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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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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어싱]

“ㅇㅇ이 신음 참을 때, 어금니 엄청 꽉 깨무는 거 알아? 눈도 질끈 감는다?” 

그가 그 말을 뱉어낸 곳은 주택가에 위치한 한적한 카페였다. 그것도 대낮에 말이다. 잔에 담긴 얼음조각을 소리나게 휘적거리고 있다가 화들짝 놀랐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니 너무도 태평하기 그지없었다. 그에 반해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다 못해 저릿해졌다. 내 기억은 바로 전 날로 되감기고 있었다. 

너는 간신히 첫 번째 오르가즘을 버텨내고 숨을 고르는 중이다. 아니지, 그보다 조금 뒤로 넘겨서.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나서 누워 담배를 피우는 장면. 스돕. 어휴, 자욱하기도 해라. 치이익. 꽁초를 비벼 끈 후 재떨이를 아주 멀찍이 치워둔다. 누워서 쉬는 도중에 스멀스멀 코를 찌르는 재떨이 지린내는 정말 고약하거든.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는 어째 죽을 생각도 않는다. 팔팔하기도 하지. ‘나 쫌만 자께.’ 과장되게 혀짧은 소리를 내며 등을 돌려 눕는다. 어깨까지 포옥 덮은 하얀 침구가 푹신해보인다. 너는 기다란 머리칼을 한 데로 치운 후 그제야 눈을 감는다. 새액- 새액- 고요한 가운데 숨소리가 조금 거슬린다. 그는 아직 말똥말똥, 네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봤다가 애꿎은 다리 사이 그것을 쓰다듬어도 봤다가 의도치 않게 맺혀버린 쿠퍼액을 검지 끝으로 훔쳐서 매트리스 모서리에 티나지 않게 스윽 닦아버린다.

TV를 켜면 네가 깰까, 음악을 틀면 네가 뒤척일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그러다가 네 쪽으로 몸을 틀어, 이불 위로 네 어깨를 다독인다. 토닥토닥이 아닌 다독다독. 손짓이 몹시 조심스럽다. 손에 힘을 주어 무게를 뺀 것이 깃털 마냥 가벼웁다. 너는 너도 모를 단잠에 일순간 빠져든다. 숨소리가 조금 더 커진 것도 같다. 그는 잠들어버린 네가 얄미웠던 건지, 이불을 스르륵 치운다. 그래도 너는 깬 기색이 없다. 생각보다 깊은 잠.

그는 상체를 일으켜 침대 헤드에 등을 받치고 앉는다. 마찬가지로 손에 힘을 빼고 네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손을 빼는가 싶더니 손가락 사이사이에 스민 냄새를 맡는다. 아마 네 두피 부근에는 땀이 살짜기 배어있겠지. 네 샴푸냄새, 헤어팩냄새, 헤어에센스냄새, 드라이기 열냄새, 고깃집의 숯불냄새, 네 땀냄새. 이내 네 귓볼을 만지작댄다. 으응. 너는 고개를 틀어 칭얼거린다.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던 것도 같다.

올라간 입꼬리가 의미하는 것은 아마도... 네 목덜미부터 어깨, 팔, 팔꿈치, 손목, 손가락, 엉덩이, 유턴해서 등허리, 어깻죽지. 그의 검지손가락은 꽤 유려한 곡선을 그려낸다. 그리고 네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깬 거 다 알아.” 

그의 말처럼 너는 어금니를 꽉 깨물어서 귀 아래 턱주가리가 미묘하게 꿈틀거렸고, 질끈 감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래도 너는 못 들은 체한다. 미동을 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겠지만 이미 몸 곳곳이 떨리고 있다.

그는 이제 네 하반신을 가리고 있던 이불을 완전히 걷어버린다. 반사적으로 너는 새우처럼 몸을 말았는데, 그의 손에 의해 대자로 뻗게 된다. 등을 침대에 붙이고 눕게 된다. 다시 으응. 가벼운 앙탈을 한다. 그는 네 이마에 소리내지 않고 입을 맞춘다. 네가 세워둔 무릎을 두손으로 잡아 벌린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너는 해부실 벽에 걸린 개구락지처럼 다리를 활짝 벌리게 된다. 네가 다리 사이에 숨겨둔 열기, 습기, 윤기를 그가 놓칠 리가 없다. 

“그래. 어디까지 고집 부리나 보자.”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네 가장 민감한 부분에 슬며시 손을 얹는다. 기분 탓이었을까, 흣- 하고 터져나온 신음을 들은 것 같다. 그러나 너는 꼭 감은 눈을 아직 뜨지 않았다. 이제는 입술까지 앙다물었다. 입술 아래 턱이 꽤 많은 보조개를 만들어낸다. 마치 호두과자 같기도 하다. 온 얼굴에 힘을 주고 뻗대는 네 모습이 안쓰럽거나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얹힌 그의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간다. 무게감이 느껴지고, 상하좌우로 조금씩 진동한다. 뱅글뱅글 돌아간다. 아마 네 정신도 뺑뺑 돌고 있겠지.

이제는 기를 쓰고 신음을 참는 모습이다. 흐으응. 네가 내는 비음은 점점 커진다. 그는 자신의 자지를 움켜쥐고는 네 다리 사이를 한참동안이나 문지른다. 문지르면서 네 이마에, 볼에, 목에 자꾸만 입을 맞춘다. 쪽. 쪽. 쪽. 파찰음이 들릴 적마다 네 몸이 들썩거린다. 마침내 그는 손에서 자지를 놓아준다. 어렴풋하게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던 그것은 곧 자석에 이끌리듯 네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하아, 주인님!” 

팔다리를 모두 이용하여 그를 와락 끌어안은 네가 뱉은 첫 마디였다. 

“왜 이제 깼어. 여기는 숲 아닌데요, 공주님?” 

윽. 공주님이라니. 속이 메슥거린다. 이제는 어디서 나는지도 모를 파찰음이 점점 커진다. 네 울부짖음도 점점 커져만 간다. 되감은 기억은 이 쯤에서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 

잔 안에 담긴 얼음조각을 소리나게 휘적이던 나는 이내 답했다. 그리곤 배시시 웃었다. 

“아니, 모르겠는데?” 

그의 얼굴을 바라보니 가소롭다는 듯 입꼬리가 조금 씰룩거렸다. 다 비우지 못한 잔과 케익 접시를 두고 우리는 카페를 나섰다.


글쓴이 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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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홀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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