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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내가 결혼했다 - 독점적 관계에 이별을 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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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2008년에 개봉한 영화이다. 당시에는 애정신 위주로 봤었는데 생각보다 수위?가 낮아서 적잖이 실망한 영화로 기억한다. 이번에는 애인과 대화를 해보려고 함께 보았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여주인공이 참 무책임하다는 애인의 말에, 쉽사리 대화를 이어가진 못했다. 속과 다른 말만 내뱉고서는 묵묵히 동조했던 나,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생각을 글로만 남겨본다. 1. 인아(손예진 역)는 능력 있는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이다. 덕훈(故 김주혁 역)의 회사로 들어오게 되면서 모두(남성)가 인아에게 관심을 보인다. 덕훈의 노력으로 둘은 저녁식사를 하게 되고 서로가 레알과 바르샤 축구팬이라는 공통점을 시작으로 더욱 친밀한 대화를 이어간다. “저희 집에서 커피 한잔하고 가실래요?” 인아의 결정적 한마디에 덕훈은 골이 가까이 왔음을 직감하다. 그렇게 덕훈은 인아가 혼자 사는 집에 가서 뜨거운 밤을 보내고 그들의 연애는 시작된다. 2. 인아는 과하게 솔직하다. 애정 가득한 연애 중에도 덕훈의 “내 꺼”라는 한 마디에 인아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을 말한다. “당신을 오래오래 사랑하고 싶은데 당신만을 평생 사랑하지는 못해.” “나는 살아가면서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어.” 일반적이지 않은 인아의 사랑 방식은 상상으로 그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잠을 잤다는 인아의 말에 덕훈은 이별을 결심해보지만 인아를 떠나지는 못한다. 해결 방법으로 결혼을 생각하게 되고 덕훈의 “밤늦게 들어오든, 외박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끈질긴 구애에 인아도 결국 승낙한다. 3. 인아는 매우 좋은 아내이지만 연애의 무덤을 결혼이라 믿었던 덕훈의 바램은 이뤄지지 않는다. 결혼 후에도 인아는 늦은 밤에 전화를 받지 않거나 새벽 늦게 들어오곤 한다. 아내를 믿지 못할수록 아내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던 덕훈의 심리는 무엇일까? 인아의 근무 때문에 그들은 주말 부부가 된다. 주말마다 뜨거운 밤을 보내던 그들, 인아는 덕훈에게 다시 한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한다.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 사람하고도 결혼하고 싶어” 덕훈은 할 말을 잃는다. 그 후 아내의 외도?를 직접 목격하기도 하지만 덕훈은 인아를 떠나지 못한다. 그렇게 아내는 또 결혼을 하게 되고 그들의 이중결혼이 시작된다. 4. 누가 나쁜X이고 누가 호구인가?를 논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단지 당신이 말하는 비현실적이라는 관계가 우리가 사는 이 현실의 이야기라는 것을, 무엇보다 당신 가까운 주변의 이야기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인아가 추구하는 관계를 다자연애, 폴리가미(polygamy)라고 말해요. ‘떼사랑’이라고도 불리는 이 관계는 비독점적 사랑으로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도 사랑하는 관계를 말하지요. 당신이 말하려는 것은 난교 혹은 그룹 성교이고. 내가 말하는 ‘떼사랑’이란 말 그대로 우리와 같은 관계에 단지 한 명이 더 추가된 것을 뜻해요. 물론 연애의 모습이 각양각색이듯 다자연애도 다양한 모양으로 존재하겠지요. 하지만 내가 생각한 다자연애는 그냥 당신과 나의 관계가 복수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보아요. 5. 그렇다면 왜 다자연애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일부일처제나 독점 연애의 역사를 굳이 장황하게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모순되는 면이 부정된다고 하여 다른 면이 긍정된다고 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충분치는 못한 것 같아서요. 단순하게 보면, (사랑의) 관계안에서는 누군가 소유하거나 독점할 수 없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려서부터 나는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해왔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여자친구를 처음 사귀었어요. 사귀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서로 좋아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본의 아니게 우리는 공식 커플이 되었지요. 나는 커플이 되니 오히려 어색하더라구요. 그 관계가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발렌타인 때 여자친구한테 초콜릿을 받고 다른 여자 학생한테도 초콜릿을 받았는데 나는 고마운 마음에 사탕을 두 개 준비해서 둘에게 주었거든요. 여자친구는 나에게 이별을 고했고 다른 여자친구와 나는 새로운 커플이 되었어요. 물론 오래가지는 못했지요. 6. 이후 나는 지금과 같은 독점적 연애를 하면서 계속해서 되뇌는 말이 있어요. 미래를 계획하는 관계보다는 현재를 중시하는 관계를 맺고 싶다고. 독점적 연애를 하면서도 현재에만 집중하는 연애 가능하지요. 근데 누구든 적정선의 나이가 되거나, 연애 관계가 오래 지속하면 결혼이라는 단계로 이어지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하잖아요. 결혼을 부정하는 것도, 그 생활을 멸시하는 것도 아니에요. 나 어른들한테 잘하고, 애기들 엄청 좋아하는 거 알지요? 가부장제의 일방적인 권력과 위계에 도전하고 성에 대한 억압과 사회적 편견에서 해방되기 위해 폴리가미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나는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사회의 일반적인 결혼 제도가 굉장히 취약하다는데 동의하는 사람으로서 어느정도 폴리가미의 정신을 지지하고 있어요. 7. 쉽지 않은 주제이지요. 다자연애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내가 다자연애를 꼭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나에게 다자연애는 벅찬 능력을 요구하거든요. 둘 이상의 관계에서 각자와의 관계를 고유하게 생각하고 각자를 최선으로 사랑하는 것은 어느 관계보다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럼에도 한 가지 관계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고유한 관계를 아름답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한 번쯤은 다자연애를 경험해보고 싶기는 해요. 그냥 난 내가 원하는 사랑을 온전히 하고 싶고, 계속해서 많은 사람과 사랑을 주고 받고 싶어요. 한 사람을 지독하게 사랑하는 것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사람과 다채로운 사랑을 하는 것도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사랑의 모양은 다양하고 사랑은 그 자체로 아름답잖아요. 유독 사람에 대한 사랑에 독점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미 우리는 많은 것을 사랑하고 있고 사랑할 능력이 있는데 말이에요. 글쓴이 부르르봉봉 원문보기(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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