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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500일의 썸머]
 
일요일, 오랜만에 섹스하는 날, 아니, 전 여자친구를 만나는 날이다. 현재 시각 11시 30분. 약속 시각으로부터 30분 전. 오늘 날씨 구름이 카드 잔액처럼 뵈지를 않음. 살짝 습해서 땀 냄새가 날 우려가 있으니 에어컨 있는 곳 위주로 이동해야 함. 조금만 불쾌해져도 섹스 없이 이 아까운 일요일을 낭비할지도 모른다.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근처 빌딩 계단에 앉아서 전 여자친구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아무 데나 앉으면 바지에 먼지 묻을 거라는 걱정은 군대에서 아무 데나 철퍼덕 앉는 습관이 선수 쳐서 0.5초 늦어버렸다. 이게 섹스로부터 멀어질지 모르지만... 일어나서 털면 되겠지 뭐.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빌딩 출입구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도중, 자주 보던 버스가 건너편에 정차했다. 정차한 버스는 잠시 후 출발했고, 버스의 옅은 매연이 지나간 곳엔 그녀가 있었다.
 
한창 사귈 때는 그렇게 말해도 귀찮아진다고 안 기르던 머리를 어깨까지 기르고,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백을 멘 그녀, 전 여자친구가 길을 건너고 있었다. 무단횡단하지 마라. 그러다 다친다.
 
"아 오빠!"
 
"앙."
 
반가워보이는 그녀의 부름에 슬쩍 손을 들고 대충 대답했다. 사실 반가지만 이미지를 생각해서 가볍게 인사했다.
 
"점심 먹을 거지? 뭐 먹을래."
 
"어... 일단 돌아보자."
 
사귈 때도 밥때만 되면 거리를 30분 이상 돌아다녔었다. 난 뭐든 딱히 상관없었고 그녀는 원래 같이 걸어 다니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오늘은 오래 걸으면 땀 나니까 바로 음식점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저기 골목 들어가면 카레 잘하는 집 있대. 거기 가자."
 
"카레?"
 
"카레 돈가스도 있대."
 
"음... 가자!"
 
그녀는 돈가스를 좋아한다. 너의 패턴쯤이야 이미 파악 완료다. 이대로 순조롭게 모텔까지 전진이다!
 
"머리는 왜 길렀어? 귀찮다며."
 
"그냥 예뻐 보이려고."
 
식당까지 가면서 시답잖은 이야기를 꺼냈다. 뭐 나 보여주려고 길렀겠느냐고 속으로 생각했다.
 
"누구 보여주려고."
 
"있어. 못생긴 사람."
 
"이제 자기 수준 아네."
 
그녀는 내 오른팔을 때렸다. 얼얼하다. 지금 여자친구라고 질투하나 보다. 식당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 데이트였던 어린이날로부터 여름방학 막바지인 지금까지, 그녀는 대학교 교수님 연구실에서 일을 도우며 돈을 벌었던 것 같다. 참고로 아직 학생이다. 그리고 난 늘 그렇듯 직장의 충직한 노예로서 하루 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그녀가 물었다.
 
"밥 먹고 어디가?"
 
순간 모텔이라고 할 뻔했다.
 
"영화 보러 갈까?"
 
"어! 나 그거 공룡 나오는 거 그 뭐냐... 쥬라기월드 보고 싶어!"
 
안 그래도 영화 보고 싶었었나보다. 슈뢰딩거의 상자보다 어렵다는 여자 마음을 딱 캐치하는 나를 보거라! 나에게 보편적 진리가 있으니 스스로 무지를 지각하고 진리를 추구하거라! 이러니 내 오른손도 날 떠나질 못하는 거 아니야. 개소리는 이쯤 하자.
 
영화관을 가는 길에 그녀는 우물쭈물 내 손을 잡았다. 여전히 작고 따뜻한 손이다. 더운 날씨에 서로의 손에 땀이 차 찝찝했을 법도 한데 그녀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사실 손 찝찝해서 놓고 싶은데 점수 깎일까 봐 잡고 있었다. 놓아버리면 슈뢰딩거가 독극물을 살포할 것만 같았다.
 
"오빠 표 사고 있어. 팝콘 사 올게."
 
그녀를 쳐다보니 큰 사이즈의 팝콘을 사고 있었다.
 
'방금 밥 먹지 않았니? 스몰로 사거라. 오빠는 배부르단다. 아니 점원 씨 왜 커다란 컵을 들어요. 그 옆에 적당히 팔뚝만 한 컵 있잖아요. 주문 미스라고요. 신입이세요?'
 
마음의 텔레파시는 일방통행이었는지 나의 간절한 소망은 라지 팝콘 속에 파묻혀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는 쓰다듬어달라는 강아지처럼 내 옆에 서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알바가 잘못했네. 음. 그래. 그럴 거야. 그렇지?
 
어쨌든 이런 작은 헤프닝을 겪으면서 우리는 영화관에 입장했다. 아니, 둘만의 공간에 입장했다.
 

글쓴이ㅣ 와글
원문보기 http://goo.gl/BDVcWq
레드홀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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