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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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타바바라] 그녀는 한 모임에서 맞은 편에 앉아있었다. 눈빛으로 서로를 견제하는 치열한 전쟁 속에 나는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얼뜨기처럼 굴었다. 미팅에 나가면 분위기 띄우는 놈과 그렇게 띄워진 분위기로 여자를 수확하는 놈이 따로 있지 않은가! 선인들의 지혜를 생각하며 자제하려 했지만, 같이 앉은 남자들은 얼간이 같았다. 묵언과 명상의 시간을 만드는 티벳의 승려나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가 같은 반 부반장을 좋아하면서도 괴롭히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수준의 덜 익은 수컷. 그 모임에서 나는 다른 여자에게 공을 들였다. 그녀는 검은색 생머리가 부드럽게 얼굴을 덮었고 얼굴은 하얗고 패션 감각은 벗기고 싶게 세련되었다. 세상에서 제일 아쉬운 게 잡았다 놓치는 것이듯 그녀는 모임 안에서와 밖에서가 달랐다. 찬바람이 그녀의 마음을 깨웠나? 아니다. 그건 패배자의 마인드, 역시 내 매력의 부족일 뿐이다. 떠나가는 여자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받았지만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발길을 돌려 맞은 편에서 눈빛으로 다투던 그녀를 찾았다. 집이 같은 방향이었다. 가면서 이런저런 수작을 던져 봤지만, 빈틈이 없다. 단단하다. 그녀의 큰 눈망울이 피곤한지 커 보이지 않는다. 무겁지 않게 잽을 날리면서 서로 동갑이라는 걸 확인하고 반말의 주고받음으로 관계를 설정한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하루에 두 번 실패는 타격이 있다. 전화번호를 받고 집으로 보낸다. 부질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메시지를 보내며 2차전을 진행한다. 답장은 느리지만, 단어와 문맥에서 건성이라는 느낌은 없다. 그러나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게 없다. '오늘 저녁에 뭐해?' '친구와 약속이 있어....' '응 그렇구나. 난 술 한잔하려고 했지.' 내일이라도 내일 모레라도 상관은 없지만, 꼭 오늘이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꼭 그녀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오늘이어야 할 때였다. 스크루지가 가계부를 맞춰 보듯이 나는 다른 연락처를 뒤지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맞는 여자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거다 하는 순간, 너무 간절한 순간에는 일이 이뤄지지 않는 게 통상적이며 일상적이다. 그때, 연락이 왔다. '친구와 약속 끝나면 볼래? 10시쯤일 텐데, 괜찮아?' 생각해 보니 이 문장이 우리 관계의 결정타였다. 바둑의 고수들이 복기를 하는 이유도 이런 것일까, 처음부터 끝까지의 모든 수의 의미를 생각하고 효율성을 점검하고 승부를 결정짓는 한 수를 찾아내기 위해서. 그렇다면 그 복기는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그녀는 간호사였고, 가슴이 풍만했고 눈동자가 컸고 잘 웃었다. 맥주 한 잔씩을 앞에 두고 이어지는 대화들. 그녀의 애인은 은행원이었는데, 자기가 접근해서 연애를 시작했지만 자주 어울리던 애인의 후배 중 경찰관과 바람을 피웠다고 했다.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 오픈하는 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증거. 나도 그녀도 깊은 관계보다는 오늘 하루에 관심이 있었다. 그녀를 안고 자고 싶었다. 침대에서도 건강하겠지, 이런 상상은 나를 건강하게 한다. 모텔로 가서 건강한 몸을 확인했다. 키스의 흡입력도 손으로 만져 주는 것도 너무 강했다. 내 취향에서 벗어날 만큼, 새벽에 이어진 두 번째에서는 부드러움을 명령했다. 그녀는 잠자리에서 말을 잘 듣는 아이였고 풍만한 c컵의 가슴을 안고 그렇게 우연한 만남이 끝났다. 때로는 하룻밤 인연이 건강한 관계도 있다. 글쓴이ㅣ고호 원문보기▶ http://goo.gl/Di8jP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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