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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Out Of Track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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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플리]
 
"아 참, 민균오빠 소맥 먹지 않았어요? 이모 여기 맥주도 한 병 주세요."
 
형준이와 나는 소주를 각1병씩 먹었고 여자는 소주 뚜껑에 술을 따라 혀만 댔다. 비가 왔다. 비가 오면 이상하게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책임감에 가득 찬 시선은 돼지등뼈로 향했고 등뼈 사이에 있는 연골을 남김없이 다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이어져 끝끝내는 카운터에 가서 이쑤시개를 가져와 연골을 섬세하게 발라먹었다. 뼈들을 그릇에 모아 담고 딱히 할 게 없어 깍두기로 탑을 쌓았다. 성경에 나온 바벨탑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오빠 아직도 백수에요?”
 
내가 쌓아놓은 깍두기를 젓가락으로 무너뜨리며 여자는 말했다. 백수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한 나는 갑작스런 불쾌함과 당황스러움에 괄약근에 힘이 들어가며 다음과 같은 말을 토해내다시피 말했다.
 
“베스킨라빈스 공모전이 있었어. 이하 베라라고 하자. 포토샵에 쥐약이기 때문에 난 항상 공모전을 멀리 했었지만 제안서 형식이라서 부담없이 참가를 했었고 생각해낸 아이스크림 이름은 '설국에 간헐적으로 떨어진 참새의 피' 였어. 이모 여기 이슬 한병 더 주세요. 마냥 노는 게 아니야. 공모전도 한다니까? 이모! 차가운 걸로요. 더 이야기를 해도 될까. 아이스크림 모양은 베라의 다른 아이스크림과 같아. 색 조합은 하얀색에 빨간색 점들이 박혀 있지. 아이스크림은 하얀 발에 빨간색 페디큐어를 칠한 여자의 발을 연상시키게끔 해. 지금 내가 보는 너의 발처럼 흥분된다. 후, 난 왜 여자 발이 좋을까. 내가 허리를 꼿꼿이 피고 있는 이유는 너에 발을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보기 위해서다. 네가 무지외반증이나 각질로 덮여있는 복사뼈가 있는 발이었다면 진작 일어났어. 형준아 이 여자 누구냐 처음 보는 사람한테 예의없게 백수세요? 아 짜증나네“
 
스스로를 타자화 시켜 최대한 객관적으로 방금 내가 한말을 복기해 보았다. 그 어떤 여성이 들어도 불쾌감을 느낄만한 말투와 단어 선택이었다. 난 내 앞에 앉아있는 팽선희라는 여자가 나에 기습적인 말에 의해 감자탕 등뼈 사이에 섞인 공룡의 뼈를 본 것 같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 확신했지만 이영애만큼 침착했다. 벌건 대낮에 사람에게 침을 뱉을 수 있는 여자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보통내기가 아니었고 난 묘한 설렘을 느꼈다. 옆을 보았을 때 형준이는 없었고 패잔병의 눈을 한 남자가 있었다. 형준이는 뭔가 알고 있는 듯 했다. 가게 안으로 사회인야구단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머리를 털며 들어왔다. 우리 테이블 옆에 자리를 잡은 무리는 신나게 야구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전히 엉뚱하시네요. 이음이 친구 팽선희에요. 기억 안 나세요? 작년 겨울에 속초에서 형준 오빠랑 같이 넷이 만났잖아요. 아 저 쌍꺼풀 했어요. 머리를 염색하고 길러서 그런가? 못 알아보시네요. 아직도 채팅하세요?”
 
입이 약간 벌어지며 미간이 좁혀지고 약간의 두통이 찾아온다. 채팅이라 채팅… 랜덤채팅을 말하는 것이리라. 근 1년간 랜덤채팅을 꾸준히 했다. 랜덤채팅은 말 그대로 성별도 직업도 나이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와 실시간으로 채팅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사이트다. 남자 여자의 비율은 9:1로 남자가 압도적이다. 그곳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안전한 욕망의 광장’이다. 익명성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쯤 결혼하고 싶었던 여자에게 실연당한 난 대인기피증을 겪으며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랜덤채팅의 가벼운 소통에 매료되어 채팅을 시작했다. 여자가 적긴 했지만 그곳은 언제든지 쉽게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었고 패스트 푸드점에서 빠르게 식욕을 채울 수 있는 것처럼 간편하게 소통욕을 채워 주었다.
 
앞에 앉은 팽선희는 그때 랜덤채팅을 통해 알게 된 신이음의 친구고 작년 겨울 강릉 경포대에서 형준이와 같이 놀았다. 그날 밤 우리는 경포대 뒷골목에 있는 현대여관에서 다 같이 혼숙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팽선희는 임신을 했고 우리 앞에 앉아 있다. 팽선희는 아까부터 고기는 안 먹고 감자만 먹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마른침만 삼키는 형준이와 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아기야, 누가 너 아빠인 거 같아?”
 
돗대
취업지망생을 가장한 백수이며, 오빠이고 싶은데 항상 아저씨라고 불리는 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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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사랑미야 2016-11-15 10:04:07
아기는 몰라도 엄마는 알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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