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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홀릭스 회원과 쓰리섬 - 난 그 '떡'이고 싶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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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타바바라]
 
도자(도도한 자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봄물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아주 예의 바르다'
 
"무슨 일이세요?"
 
"저번에 제가 말씀드렸던 제 '떡' 스승님 있잖아요. 오랜만에 뵈러 가려고 하는데 봄물님 시간 되시면 함께 가시는 거 어때요?"
 
"네에? 어... 저... 저기... 음... 제가 요즘 할 일도 많고 뵐 준비도 안 됐고..."
 
"에이~ 일단 부담 없이 가서 인사드려요. 봄물님 상태도 체크 받고 하면 좋잖아요."
 
"아, 네... 뭐... 그러면 한번 가볼까요?"
 
그렇게 우린 다시 만났고, 떡으로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분 중에 (나의 지식으로서는) 어쩌면 마지막 관문에 해당할 것 같은 전설의 '스승님'을 만났다. 내 몸은 고마운 건지 야속한 건지, 골골대는 평소 모습 그대로 아니, 잠에서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 더 '심각'한 몰골로 가게 되었다. 떡님이 나에게 말했다.
 
"예쁘게 생겼네. 아무 문제 없다. 내 옆에 꼭 붙어 있음 좋아질 거다."
 
이 말씀인 즉슨 나는 반드시 '떡 장인'이 되어야 한단 말이었다. 내가 어떤 연유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 심정. 우연인지 운명인지 필연인지 내가 여기까지 오다니... 그것도 이 분의 오랜 제자란 사람과 함께... 여기 무릉도원에서 이 떡님과 놀다 보면 난 나비가 될 수 있을까? 기대 반 설렘 반. 저 도자는 내 님과 연결해줄, 하늘이 보낸 수호신이였구나!
 
떡님과의 간단한 면접이 끝났다. 뭔가 아쉬웠다. 동정을 못 뗀 숫총각이 능숙한 누나에게 자지를 따인 것처럼 어찌어찌 해결(?)하고 밖을 나왔지만 난 아직 어리둥절했다. 도자의 행동이 마치 '여자의 마음'처럼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여야 하남.. 그의 마음을 맛봐야 했다. 그래서 떡방아가 아니라 입방아를 찧기 위해 향긋한 커피가 일품인 곳으로 향했다. 두 잔의 핸드드립 커피를 앞에 두고 내 옆으로 오게 한 후 손을 잡았다. 손이 참 길고 부드럽고 따뜻했다. 커피 맛도 최고. 오늘 내가 한 일도 최고인 것 같았다. 우리는 첫 날과 달리 진한 애무를 나눴다. 그의 떡님까지 만난 판에 숨길 것이 없었다. 어디에서도 잘 털어놓을 수 없는 떡담들을 나누었다. 그와 나, 구도(求道)의 계기는 달랐지만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걸 느꼈기에 우리는 다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가 편해졌다. 손에 느껴졌던 그 온기가 온몸을 데워 심장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그날도 난 그와 진한 봊떡 후 얌전히 집으로 모셔졌지만 첫 만남처럼 아쉽지 않았다. 웃으면서 그를 보냈다.
 
그와의 봊떡에서 난 바닷가 댄장이와의 쓰리섬을 제안했다. 꿈에도 예상 못 했다는 듯 놀라는 눈치였지만 진지하게 말했다. 나 혼자 가든 누구랑 가든 '한 번은' 만나야 할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혼자 그 사람을 만나러 가긴 싫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조금은 무리수를 둔 내 일정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건 내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였다. 꽤 오랜 시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거리인 데다가, 15년 전 플라토닉 사랑이를 닮은 사람과 그의 고향에 찾아가는지라 여러 가지로 마음이 이상했다. 지금 내가 사는 곳, 내가 사랑을 했던 사람들의 흔적을 역순으로 하나하나 머무는 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러해지는 것'. 딱 그랬다.
 
댄장이의 글들은 '된장'같지 않고 '덴장'스러워서 일부러 보지 않았었다. 내 머리가 떡 기술로 채워지는 게 이제는 조금 지친다고 해야 할까? 얘는 무슨 할 말이 이리 많은지 글을 안 봐도 그냥 정신이 사나웠다. 한낱 기술자와의 섹스는 보지는 꼴리게 할지언정 마음은 꼴리지 않기에. 안 봐도 뻔한 허무한 섹스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생각하는 거 내가 부족해서 라는 거 안다. 인정! 나도 잘난 거 없다. 다만 이 생각이 교만한 내 머리에서 나온 댄장이에 대한 평가였기에 이 편견을 깨뜨리는 방법은 그의 떡 기술을 실제로 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최근엔 지옥 같은 삶에서 '중요할 법한' 관문을 앞두고 한 달 내내 불규칙한 생활이었다. 밤을 새우기 일쑤였고 그리도 좋아하는 떡도 잊은 채 텅 빈 짱구를 돌리는 일로 내 보지력을 끌어올리는 나날이었다. 똥줄 타는 불안함은 그 어떤 것으로도 해결되지 않았다. 댄장이를 만나러 가는 날은 점점 다가오는데...
 
D-day. 이틀 밤을 새웠다. 밤을 새우면 일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밤을 새운 게 무색하게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그... 돌머리야... 전날 정성스레 싸놨던 짐이 있었다. 일을 끝내고 상큼한 마음으로 도자와 바닷바람을 맞으며 함께 음미하려 했던 핸드드립 용구들...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눈물을 머금고 그 자리를 모두 엄청난 양의 '짐'으로 바꿔 넣었다. 그리고 도자에게 이 통탄스런 상황을 메시지로 보냈다.

'Game over'.

   
글쓴이ㅣ봄물
원문보기▶ http://goo.gl/AgVE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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