남친에게 맡기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뭘 제대로 먹는 장면은 딱 하나, 그것도 세실리아와 마르땡이 공원을 가로지르다 세실리아가 크레뻬를 사 먹는 장면 하나다. 프랑스에서 크레뻬는 어디에서나 팔고 어디서나 사먹을 수 있는, 호떡같은 음식이다. 크레뻬 안에는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지만 영화속에서 세실리아가 먹는 크레뻬는 달랑 설탕만 넣은 것이었다. 반죽 자체가 맛있으면 설탕만 발라도 맛있는 크레뻬를 먹을 수 있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몸을 향한 애정과 섹스에 관한 달달한 기대감,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만 갖추고 시작한다면, 그녀의 몸이 대단한 굴곡과 탐스런 가슴을 갖추지 않아도, 그가 미칠 듯 열중하는 전희를 바치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녀, 세실리아처럼 말이다.
 

크레페

재료

밀가루 300g, 우유 500ml, 달걀 4개, 설탕 100g, 녹인 버터 50g, 뿌려먹을 설탕 약간
 
이렇게 만드세요

1. 밀가루를 체에 내리고 오목한 그릇에 넣고, 가운데 홈을 만든다.
2. 여기에 먼저 달걀과 설탕을 넣고 거품기로 조금씩 작은 원을 그리면서 밀가루와 섞다가, 녹인 버터를 넣고 다시 조금씩 섞는다.
3. 우유를 조금씩 부으면서 서서히 큰 원을 그리면서 섞는다. 이렇게 하면 덩어리가 생기지 않고 매끄러운 반죽을 얻을 수 있다.
4. 반죽을 냉장고에 1 시간 이상 넣어둔다.
5. 약한 불에 프라이팬을 얹고, 버터를 소량 녹인 후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반죽을 한 국자 넣고 얇고 고르게 편다.
6. 아래 면이 약간 색깔이 나기 시작하면 뒤집어 마저 익힌다.
7. 설탕을 뿌려 맛있게 먹는다.

Tip!
짠 크레프를 원할때는 우유를 반만 넣고 나머지는 물을 붓는다. 설탕 대신 소금을 반 큰술 넣고 버터 대신 식용유를 3큰술 정도 넣는 것이 좋다.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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