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치즈인더트랩]
대학교에 와서 편의점에서 일 할 때 일이다. 학교가 완전 시골이라 집에 자주 올라가지도 못하고 자신의 의지보단 부모님에게 등 떠밀려서 온 애들이 많아서 그런지 수업은 완전 개판이었고 애들하고 어울리면 허구한날 의미 없이 술이나 먹고 돈만 깨져.. 다시 아싸(아웃사이더 일명 외톨이)의 길을 택하고 공부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같이하게 된 상황이다.
같이 일하던 누나는 편의점 사장님과 같은 과 출신이었고 굉장히 착하며 나에게 잘 대해주었다. 또 같은 아싸인지라 더 말이 잘 통했다. 누나와 아르바이트 수습기간에 이것저것 배우면서 학과에 대한 것을 많이 알 수 있었다. 특히 조심해야 될 선배, 잘 보여야 할 교수님, 잊어선 안 되는 학교혜택까지 섬세하게 다 알려 주었다. 나도 누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요새 눈에 거슬리는 남자선배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순간 여자 선배는 표정이 굳으면서 말을 더듬었다.
“어.. 그 오빠 총학회장이고 실세야.. 너가 피하는 게 좋아”
나는 의아해 했지만 그려러니~ 하고 넘어갔다. 그 남자선배의 별명은 스파이더맨이었는데 별명과 달리 완전 인성이 쓰레기였다. 과제를 남에게 미루기는 기본에 인사를 안하면 그 자리에서 엎드리라고 시키고 자기 기분 안 좋다고 수업 듣는 후배들 불러다가 낮술하고 자기는 맨날 학과에 봉사한다고 하면서 2/3는 자기가 안주 다 먹고 심지어 술값도 안냈다. 만약에 거절할 경우 자기 밑으로 학과 학생들 다 불러서 훈계하고 후배교육 똑바로 안 시키냐고 하면서 지랄발광을 했다. 이러니 말을 안 듣고 버틸 수가 있나.. 그래서 나는 이번 학기 끝나고 바로 군대 가야지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직 몇 달이나 남아있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나는 기숙사에 온수가 잘 안 나와서 학교 앞에서 자취를 시작했는데 진짜 자취촌은 가관이다. 맨날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패싸움 하고 술에 취한 여자를 차에 태워다가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가고 술병 깨는 소리에 진짜 고통스러운.. 정말 지옥과 같은 곳이었다. 새로 신축된 빌라라도 방음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시끄러웠고 섹스하는 소리(침대 마찰음, 신음소리)도 들렸다. 진짜 하루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사람은 편의점에서 같이 일하는 누나였다. 나는 편의점 알바가 끝나고 편의점 앞에서 선배누나와 술을 마셨다.
나: 누나 왜 기숙사 살아요? 자취방 안 불편해요?
누나: 응 여자기숙사는 쓸 만해.
나: 저는 이번 학기 끝나고 군대 가려구요. 도저히 요기 못 있겠어요. 나중에 저 군대 가면 편지해요~
누나: 그래. 너는 나 어떤 것 같아?
나는 순간 누나가 고백하는 줄 알았다.
나: 누나는 순수하고 착하고 남의 말 잘 들어주고 되게 친절해서 좋은 것 같아요.
누나: 너는 내가 깨끗한 것 같아?
나는 진짜 당황했다. 누나는 계속 울기 시작했다.
나: 누나 왜 그래요? 뭔 일 있어요?
누나는 울면서 나한테 말했다.
누나: 너 예전에 그 선배 어떠냐고 그랬지? 그 새끼가 왜 스파이더맨인줄 알아?
나: 저도 잘 모르겠어요.
누나: 내가 자취할 때 2층 이였는데 그 새끼가 사다리타고 내방으로 들어와서 나 강간했어. 너무 무서워서 학교도 못가고.. 그래서 여자 동기들을 불러서 말했는데 내 동기들도 그 새끼한테 똑같은 방법으로 강간당했다는 거야. 그래서 같이 신고하자고 했더니 동기들이 이러면 학교에서 곤란해지고 왕따당하고 인생 피곤해 진다는 거야. 그냥 넘어가라는데 너무 서러웠어.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건 그 새끼가 자랑하듯이 누구 먹었네~ 누구 먹었네~ 하면서 남자애들끼리 떠벌리고 다닌다는 거야. 학교는 다녀야겠고 신고는 못하겠고 부모님한테 어떻게 말해.. 그리고 그 새끼 얼굴 볼 때마다 항상 악몽 꾸는 것 같아서 숨이 안 쉬어져.
나는 충격을 받아서 아무 말도 못했다.
나: 누나 그래도 신고하셨어야죠. 범죄자를 그냥 방치 한다는 게 이해가 안돼요.
누나: 너 여자들이 지하철에서 강간당해도 말도 못하고 그냥 참는 줄 알아? 멍청해서? 힘이 약해서? 용기가 없어서? 아니야 강간당한 여자라고 낙인 찍히기 때문이야. 그 낙인이면 취직은 물론이고 결혼도 못해. 또 우리 부모님은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겠어? 남녀평등 사회? 웃기지 말라고 그래. 마음 같아서는 그 자식 죽여 버리고 싶은데 내가 죽을힘을 다해서 삭히고 사는 거야.
나: 누나 아무리 그래도..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렇게 누나와 헤어지고 똑같은 일상이 시작됐다.
스파이더맨이 선배는 맨날 기고만장해서 학교를 휘젓고 다녔고 돈도 별로 없던 사람이 갑자기 차를 뽑아 다니니 학생회비를 몰래 빼서 썼다는 소문도 들렸다. 나도 다른 학생들처럼 그 인간 같지도 않는 놈에게 빌빌 기어다녔다.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몰랐다. 그러던 중 학기말, 스파이더맨 선배가 자기 생일 겸 쫑파티하게 만원씩 걷으라고 했다. 또 한술 더 떠서 내일까지 생일선물 사오라고 하였다. 그러다가 같이 일하는 여자 선배한테도 말했다.
“내일 예쁘게 입고와~”
나는 눈이 뒤집혀서 앞에 놓여있는 의자를 스파이더맨 선배 머리로 날렸다. 선배는 “악” 소리를 내며 바닥에 뒹굴었고 나는 있는 힘을 다해서 발과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 선배와 측근이였던 선배들까지 세트로 다 때렸다. 경찰에 신고하라는 소리가 들릴 때 내가 소리쳤다.
“경찰? 신고해!!!! 니네들도 다 똑같은 새끼들이잖아!! 같은 동기가 피해를 입어도 그려러니하고 괴롭힘 당한 거 똑같이 대물림하고 니네가 저 새끼랑 다를 게 뭔데?”
나는 학과를 뒤엎고 바로 군대를 갔다. 나중에 친구들이 하는 말이 나를 시작으로 스파이더맨 선배가 했던 짓들이 신고되고 학과가 뒤집혔다고 했다. 물론 총학에서 짤렸지만 학교측에서 쉬쉬하면서 넘어갔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한테 잘 모르는 누나가 와서 나에게 그냥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후에 복학하고 나서 모든 것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그 누나처럼 사회의 인식 때문에 성폭력을 참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너무나도 많았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무언가가 크게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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