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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 램 [사랑에 속아]
 
뉴욕 여행 후 막 토론토에 돌아왔을 때입니다. 뉴욕에 있는 기간이 길어서 지내던 방을 빼고 뉴욕을 갔었어요. 가서 몇 주간 지내던 중 토론토에서 만난 파키스탄계 캐네디언 친구가 페이스북 메시지를 가끔 보내서 연락하고 지냈지요.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어요.
 
그 친구가 어느 날 밤인가 저에게 본인 이야기를 하면서 절 좋아한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진지하게 사귀자거나 그런 말을 했던 것도 아니고, 저는 그 친구에게 전혀 감정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토론토로 돌아가는 날이 다가오던 때 그 친구가 묻더군요.
 
“몇 주간이나 지냈으니 짐이 많지?”
 
“그렇긴 한데, 혼자 다 챙길 수 있어.”
 
“도와줄 사람은 없어?”
 
그때까지도 딱히 친하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도움받는 걸 빚으로 여기는 성격이라 이 친구가 도와주려는 것 같아서 애써 혼자 들고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괜찮으니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하더군요. 사실 제가 힘이 세서 짐은 문제가 아니었는데, 토론토 돌아가서 묵을 곳이 문제였죠.
 
사실 원래는 호텔에 하루나 이틀만 묵고 룸렌트를 아무 곳이나 얼른 얻어서 들어가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이 친구에게 혹시 좀 저렴한 좋은 곳을 알까 싶어서 물어봤더니 묵을 곳이 없냐며, 본인이 룸렌트를 해서 사는데 거실엔 아무도 안 살고 가끔 카우치 서핑도 받는다고, 괜찮으면 거기서 며칠 지내라기에 고맙다고 하지만 끝까지만 찾아보고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부탁하겠다고 했죠. 하지만 마음은 이미 그렇게 해달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리고 토론토 귀국 날 그 친구가 절 버스 터미널까지 마중 나와서 짐도 들어주고 그 친구네 집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짐을 적당히 정리하고 간단히 대화했죠. 뉴욕은 어땠는지, 잘 지냈는지, 이제 뭘 하는지.. 그 친구가 간단하게 먹을 것을 준비해줘서 같이 먹자길래 그 친구 방에 가서 침대에 앉아 먹으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의자가 없었거든요. 어쨌든 수다만 떨다가 밤을 새웠어요. 진심으로 수다만. 물론 꽤 진지한 이야기들이 오가기도 했지만 그 날 밤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죠. 그 날이 마침 주말 시작 전날이라 밤 새우는 것에 대해 부담도 없었고요.
 
그러다 해 뜰 때 다 되어서 이제 자야겠다, 하고 저는 거실로 가려는데 이 친구가 여기서 같이 자면 어떡하겠냐기에, 밤새 아무 일 없었는데 별일이야 있겠냐 싶어서 같이 누웠는데, 침대에 같이 앉는 것과 눕는 건 완전히 다른 것이더군요. 저나 그 친구나 잠은 안 오고, 서로 쳐다보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그러다 조금씩 가까워지고 그렇게 서로 안고 키스하고. 네, 여러분이 예상하시는 대로 입니다. 그 날 거의 한 세시간 한 것 같은데 그 친구는 사정을 안 하더군요.
 
그래도 그 친구 잠자리를 참 잘해서 길어도 좋던데요. 그리곤 그 주말 동안 밖에 나가지도 않고 온종일 섹스만 하면서 거의 사흘을 보냈습니다. 하다가 지치면 자고 두세 시간 자고 일어나서 또 섹스하고. 도대체 이게 어찌된 영문입니까? 아무 감정도 없던 친구하고 갑자기 같이 지내게 되고 서로 눈만 마주쳐도 난리가 나고. 그때 친구가 물어봤어요. 우리는 무슨 관계냐고, 나는 너만 괜찮으면 너와 연애하고 싶다고 하기에 저는 고민하다 말했죠. 난 지금 연애하고 싶지 않다고. 연애할 생각 없다고, 아무래도 우리 이렇게 지내면 안 될 것 같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이 친구에게 마음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이런저런 사건이 생기고 저도 이 친구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느껴서 결국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추운 북미 겨울을 함께 보내기로 했죠. 그렇게 동거 생활 한 달 반째에요. 독신주의자인 접니다만 요즘은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게 왜 좋은지 느끼고 있습니다. 여전히 독신주의지만요. 서로 취미생활도 너무 다르고 생활 습관, 스타일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지만 조금씩 맞춰가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명랑 생활도 잘 하고 있고요. 가끔 우리 진짜 휴식 좀 갖자 해놓고 몇 시간도 안돼서 또 하고 하긴 하는데, 뭐 끔찍하게 별로인 것보단 이게 나은 거겠죠.
 
 
글쓴이ㅣhell
원문보기▶ http://goo.gl/J1bd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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