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콘드> 중
때는 10월 중순 가을, 일본에서 일본어 전공을 하고 집에서 놀고 있을 때의 일이다. 군대 선임이던 형이 전역 후에 미디어 쪽으로 갔다는 얘기를 듣고, 간간히 문자만 주고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온 거야. 얘기를 들어보니 그 당시 한참 붐이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게이 시즌2 결승전에 카메라맨이 부족해서 나보고 하면 어떻겠냐는 제의였지. 나는 할 일이 없던 차에 바로 승낙함. 나는 처음으로 한국에 명문대 캠퍼스도 걸어보고 연예인도 보게 돼서 어지간히 들뜨지 않을 수 없었지.
뭐 딱히 별건 없었지만, 우승 후보 중 한 명은 생긴 건 멀쩡한데 엄청나게 떨고 있었고 한 명은 심호흡을 하는데 무슨 복어마냥 불룩불룩 거리고 있었는데, “약간 둘 다 모자란 것 같은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라는 생각을 잠시하고 “노래는 잘 하겠지.” 하며 카메라를 잡았다.
카메라는 엄청나게 묵직했는데 그냥 군대에서 쏘던 박격포 정도라 생각하고 이리저리 휘저었다. 듣기로는 생방이라 해도 카메라 옮겨가면 되니까 번갈아 찍기만 하라더라. 심사의원은 티비에서 볼 때보다 더 싸가지 없어 보이고 결국 복어가 우승해서 상금 타 가기에, “와 시발 부럽다.” 하고 본 게 다야. 여하튼 그 일 있고 며칠 안 지나서 그 형이 나보고 재능 있는 것 같다면서 일본어 전공 했으니까 일본 가서 일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
솔직히 일본에서 죽어라 고생해서 일본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죽어라 고생해서 4년제 나왔는데 알바하러 가면 모양도 빠지고 해서 여차저차 가고 싶지 않았는데. 집에서 그만 놀라는 엄마 등쌀 못 이기겠고, 하루 일하고 받는 일당 치고는 제법 세서 항공부터 알아봤지.
결국 도쿄에 도착해서 신주쿠 근방이라는 주소에 쓰여 있는 곳을 무작정 택시 타고 갔지. 새벽에 도착해서 뭔가 습하고 기분 별로였는데, 기사가 자꾸 어둑어둑한 곳으로 데려가서 후장 뚫리는 거 아닐까, 두근두근 했지.
대부분 철문으로 닫힌 흰색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으로 데려가더니 기사가 내려주더라. 열린 철문 위에 무슨 사무소라고 쓰여 있었는데 좁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니까 사무실 같은 게 있고 안에는 되게 마른 아저씨 둘이랑 조폭 같이 생긴 뚱뚱한 아저씨 하나 있더라. 걔네가 일본어로 나보고 소개받은 한국인 맞느냐 물어서 나의 현란한 일본어 실력을 보여주며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인사를 거창하게 치렀지.
대충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까 이 새끼들이 서로 실실 쪼개더니 “아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이러더라. 그래서 순간 “시발 이러다가 원양어선 타거나 성노예로 팔리는 거 아닌가.” 생각 들고 막 소개 시켜준 형 새끼가 원망스럽더라. 그런 생각하고 있는데 차 마시라고 갖다 주길래 뭔가 탄 거 아닌가 하고 차가 놓인 테이블 옆에 서서 경계를 하고 있었지.
근데 이 뚱뚱한 대머리 아저씨가 계속 “도죠 도죠” 거리면서 앉으라고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었지. 근데 갑자기 그 대머리 아저씨가 눈치를 챘는지, 나보고 빙그레 웃으면서 위험한 일은 아니니까 행여나 걱정 말라고 하더라. 나는 좀 공손하게 애써 아니라고 하면서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는데 그 아저씨가 갑자기 비범한 표정으로 “AV를 찍습니다.” 하는 순간 나의 몸과 마음을 그 아저씨에게 맡기고 발이 먼저 빠르게 의자로 가더라. 나는 차를 후르룹 마시고 자세한 얘기 좀 해보라고 하고 대답을 기다리는데 중학교 3학년의 첫 짝사랑을 만난 듯 그 설레는 마음으로 돌아가더라.
근데 자세한 얘기는 차에서 하자고 해서 차로 얼른 이동했지, 대충 컨셉이랑 배우 이름, 해야 될 일을 알려주더라. 나는 그런 말은 됐고 얼른 촬영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댔지.
드디어 장소에 도착했는데 시간이 새벽인 만큼 사람이 적었다. 10분인가 기다렸더니 되게 후져 보이는 벤이 도착했는데 아저씨가 “저기 배우 온다.” 해서 버선발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한, 다섯 걸음 떨어져서 내리는 걸 지켜봤는데 차가 아무리 쓰레기라도 뭔가 벤에서 내리는 그녀를 보니 연예인이 내리는 것처럼 막 설레고 어렵고 그러더라. 왜냐면 내가 모니터에서 자주 본 얼굴이기 때문에 내 심장은 터져버릴 것만 같았지.
