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스티 보이즈>
오늘 소개할 이야기의 주인공은 원래 군대 선임으로, 정말로 착하고 좋은 형이었다. 고민이 생기면 자주 털어놓곤 했는데 특히나 연애 문제에 관해서는 이 형만 한 사람이 없었다. 덕분에 외롭고 쓸쓸한 군 생활을 버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 형이 전역하고, 한참이 또 지나서야 나의 길고 긴 군 생활이 끝났다. 과연 사회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그 형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다시 만난 형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무리 오랜 만에 봤다 해도 형은 완전 딴사람이 아닌가. 내가 알던 '착한 형'의 흔적은 눈꼽 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딱 봐도 엄청나게 비싸 보이는 시계와 셔츠, 바지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풀착장한 모습이었다.
"형, 요즘 뭐하고 지내요?"
"호스트바."
"그게 뭐에요?"
"음... 여자 꼬시는 데야."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렇게 착한 형이 정말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일 힘들지 않아요?"
"힘이야 들지. 그냥 복학하기 전까지 알바하는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호스트바나 룸살롱에서 돈 버는 맛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질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얘기를 들어 보니 주말마다, 또는 평일이라도 콜이 오면 술 마시다가도 머리 한 번 손질하고 바로 달려간다고 했다. 나 같아도 그럴 것 같았다. 알바 시급이 6000원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나마도 구하기 힘들다. 그런데 호스트바에서 일하면 몇십 배, 아니 몇백 배도 벌 수 있다. 어릴 때 구경도 못한 명품, 외제차, 집 등. 생각만 해도 짜릿한 것이다.
결국 그 형이 본격적인 구직활동을 한 것은 서른 살 무렵이었다. 그제서야 호스트바 일을 끊었는데, 일하면서 사람 상대하는 법을 배워서 그랬는지 좋은 회사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돈 많은 부잣집 딸을 꼬셨다고 좋아했다. 그것도 잠시, 나중에 여자 부모님을 만났는데 어머님이 호스트바에서 일할 때 만났던 고객이었다고 했다. 당시 남편이 약간 눈치챈 것 같다고 연이 끊어진 고객이었는데 '장모님'으로 다시 만난 것이다. 그리고 '장모님'이 될 뻔한 분과 다시 얼마간 끈적한 관계를 가졌다는 이야기...
“형이 진짜 사람 같이 살진 않는 건 알겠는데 부잣집 딸이라는 애한테 조금이라도 정이라도 있으면 그러면 안 되지 않아?”
“아 씨발, 모르겠다. 결혼 날짜 잡혀가는데 피가 마르네 그냥.”
나는 그냥 헤어지라고 했다. 형이 포기 못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돈’ 때문이었다. 젊은 날의 철없던 행동이 이런 비극을 낳을지 어찌 알았을까. 지금 나도 고민된다. 남의 결혼을 망치는 한이 있더라도 예비 신부한테 찾아가서 귀띔을 할지, 아님 돈에 이끌려다니지만 소중한 형의 의사를 존중할지. 남의 인생이지만 참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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