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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Camera obsc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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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PSYCHO]

띵. 후덥지근한 오후를 깨우는 핸드폰 알림음 

‘오늘 괜찮아요?’ 

잠깐 머릿속을 더듬어 일정을 확인한다. 운동하러 가야하지만 별 건 없다. 

‘네. 이따 볼까요?’ 
‘퇴근하고 가면 일곱 시 쯤 될 것 같아요.’ 
‘어디서 하고 싶어요?’ 
‘음...모르겠어요. 지난번처럼 좋은 데?’ 
‘00역에서 봐요.’ 

서둘러 남은 일을 처리한다. 집에 들러 준비하고 저녁 7시까지 맞춰 가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간다. 집에 가는 길이 덥다. 뜨겁게 달궈진 도시는 한낮의 열기를 오랫동안 머금고 있는다. 

‘저 조금 늦을 것 같아요.’ 

다행이다. 몸에 물을 끼얹으며 한 숨 돌린다. 특별히 차려입을 건 없다. 그녀와의 즐거운 시간을 위한 것들을 챙긴다. 시간처럼 무심히 흐르는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두 정거장 남았어요. 어디에요?’ 
‘저도 다 와 가요.’ 

담배 한 개피의 기다림 뒤에 그녀가 계단을 올라온다. 출구에 기대어 선 나를 보고 까딱 고갯짓으로 인사한다. 까딱. 

‘저녁 아직이죠? 간단하게 먹고 갈까요?’ 

빵집에 들러 커피와 샌드위치 몇 개를 고른다. 근처 학원 수강생들로 가득한 곳 한가운데에서 그녀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00상가 건물 가봤어요?’ 
‘아뇨 들어가본적은 없어요. 오늘은 거기에요?’ 
‘네. 괜찮겠어요?’ 

기껏해야 지하 주차장, 사람 없는 새벽의 아파트 단지 정도였다.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을 시간이다. 귀를 빨갛게 물들이는 그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잠깐 화장실좀 들릴게요.’ 
‘아니요. 오늘은 그냥 가요.’ 

반쯤 남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일어선다. 가게들이 영업을 정리할 시간이다. 일부러 계단으로 향한다. 그녀의 가방을 뺏어들고 커피잔을 들어준다. 그리고 내 가방 속에서 카메라를 꺼낸다. 

‘웃어요.’ 

아직은 웃음이 어색한 그녀. 어차피 그녀의 얼굴은 사진 속에 들어가지 않는다. 가슴께에서 잘린 그녀의 몸에도 어색함이 배어있다. 약간 어두운 조명 탓에 카메라를 조정한다. 

‘시작해 볼까요?’ 
‘여기서요?’ 

귀는 빨갛지만 눈은 반짝이고 있다. 그녀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자기 욕망을 드러낸다.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보이면 안 된다. 모순된 욕망과 규범을 풀어내는 시간이다. 

‘아직 사람들 많을 시간이에요. 여기서 시작했다 올라갈거에요. 팬티 내리고 다리 살짝 벌려서 무릎에 걸쳐요.’ 

살짝 흥분된 그녀의 표정. 천천히 돌아선 그녀가 내 쪽으로 엉덩이를 내민다. 하늘하늘한 스커트 사이로 들어간 두 손이 속옷을 끌어내린다. 찰칵. 두어 계단 위에 서 있는 그녀의 예쁜 뒷모습을 찍는다. 돌돌 말린 채 내려오다 무릎께에 걸친다. 

‘커피 옆으로 들고.’ 

카메라를 들면 말이 짧아진다. 시선은 권력이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자. 시간이 없다. 무릎에 걸쳐진 팬티에, 손에 들린 커피에 초점을 옮겨가며 찍는다. 찰칵. 찰칵. 

‘팬티 줘요.’ 

다리에 걸린 속옷을 벗어 건네는 그녀의 얼굴에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기대감이 어려 있다. 예쁘게 접힌 속옷을 그녀 가방에 넣고 닫는다. 다시 그녀를 서 있던 자리로 돌아가게 한다. 

‘치마 전부 위로 올리고 앞으로 숙여요.’ 

들리는 치마 아래에서 뽀얀 엉덩이가 드러난다. 그리고 활짝 피어오른다. 나를 향해, 아니 렌즈를 향해 벌려진 부끄러운 곳들을 놓치지 않는다. 한걸음 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엉덩이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속옷 자국을 찍는다. 

‘그대로 한 층 올라가 볼까요?’ 
‘아...’ 

또각. 또각. 또각. 멀리서 들려오는 잡음을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동강낸다. 곧 환하게 조명이 밝혀진 계단참에 도착한다. 엉덩이를 드러낸 채. 

‘문에 기대 서 봐요. 그대로.’ 

찰칵. 피어났던 엉덩이가 다시 봉오리로 돌아갔지만 이건 이대로의 매력이 있다. 치마를 내리게 한다. 아직 서너 개 가게에 불이 들어와 있다. 불이 꺼진 한 가게 앞으로 그녀를 이끈다. 

‘윗도리 올려요.’ 

팬티와 같은 색의 브래지어. 고개를 돌린 그녀의 상체를 사진 속에 담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옷을 다시 내린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가 브래지어를 푼다. 익숙한 듯 그녀는 브래지어를 상의 아래로 빼 내게 건넨다. 

‘다시 올려 봐요.’ 

뽀얀 가슴과 앙증맞은 젖꼭지. 찰칵. 그녀의 귀가 터질 듯 빨갛다. 

‘손으로 가슴 가려 봐요, 한쪽은 젖꼭지 보이게 손가락 벌리고.’ 

멀리서 인기척이 들린다. 화들짝 놀란 그녀가 옷을 내린다. 놀란 표정의 그녀를 안심시키고 건물 맞은편으로 걸어간다. 옆에 딱 달라붙는 그녀의 상의 위로 도드라진 젖꼭지가 솟아올랐다. 어깨동무를 하는 척 손을 뻗어 옷 위로 그녀의 젖꼭지를 더듬는다. 

‘간지러워요.’ 

만지기 전보다 좀 더 솟아오른 도톰한 젖꼭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멈춰섰다. 그녀는 알아서 방금 못다한 자세를 다시 잡는다. 손가락 사이로 볼록 고개를 내민 젖꼭지에 초점을 맞춘다. 

‘거기 위에 올라가볼래요?’ 

포장된 상자를 보고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입술을 살짝 깨문다. 잠깐 그대로. 되묻는 표정에 입이 움직인다. 다시 그녀에게 입술을 깨물게 한다. 분홍 입술을 물고 있는 새하얀 이빨은 언제나 유혹적이다. 찰칵. 다시 그녀에게 상자 위에 걸터앉게 한다. 

‘보여주고 싶은 대로 보여줘 봐요.’ 

나는 다시 카메라를 든다.


글쓴이ㅣ익명
원문보기 http://goo.gl/nSgZ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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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꼰다 2017-11-15 14:43:56
아 예전생각나면서 정말 흥분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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