말도 못 걸어보고 스텝들이 움직이라는 데만 왔다 갔다 했는데 의외로 되게 무거운 분위기로 진지하게 일 하더라. 근데 이게 남자 배우 자체가 들고 촬영을 하는 거라 나는 멀리서 어디 건물 들어가거나 앵글 잡는 일 밖에 없어서 애간장이 타 들어 가더라.
그렇게 거지같이 살색 한번 못보고 촬영이 끝났는데 이 뚱뚱한 아저씨가 미쳤는지 피곤해 죽겠는데 수고 했다면서 이 새벽에 술을 먹자는 거야. 근데 여배우도 참석한다고 해서 너무 감사하더라고.
무슨 꼬치하는 선술집에 갔는데 사람들이 막 떠드는데 나는 막상 숫기가 없어서 구석에만 박혀서 술만 홀짝였지. 근데 갑자기 중앙에 앉은 마른 아저씨가 나를 가리키면서 “저 친구 한국인이야, 한국인.” 이라고 말하는 시점부터 갑자기 시선이 나한테 집중되더라고.
근데 갑자기 여배우가 내 옆에 와서는 맥주한잔 따라주면서 “그러게, 못 보던 얼굴이네?” 하면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라. 만날 지저분한 아저씨들만 보다가 자기 또래 봐서 기분 좋다면서 이런저런 말을 했는데 역시 나의 일본어 실력에 놀람을 금치 못한 듯 하더라고.
그렇게 세 시간인가 얼큰하게 취해서는 사무실에서 몇 시간 자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아저씨들이랑 같은 차를 타려고 했는데 화장실에서 나오는 순간 그 여배우가 내 손을 낚아채더니 사무실 사람들한테 먼저 가라고 하고 자기랑 한 잔 더하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당연히 좋다고 했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는데 “AV배우가 벌면 얼마나 벌겠나.” 생각 들어서 초라한 단칸방을 예상했는데 무려 2층짜리 전원주택이더라. 그녀의 차에서 내려서 집까지 향하는데 그녀가 한국에 대해서 뭐라 뭐라 계속 얘기 했던 것 같았는데 집을 보느라 안 들릴 정도였다.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는데 양주에 과일안주까지 무슨 룸살롱 온 것처럼 대해주는데, 황송해 죽는 줄 앎. 또 한국 어쩌고저쩌고 혼자 떠드는 걸 그냥 끄덕끄덕 들어만 줬다. 유학을 생각하고도 있다면서 진지한 얘기도 잠깐 오갔는데. 내 시선은 짧은 원피스 입은 뽀얀 다리에만 집중 됐었다. 내 시선을 읽었는지 그녀가 내 허벅지에 지 다리를 올려놓더니 나한테 당돌하게 “하고 싶어?”라고 묻더라. 나는 고개를 있는 힘껏 끄덕이니 혼자 빵 터져서 겁나 좋아하더라.
나는 곧 바로 그녀 옆으로 가서 키스부터 하면서 천천히 내 옷을 벗고 그녀의 아래에 손을 넣었다. 아 역시 일본인이라 그런지, 모니터에서만 보던, 내 애간장을 녹이는 간드러지는 신음을 선사해 주니 더욱 흥분이 되더라. 분명 한국에는 들을 수 없는 소리인 것이 분명했다. 폭신한 소파에 그녀를 눕히고 삽입을 하려 했는데 나를 막았다. 왜 그러느냐 라고 했는데 콘돔이 없이는 섹스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 왜 또 이런 건 안 개방적인데......”
내가 투덜대니까 소파에서 손을 뻗으면 닿는 테이블에서 콘돔을 꺼내 들었다. 그녀는 나에게 손수 콘돔을 씌워주었고 나는 급한 마음에 그녀를 눕히고 빠른 삽입을 했다. 그녀의 많은 경력과는 달리 그녀의 안은 꽉 조여 왔고, 더해 애간장을 녹이는 신음의 연속과 자세를 바꿔 내 위에 있는 그녀를 향해 거칠어지는 숨소리와 그녀의 땀방울들이 내 얼굴에 떨어질 땐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나는 그렇게 밤을 지새울 정도로 황홀함에 흠뻑 빠져있었다. 그녀가 해준 아침밥을 먹고 그녀의 집 앞까지 배웅을 받았다. 그녀는 “또 일본에 와~!” 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비행기에서 한국의 공항까지 그녀와 있었던 느낌을 생각하며 딸을 세 번 쳤다. 싫은 기억만 있던 일본에 좋은 추억을 하나 세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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