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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싱 그녀를 추억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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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선배."
 
멀리서도 보이는 T의 모습에 저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거의 다 떨어져 안 입은 것만도 못한 청바지에, 목에 두른 것은 쇠사슬 타입의 목걸이가 아니라 그냥 쇠사슬을 걸고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너 어디서 코스프레하고 왔냐?"
 
"에? 이런 평범한 패션을 두고 코스프레라고요? 선배는 제 코스 사진 못 봤나봐요."
 
"안 볼래."
 
식사가 나오고, 물을 마시다 문득 그녀의 한쪽 귓불에 시선이 가더군요.
 
"너 귀걸이 했네?"
 
곧 그 말이 실수였다는 것을 알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이거, 피어싱이에요. 일곱 번째 피어싱."
 
"하나 둘 셋 넷... 응? 네 개뿐인데? 다른 쪽 귀는 너 안 했잖아."
 
T는 한숨을 쉬고는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귀에만 하는 거 아니거든요? 이분 참 센스 없으시네."
 
"그럼 어디..."
 
갑자기 그녀가 벌떡 일어나길래 저도 흠칫 놀랐고 주변 사람들도 살짝 바라보더군요. 그리고 다음 그녀의 행동은 저를 당황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녀의 배꼽에 앙증맞게 달린 반짝거리는 피어싱이 저의 시선을 묶어 둔 것은 일단 두 번째였고요.
 
 "앉아, 다른 사람들 쳐다본다고."
 
 "선배 그런 거도 챙겨요?"
 
"야, 집에서는 뭐라고 안 해?"
 
"뭐 대학생인데, 뭐라고 하시겠어요? 물론 이야긴 안 했지만."
 
그녀를 알고 지낸 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였으니,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양파같이 까도 까도 오히려 그 속내를 알 수 없음에 이리저리 헷갈렸습니다..
 
"근데 너, 집 못 사냐? 왜 그런 헐벗은 바지만 입고 다니는 건데."
 
그녀는 눈을 살짝 흘기며 웃더군요.
 
 "어라? 선배, 어딜 보는 건데요? 계속 보고 있었던 거 아니에요?"
 
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내저었습니다.
 
"야, 내가 무슨 변태냐? 스치듯 본 거 가지고 무슨..."
 
"아니면 말고, 뭐 들킨 사람처럼 버럭하기는."
 
하지만 사실 그렇죠. 전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를 보고 있었던 게 사실이니까요. 하필이면 그곳 둔덕 바로 양옆으로 찢어진 청 반바지의 그곳이 그녀의 허벅지가 움직일 때마다 묘하게 움직이며 저의 시선을 자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 벌어진 틈 사이로 살짝 보이는 검정 망사 같은 그 뭔가... 뭔가... 뭐지?
 
 "그래서 좀 움직여줘야겠다는 거에요. 무슨 말인지 알아요? 선배?!"
 
"...응?"
 
저의 시선은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그녀의 눈을 향했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을 이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내 말 들었어요? 응?"
 
 "응? 당연히 들었지. 그렇게 한다니까."
 
밑도끝도없이 일단 내뱉고 난 후에야, 그녀가 부탁했던 게 뭐였는지 기억해 내려고 했지만 이미 그녀의 입은 만족감에 쩍 벌어져 있었습니다.
 
 "오예, 그럼 제가 내일 여섯 시에 연락할 테니까 그때 와요. 알았죠?"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그녀는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손을 흔드는 것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반사적으로 손을 까딱거린 후 다시 자리에 앉아야만 했습니다.
 
'무슨 약속이지?'
 
집으로 가는 도중, 같은 과 친구를 만났습니다.
 
"어디 가냐?"
 
"당구. 같이 한게임 할래? 고량주 내긴데."
 
"오늘은 안 되겠는데? 과제를 다 못해서. 내일까지 마감이니..."
 
친구는 피식 웃으며 저에게 손을 흔들더군요.
 
"그럼 뭐... 우리끼리 간다."
 
