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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펄프픽션]

첫번째, 그녀의 트라우마 또는 약점을 파고들것. 
내가 만났던 여자들은 가족, 친구, 학업 또는 일에 항상 문제가 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위로와 이해하는 척을 했다. 그녀들은 남자에게(썸남) 이해를 바랐고 눈치없음과 무시 또는 '오빠는 말이야...'와 같은 전형적인 말을 해댔다.

두번째, 눈은 항상 그대에게 손은 항상 내쪽으로.
술이 들어가거나 만남이 잦아질수록 친구나 인생 선배들의 실수담에서 자주 나오는 말, '이정도 만났으면(잘통했으면) 그래도 허락해야하는거 아니야?'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나의 조상중 한분이 황진이가 소복차림으로 유혹했어도 눈하나 깜짝 안했던... 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다라는 DNA(?)를 감사히 여긴다. 그런 덕분인지 나는 지조를 지켜가는 척 하면서 많은 여자를 만나왔다. 평판은 항상 깔끔했고 전형적인 흔남 교회오빠였다.

최근 한 여자를 만났으나 백일이 되기 전에 헤어졌다. 직업도, 스펙도 좋고 심지어 나이도 어렸던 그녀는 전 남친과 괜찮은 연애를 했지만 실제로는 사랑도, 유대감도, 대우도 받지 못하고 겉으로는 행복해보이는 결혼준비를 하고 있었다, 적어도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 나오는 이유리 시어머니와 같은 분을 만나기 전까진 말이다. 자기 아들이 세상에서 최고인 예비 시어머니는 그녀의 쌍카풀없는 눈, 163cm라는 평균이 조금 넘지못하는 키, 골반이 좁아 아이 낳을때 믿음직스럽지않다는 골반, 그리고 내 자식보다 돈을 잘 버는 며느리를 믿지 못하고 또 탐탁치 못하게 생각하여 그녀를 사금사금 갉아먹었다. 자신보다 짧은 학력, 넓지 않는 인맥과 인간관계, 햔반도에 들어온지 백년도 안된 서양캐의 매너와 애티켓들을 따지며 헐뜯고 비난해왔다. 그들도 그녀를 무엇때문에 비난하는지도 모르고 결국 '어머니가 싫어하셔'라는 '효자'님의 최종선고를 받은 그녀는 나를 우연히 만났고, 여자의 맘을 얻는 첫번째와 두번째에 도가튼 나와 여우놀음같은 연애를 시작했다. 

미술관에서 첫 데이트를 했다. 피카소도 로뎅도, 심지어 모나리자를 봐도 감흥이 전혀없는 전형적인 멸치같이 마른 한국남자는 미술관에서하는 조그마한 전시회에 에스코트했다. 미술책, 네이버 뉴스에도 나오지 않는 작가의 작품을 보며 '의식의 흐름'이라는 개론을 듣고난 신입생처럼 두서없이 작품을 평한다. 그녀에게 내 이야기가 마음에 닿은걸 보면 전날에 샀던 공유스타일의 목폴라와 롱코트가 나에게는 피에타같은 신의 선물인듯 하다. 그녀의 눈빛은 나를 알고 싶어했고 몸 동작은 조심스러우나 계속 나에 대한 호기심으로 내쪽을 향한다.
 
곧바로 먹기에는 버거워도 인스타에서만 핫한 근처 카페를 찾는다. 커피에 꽃잎을 올리고 맛 또한 괴랄스러운 커피와 우유의 비율에 놀라지만 개의치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긴장을 놓친 그녀가 나의 저녁 제안에 흔쾌히, 술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한 잔, 두 잔 오갈때마다 서로의 옷이 한꺼풀씩 벗어던지듯 자존감, 또는 트라우마의 옷도 한꺼풀씩 벗어버렸다. 나의 의식이 점점 사라지고 나는 내가 아니게 된다. 그녀도 나와 같을까?라는 불안감속에 과감히 술 한 병을 더 시킨다. 오늘 나는 술에 취하고 그녀도 나에게 취해간다.

섹스가 수능처럼 점수, 또는 등급을 받을 수 있다면 나는 몇 점 일까? 모든 남자들이 궁금해 하지만 확답을 듣고싶지 않은 이 질문에 궁금증이 더 컸다. 지금까지 살아본 결과 섹스는 영어공부가 아니다. 노력으로 채울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분명 타고난 사람이 있고 선천적으로 침대에서는 작고 귀여운 토끼같은 남자들도 있을 것이다. 많은 서적과 레드홀릭스에서 얻은 지식으로는 크기보다는 지속력과 무드에 더 많은 점수를 주는 것에 맹신하였고 은근히 주변 친구, 형들보다 전국 각지에 있는 온라인 회원들의 말이 신빙성 있었다. 나는 레슬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처럼 빠때루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물건도 장어같지 않았기에. 

술에게 고마워 해아 하는 것인지, 무리해서 먹은 소고기에 고마워해야 하는지 그녀가 취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소주 한 병 반에 나 또한 머리보다 가슴이 시키는 말을 하고 있다. 본능적으로 2차를 가서 어묵탕에 소주를 먹은 게 마지막 기억이다. 서로 만취한 남녀는 본능인지, 신의 가호인지, 서로의 주량을 넘어가며 앞으로도 기억이 나질 않은 본인들의 자존감의 속살들을 하나하나씩 공개했다. 어떤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서로를 위로했고 이해했다. 그때만큼은. 

택시를 잡았다. 그녀가 어디 사는지는 첫 만남 호구조사때 이미 물어봤다. 유년 시절의 동네, 이사가고 새로 지워진 건물에 그녀는 가족들과 독립한지 일주일이 되지 않았다. 

‘같이있자’ , ‘아직은 이른거같아’ 이 두 단어를 서로 길게, 또는 짧게, 제스쳐로 또는 눈빛으로 얘기하며 30분을 집 앞에서 깊어 보이는 앝은 대화를 했다. 그리고 나의 한 발 후퇴.. 그녀가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대학 동기와 30분동안 긴 통화를 했다. 무슨 말을 했을까, 오늘의 상황을 동기에게 얘기했나, 서로 다른 공간에서 취한 게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다행스럽다.

전화를 끊자 마자 곧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 3번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인위적인 목이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같이 있자고 했다. 그때 알려준 현관 비밀번호는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0513 날짜 같은데 그녀의 생일은 1월달인데 어떤 날일까... 


글쓴이ㅣ이니시
원문보기
1편 http://goo.gl/kXZ8Kb

2편 http://goo.gl/n7dqPW
레드홀릭스
섹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http://www.redhol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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