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드디어 영화로 개봉합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100만장자인 젊은 남자와 20대 초반의 여대생과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죠. 주연배우 선발 당시에 엄청난 경쟁 비율의 오디션이 있었다고 합니다. 영화 OST는 비욘세가 불렀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이 영화에서는 보통의 로맨스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SM의 주종관계가 꽤 많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원작 소설이 영화화된 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에셈머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지요. 영화 외적인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요. 본격적으로 에셈머의 시각으로 본 감상 후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까지 에셈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촛농을 떨어뜨리고, 묶고, 채찍질하고, 관장하면서 섹스를 하는, 독특한 취향의 하나였습니다. 또한 주종 관계는 ‘쉽게 섹스를 할 수 있는 관계’ 정도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파트너를 원하는 대로 마음껏 다룰 수 있다는 판타지, 그 판타지를 가능하게 하는 관계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주종 관계’ 입니다. 이렇게 알고 있는 것은 그나마도 나은 수준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에셈머란 그냥 ‘변태’입니다. 아무리 포장하려 해도 이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형성되어 있는 에셈머들의 세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책이 나오면서 전세계가 열광했습니다. 우리 내면의 숨겨진 욕망이 표현되었으니까요. 이전에 SM을 비난하고 혐오하던 독자들은 책을 읽고 흥분하는 자신에 놀랐을 것입니다. 어쩌면 ‘나는 변태가 아니야’라고 애써 부인한 것은 아닐까요? 에셈머들에게 이런 분위기는 분명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습니다.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SM을 접한 사람들이 주종관계를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도구’쯤으로 생각한다면, 그래서 무차별적으로 SM의 세계로 유입된다면 생겨날 문제들이 우려됩니다. 주종 관계는 쉽게 섹스를 쉽게 하기 위한 권위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상대에 대한 확고한 신뢰와 애정과 배려가 전제되는 육체적인 동시에 정신적인 관계입니다.
이를 간과하고 SM의 세계에 입문하셨더라도 관계의 지속성을 생각하신다면 꼭 주종 관계에 대한 지식을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만 안전하고 건강한 관계를 행복하게 유지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듯 충분히 준비된 분이 에셈머가 되시는 걸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미디어를 통해 접한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SM의 세계에 발을 들이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자주 쓰는 말을 하나 적어볼까 합니다.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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