뒤를 막 돌아보는데, 곧 다시 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아 참, 너 소정이 컴퓨터 고쳐줬냐? 어젠가... 뭐 너한테 도와달라고 한다던데."
 
'아! 그거였군!'
 
구름이 걷히듯 궁금증이 풀리고 나니 약간 허무하기도 하고 뭐 그렇더군요.
 
"그래, 내일 가서 고쳐주기로 했지. 아까 약속 잡았거든."
 
친구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반대방향으로 걸어가 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 주 전에 그녀의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렸는지 심하게 버벅거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나더군요.
 
'괜히 기대했네.'
 
물론 제 판단력이라는 게 겨우 붕어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당연히 그 다음 날이었습니다.
 
"어라?"
 
늘 그녀의 의상이 일반인의 범주를 넘어섰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그날의 그녀는 함께 있는 저를 안절부절못할 정도로 당황하게 만드는 의상을 입고 나타난 겁니다. 그것도 그녀의 집 현관 앞에서.
 
 "일찍 왔네요? 난 내가 더 빨리 준비할 줄 알았더니... 일단 들어와요."
 
'도대체 왜 집안에서 저런 옷을 입어야 하지?'
 
보일 듯 말 듯한 살색 속옷 같은 뭔가와 쇠사슬로 동여맨 몸, 그리고 충분히 잘 보이는 팬티까지. 마치 그녀는 코스프레 대전에 출전하는 전문 모델 같아 보였습니다.
 
"응? 코스프레."
 
"이제 거의 다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봐요. 아, 선배 이거 좀 도와줘요"
 
집의 컴퓨터를 고치러 온 저의 혼란스러움을 무시한 채 그녀가 말하는 대로 다가가는 순간, 훤히 드러난 등을 내어 보이며 그녀가 말했습니다.
 
 "갑자기 확 올리면 안 돼요, 부러지니까."
 
 "지퍼?"
 
그녀의 몸매가 발군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지퍼 안으로 보이는 등 라인과 브래지어 후크가 그날따라 왜 그렇게 자극적으로 제 눈에 들어오는지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걸 스스럼 없이 맡기는 그녀가 좀 야속하기도 하더군요
 
'그렇게 아예 내가 남자로 보이지도 않는 건가... '
 
조금씩 올리는 지퍼를 잡은 손에 스치는 그녀의 피부 느낌이 머릿속에 퍼지고 있는 동안, 궁금증에 시달리던 저의 입이 열렸습니다.
 
 "우리... 어디가?"
 
 "헐, 선배."
 
 어이없다는 듯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 바로 꽂히더군요.
 
"오늘 코믹대전 가기로 했잖아요. 이야기 다 했는데, 까먹은 거에요?"
 
 "아..."
 
'컴퓨터 고치는 게 아니라, 그냥 네 녀석의 매니저였냐'라는 생각과 다음 그녀의 말이 귓가에 맴돌기 전까지는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치고 술 한잔 해요. 우리 둘이 마시는 건 간만이네."
 
시선을 돌리자, 그녀의 희고 매끈한 허벅지가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술? 좋지."
 
"오... 상당히 자극적인 타입이었나봐? 나보다 더?"
 
묘하게 뾰족한 K의 말투에 저는 서둘러 부인하였습니다.
 
"그냥 그땐 그런 타입이 흔하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모르지. 어떻게 지내고 사는지. 그리고 너만 하겠니"
 
가볍게 등을 쓸어내리니 그녀가 살짝 몸을 떨더군요.
 
"몰라, 오빤 완전 변태 같아."
 
"왜 모든 여자가 그런 이야길 하지? 아닌데."
 
다시금 단단해져 있는 그녀의 젖꼭지를 손끝으로 어루만지며 귓가에 속삭였습니다.
 
"그럼 이제 2라운드?"
 
"좀만 더 쉬어. 힘들어. 하던 이야기마저 해줘."

 
글쓴이ㅣ 이태리장인
원문보기 http://goo.gl/S59h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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