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티시] 검정스타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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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겨울, 모쏠 후배 A양은 “남자 손 한번은 만져보고 졸업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주변 지인들에게 소개팅을 뜯어냈다. 하지만 그 해 A양의 전적은 20개팅 20패. 그 많은 소개팅 중 에프터 받은 횟수가 손에 꼽고, 그나마 받은 에프터도 결과가 그리 좋진 못했던 모양이다. A양을 위로하기 위해 술약속을 빙자한 소개팅 한건을 잡았다. 그런데 세상에나. A양이 짧은 청치마에 레깅스를 신고 나타난 게 아니겠는가. 청치마의 촌스러움은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검은 레깅스는 살빛이 전혀 비치지 않는 그야말로 보온만을 위해 태어난 물건이다. 장연주의 다리조차 코끼리 다리로 만들어 버리는 그 무시무시함. 적어도 소개팅 때 입을 물건은 아니었다. A양의 패션은 그날 모든 사람을 경악하게 했지만, 그럼에도 A양은 “이 추운 날 스타킹을 어떻게 신냐”며 레깅스를 고집했다. 그리고 여전히 A양은 혼자 논다. 방구석만 득득 긁으며. 스타킹만 바꿔 신어도 썸남이 생기고, 썸이 남친이 되는 것을! 우리가 검은색 스타킹, 일명 ‘검스’를 골라 신어야 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치지만, 그 중 최근에 들었던 몇가지 사연만 먼저 소개하겠다. 검정 스타킹을 포기하지 못하는 그녀들의 속사정을. 그녀들이 스타킹에 집착한 사연 한겨울에 신는 스타킹은 보통 80에서 150데니아. 이 중 150데니아는 스타킹 대신 레깅스나 기모레깅스로 더 자주 불린다. 따뜻하기야 150데니아가 가장 따뜻하겠지만, 섹시한 스타킹을 원한다면 80데니아조차 신으면 안된다. 살색이 비치는 검스는 60데니아가 맥시멈이다. 물론 패션에 목숨 거는 에디터 본인조차도 60데니아 스타킹을 입고 겨울 거리를 활보하는 건 쉽지 않다. 아니, 그건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양은 그 추운 12월에 얇은 검스를 일부러 골라 신었다. 더 이상 뜨겁지 않은 남자친구와의 관계 때문이었다. 주고받는 카톡이라곤 ‘[XX의 마블] 누구님의 클로버와 함께~’ 같은 게임 메시지뿐이고, 데이트 땐 손잡는 것마저 귀찮아하는 전형적인 권태기 커플. B양은 데이트를 시큰둥하게 여기는 남자친구에게 화내는 것 대신 잊지 못할 밤을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평소의 캐주얼한 차림을 버리고 미니스커트와 검스, 하이힐 패션으로 완전 무장한 것. B양의 패션을 보고 놀라서 뛰어온 남자친구의 표정엔 웃음이 가득했고, B양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나 너무 춥게 입고 왔나봐. 더 못 걷겠어”란 말을 내뱉었다. 마음이 급해서였는지, 진짜 추워서였는지 만나자마자 근처 MT를 찾은 두 사람. 옷을 한 겹씩 천천히 벗던 B양은 스타킹만을 남긴 마지막 순간! 도발적으로 벗겨 달라 주문했고 덕분에 두 사람은 불타는 밤은 기본, 권태기까지 이겨냈다고 한다. 지금도 B양의 남자친구는 B양에게 “그 스타킹 내가 벗기면 안되냐”며 사정한다나 뭐라나. 검스의 위력은 이게 끝이 아니다. 아는 언니 C양은 잘생긴 남자친구들 덕분에 항상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남자는 첫째도 얼굴이요, 둘째도 얼굴이요, 셋째는 키라 외치던 C양은 사실 사귀던 남자친구들에 비하면 외모가 차암~ 평범했다. 하지만 C양은 자신을 돋보이게 꾸밀 줄 아는 멋진 여자였다. 그녀는 작은 키를 콤플렉스로 여기는 대신, 더 보란 듯 화려한 미니 스커트를 즐겨 입었다. 이때 검스는 그녀의 필수품! 그녀는 놀랍게도 길거리에서 이상형을 발견하면 당당히 가 먼저 휴대폰을 내밀곤 했는데, 여자가 헌팅이라니! 남자들이 만만하게 생각할 것 같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그녀의 헌팅 성공률은 무려 100%. B양은 자신의 무용담을 주변 지인들에게 자랑하며, 연락하던 남자들 중 성격이 가장 좋은 남자들만 골라 잘~ 사겼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물론 B양은 사귄 이후에도, 데이트 때마다 그녀의 최고 아이템인 검정 스타킹을 골라 입고 있다. 남자를, 여자를 위한 스타킹 페티시즘 검스와 맨다리 중 뭐가 좋아? 검스! 검스랑 커피색 스타킹 중엔? 당연히 검스! 주변 남자 지인들을 탈탈 털어 봐도 대답은 매한가지였다. 검스에 대한 남성들의 페티시는 연령과 직업을 초월한, 일종의 만국공통의 페티시였다. 살짝 비취는 속살은 보는 이들의 은밀한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그녀의 다리는 아직 완전히 드러난 것이 아니다. 바꿔 말하면 그녀의 맨다리를 만질 수 있는 건 그녀가 허락한 그녀의 애인뿐이다. 남자들이 선호하는 AV나 영화, 성인소설 등에서 검스를 찢는 장면이 유독 자주 등장하는 것은 검스 밑 속살에 대한 남성의 정복욕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물론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 여자들은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그 추운 날 맨다리나 다름없는 상태로 돌아다녀야 하느냐”고. 하지만 검스에 대한 집착은 남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자기만족을 위해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것처럼, 검스는 여성들이 꿈꾸는 '예쁜 다리‘의 가장 훌륭한 조력자다. 일단 스타킹 하나면 흉터나 닭살, 털 등 맨 피부의 흉함이 자연스럽게 감춰진다. 입을 수 있는 포토샵인 셈이다. 각선미를 그대로 드러내주며, 동시에 은은한 광택까지 선사하니 패션 아이템으론 그야말로 최고의 아이템이다. 게다가 요즘엔 매끈한 각선미를 만들어주는 압박 스타킹까지 나왔다. 허벅지와 종아리 둘레를 약 1~2cm 가까이 줄여주는 제품이라 하니 다이어트는 포샵! 매끈한 다리는 스타킹으로! 이런 최고의 아이템을 옷장 안에만 썩혀두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이제 곧 겨울, 스타킹의 계절이다. 월동준비라며 장바구니에 골라뒀던 레깅스는 살짝 ‘삭제’하자. 검정 스타킹 하나면 37.5도인 늑대 목도리로 더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테니. 에디터: 도로시 포토그래퍼: 민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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